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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든싱어'의 커튼을 벗은 '더 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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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든싱어'의 커튼을 벗은 '더 히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1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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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윤민수가 부른 거 아니었어?” “이건 조성모 목소린데….” 지난 7월 발매된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 OST ‘그대뿐이죠’ 앨범평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윤민수와 조성모가 아닌 그룹 ‘더 히든’이다. 모창 능력자들이 원곡 가수와 대결을 펼치는 JTBC '히든싱어'에 나왔던 네 명의 출연자가 모여 팀이 됐다.

“좀 재밌는 요소를 넣어보고 싶어서 일부러 모창에 가깝게 녹음했어요. 곡이 나왔을 때 ‘트라이앵글’을 검색해 보니 연관검색어로 ‘윤민수’가 뜨더라고요. 하하.”(U.K)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더 히든’의 멤버는 윤민수 편 준우승자 U.K(김성욱. 예명은 ‘욱’에서 따온 것), 김범수 편 준우승자 철민(전철민), 조성모 편 우승자 성현(임성현), 신승훈 편 우승자 지노(장진호)다. 이들은 라디오 활동을 시작으로 조금씩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월엔 디지털싱글 ‘우리’도 발표했다.

▲ JTBC '히든싱어' 출연을 계기로 팀을 결성하게 된 '더 히든'. U.K, 성현, 철민, 지노.

◆ '더 히든'은 "지금껏 숨겨졌던 사람들", 모두 무명의 시절들 있었다

‘더 히든’이란 팀 이름을 들으면 이들이 모이게 된 계기인 ‘히든싱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의외로 프로그램에서 따 온 이름은 아니었다.

“‘다들 노래를 열심히 하고 활동했는데 지금껏 숨겨져 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지었어요.”(지노)

지노의 경우 팝페라 그룹 ‘라스페란자’로 7년간 활동했다. 성현 또한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등 뮤지컬 활동을 포함해 7년 가량의 시간을 보냈다. 성욱은 작곡가로 작년에 데뷔했고 이전에는 공연 연출일을 하며 밴드나 객원 보컬로 활동했다. 철민은 ‘전국노래자랑’ 등 비공식 무대에서 11년 정도 노래했다.

철민의 경우 모창이 가능하게 된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저는 집안 사정상 보컬 레슨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따라하게 된다면 나도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김범수 형님의 노래를 들으며 연습했어요.”(철민)

이들의 조합은 작곡가 주영훈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주영훈이 ‘히든싱어’를 보며 작업해보고 싶은 출연자들에게 연락해 모이게 된 것.

“저희 정말 친해요” 같은 낯간지러운 말은 없었으나 서로 장난을 치고 멘트를 받아주는 모습은 이미 몇 년 간 함께 활동한 그룹같았다.

“함께 팀을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노래를 녹음하면서 급히 친해졌죠. 3주 정도를 매일 만났거든요. 누구 한 명이 확 튀는 성격 없이 밸런스가 맞아서 잘 친해진 것 같아요.”(성현)

그중 ‘몰이’를 당하는 멤버는 철민이다. 철민이 어떤 멘트를 할 때마다 멤버들은 장난을 걸었다.

“저희 셋이 AB형인데 철민이 혼자 A형이거든요. 넷 중에 가장 착해서 장난을 많이 걸죠. 눈물도 많아서 일주일에 한 번은 우는 것 같아요.”(지노)

▲ 멤버 중 철민의 의상이 단연 눈에 띈다. 회사에서 맞춰준 의상을 처음 입어본 것이라고. “제가 다리가 짧고 어깨가 넓은 특이 체형이에요. 전형적인 ‘태양인’이죠. 협찬해 주시는 옷이 안 맞을 때가 있어서 회사에서 맞춰 주셨어요.”

◆ '히든싱어'는 치열한 서바이벌의 결과물

하루아침에 가수가 된 걸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히든싱어' 출연 자체부터가 서바이벌의 결과였다. 방송에 나와 모창을 하는 건 1회로 끝이지만, 최종 5인에 들기까지의 과정이 치열했던 것.

“연습을 오던 사람이 안 나오기 시작하면 떨어진 거예요. 녹화 직전까지도 사람이 계속 바뀌어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항상 불안했죠. 연습 내내 ‘잘 한다’고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매번 혼났죠. 나중에 전해 들었지만 칭찬하면 연습을 잘 안 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지노)

“제가 출연했던 ‘조성모’ 편은 출연자 6명이 녹화 직전까지 끝까지 갔을 정도였어요. 다들 너무나 똑같았거든요.”(성현)

이렇게 데뷔를 하게 되자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친구나 가족들이 다들 정말 좋아하죠. 정식으로 데뷔한 거니까. '히든싱어'에 나왔던 다른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축하도 많이 해 줬어요.”(지노)

이렇게 축하해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기어린 시선들도 있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체격이 작아서 왕따였어요. 맞고 자랐죠. 그 이후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격을 키웠어요. 방송 이후 동창에게 연락이 왔는데 ‘너 가수 됐더라? 노래 한 번 불러봐’ 하더라고요. ‘연락처를 저장하라’는 문자에 바로 수신거부했죠.”(철민)

‘보란 듯이 잘 돼서 복수하고 싶진 않았냐’고 묻자 철민은 겸손히 대답했다.

“복수라기보다는…. 제가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된다면 용서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어요.”(철민)

 

◆ 모창의 비결? 비슷한 음색에, 디테일을 살려라

데뷔와 연관된 만큼 모창에 대한 얘기도 빠질 수 없었다. 원래 자신의 목소리도 모창 가수와 톤이 비슷하다. 여기에 가수의 포인트와 개성을 따라잡으려 연습한다면 모창이 수월하다는 설명.

모창 연습과 본인의 목소리로 하는 노래 연습 중 어떤 쪽이 더 힘들까? 이들은 주저없이 “모창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목소리 톤이 비슷하긴 하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모창이 훨씬 힘들어요. 방송 이후에 술자리같은 곳에서 다들 모창을 시키다보니 성대결절이 오기도 했어요. 쉽게 상할까봐 지금도 목 관리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U.K)

이들에게 직접 모창의 비결을 들어봤다.

“저는 (조)성모형보다 진성을 많이 써요. ‘아시~나요~’ 이런 식이죠. 형은 공기를 좀더 섞은 스타일이죠.”(성현)

“신승훈 형님 같은 경우는 비강을 많이 쓰셔서 콧소리가 좀더 나요. ‘넌 내가 사는 이유~’ 이런 식이죠. 음색은 비슷한데 좀더 콧소리를 많이 넣었어요. 우승에는 실력보단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지노)

“김범수 형님같이 소리를 내려면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해요. 우는 포인트를 살리고 발성에는 돌같이 무거운 소리가 나야 해요.”(철민)

“윤민수 형님과 방송 이후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형님 음색이 많이 바뀐 것 같더라고요. ‘의식해서 바꾸신 거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여쭤보기도 했죠. 지금은 성악과 비슷해지셔서 제 목소리는 형님의 예전 목소리에 가까워요.”(U.K)

 

◆ 모창은 단점 아닌 장점, ‘더 히든’만의 매력 보여줄 것

'히든싱어'로 첫 모습을 드러낸 만큼 모창 가수라는 타이틀은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창은 단점이 아닌 장점”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좀더 다양한 목소리를 갖게 된다는 장점도 생기고요.”(성현)

“저희 넷의 목소리를 합해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모창도 잘 하지만 우리 것도 잘 한다’는 걸 보여줄 거예요. 모창은 앞으로 개인기로도 할 수 있는 일이고요.”(철민)

이들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름보다는 노래가 인정받고 기억되면 좋겠어요. 노래가 좋아서 찾아봤더니 ‘더 히든’ 곡이었다는 식으로. 나중엔 콘서트를 열면 10분만에 표가 매진되는 일도 생기면 물론 좋겠지만…. 일단은 '히든싱어 나와서 팀 만들었다는 애들 어떻게 됐어? 뭐하냐?' 이런 말만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지노)

[취재후기] 중간중간 모창을 하는 등 이들의 인터뷰에는 노래가 섞였다. 놀랍도록 비슷한 목소리에 신기함이 먼저였으나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들의 앞으로의 모습이다.

멤버 U.K가 작곡을 하는 만큼 직접 쓴 곡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자작곡의 코러스를 한 소절 들어보니 "정말 좋다"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어울릴까 궁금했던 목소리의 화음이 주는 울림이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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