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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류현경 '만신으로 살았던 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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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류현경 '만신으로 살았던 한철'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3.03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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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14세에 김혜수 아역으로 데뷔했다. SBS 2부작 특별 드라마 ‘곰탕’의 출연 분량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체구에 다부진 눈빛으로 인해 각 기획사는 '류현경 찾기'에 나섰다. 류현경(31)은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오죽하면 YG엔터테인먼트가 '끼'를 알차채 가수 데뷔를 시키려고 고향인 경남 마산까지 출근도장을 찍었을 정도었을까.

6일 개봉하는 ’만신‘은 류현경의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다. 촬영 기간만 2년, 고단한 시간 동안 그는 김금화로 빙의해 북한 사투리와 신내림 굿까지 도전했다. 차기작 역시 화제가 됐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다. 류현경이 요즘 빠져 있는 것은 성형도 운동도 아닌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책이다. 너무 재미있어 지금은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스타로 안전하게 갈 것인가, 배우의 욕심을 채울 것인가. 그가 요즘 집중하는 고민이다.

 

 

[스포츠Q 글 이희승 기자ㆍ사진 최대성기자] 김혜수 아역으로 연기에 입문한 류현경은 어린 나이였지만  카메라 앞에서의 기쁨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10대 무렵 류현경은 소속사도 없고, 아역 배우라면 당연히 대동하는 부모님조차 없이 나홀로 촬영장을 누빈 겁 없는 소녀였다. 20대가 돼서도 유명세를 두고 고민하지 않았다. 마음에 들거나 하고 싶은 작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기뻤고, 행복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게이와 결혼하는 레즈비언 의사(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어긋난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향단이(영화 ’방자전‘)는 류현경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사랑스러움과 농염함을 매끄럽게 오가는 캐릭터다.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적은 분량임에도 '작업'에 넘어가는 여자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표현해 착하기만 한 캐릭터들 중 가장 공감을 이끌어 냈다.

6일 개봉하는 ’만신‘은 류현경의 배우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다. 촬영 기간만 2년, 드라마 촬영과 동시에 진행되던 고단한 시간 속에서 북한 사투리와 신내림 굿까지 도전했다.

"1년에 한번 만나 촬영하고, 그 사이 스태프들은 바뀌어 있더라고요. 점차 공부할 분량은 많아지고 배워야 할 게 쌓여만 갔으니...힘들었죠. 하지만 워낙 불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때는 전통 문화 관련 교양과목을 제일 좋아했는데 막상 연기를 하려니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제 눈에는 버벅거리는게 다 보이는데 다들 제게 북한 사투리나 굿 연기가 좋았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죠.”

◆ 김금화 만신 파란만장 인생, 세 여배우가 맡아 연기

무당을 높여 부르는 단어인 ‘만신’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받고, 캐스팅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하다는 만신 김금화의 삶을 오랜 시간 눈여겨 본 박찬경 감독은 영화화가 결정되자 1인3역을 선택했다.

"김금화 만신 역에 저 다음으로 (문)소리언니, (김)새론이가 합류했어요. 실질적인 주인공은 당연히 김금화 선생님이고요. 배우들 출연 분량이 적어서 놀라고,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기구한 사연이 담겨있어 놀랐어요. 전 ‘만신’이 개봉한다는 사실이 놀랍지만요. 후후.”

류현경이 연기하는 분량은 김금화가 신내림을 받은 17세부터 30대까지 가장 파란만장했던 시기다. 굿에 대한 자긍심이 남달랐던 김금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고, 영화화가 결정되자 현장에 상주하며 배우들을 지도했다. 굿과 함께 소리를 소화해야 했던 류현경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가 ‘말인지 노래인지 모르는 순간’을 견뎌야 했다.

마음고생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남북한 양측으로부터 간첩으로 몰렸던 순간과 죽을 뻔한 사연을 촬영할 때 가슴이 녹아내렸다. 류현경은 “결국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는 장면을 찍을 때 탈진하면서도 ‘이걸 그 어린 나이에 겪었단 말이야?’란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머리로는 사투리와 굿 사이사이의 추임새까지 외워야 하는데 마음이 슬프니 NG가 날 수밖에 없었다”며 힘들었던 순간을 고백했다.

 

 

만신 김금화는 촬영장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신딸을 통해 특별한 위로를 건냈다. 류현경은 “그분이 저를 한참 보시더니 ‘그동안 힘들었겠다. 어떻게 다 견뎌냈누. 이제 다 지나갔고 좋은 일만 있을테니 마음 탁 놓으라’고 말씀하시는데 머랄까...위안받은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 다재다능한 여배우, '믿고 맡기는 연기자' 평가에 가장 만족

‘만신’은 여러모로 그를 성장하게 한 영화다. 대사인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만신이 되겠다’는 말을 접하고서는 배우를 정의하는 말 같아 더욱 충실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제가 맡은 역할은 모두 제 성격의 일부가 깃든 것들이예요. 이를 연기로 승화시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배우가 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거죠. 아역배우로 시작한 탓에 연기에 겁이 없었다고나 할까. 노출장면이 있어도 ‘헉’ 이런 느낌보다 ‘아, 이럴 수밖에 없었구나’ 식으로 이해해버리는 편이었거든요. 요즘엔 인터넷의 영향 때문인지 노출 자체가 굉장히 폄하돼 고민이 많아요.”

영화 ‘방자전’에 출연할 당시 향단이의 야망을 봤기에 노출 연기를 소화했다는 그는 “최근들어 노출장면이 있는 시나리오가 뜸해졌다. 이제는 벗을 만한 페이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농담까지 꺼내놨다. 이어 “지금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대부분 주제와 장르가 확실하다. 믿고 맡겨주는 이런 변화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류현경은 연기 외에 재주가 많은 배우다. 영화제 사회와 뮤직비디오 감독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2학년 때 연출로 방향을 틀었지만 여전히 연기를 통해 희열을 느낀다.

“연기만큼 재미난 게 없는 것 같아요. 졸업 작품으로 20대 청춘남녀의 엇갈린 하루를 다룬 ‘날강도’를 각본, 연출, 주연까지 했어요. 그게 아시아나 단편영화제와 미장센 영화제에 출품되며 남다른 기쁨을 안겨줬지만 그럴수록 연기가 그립더라고요. 차기작은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제보자’예요. 또 실화를 바탕으로 했네요. 하하. 임순례 감독님과의 작업이라 너무 기대돼요.”

[취재후기] “여성스러워진 지 얼마 안됐다”고 말할 정도로 선머슴이었단다. 숏커트를 고수했고, 하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서 친구들 사이에 ‘체대생’으로 불렸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누가 봐도 품안에 쏙 넣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 요즘 세상이 팍팍해지는 게 이상해 원인을 파악하고자 한국 근현대사 공부를 시작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차~암 다방면에 '호기심 천국'인 여배우다.
 

 

 

ilove@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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