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납득하기 어려웠던 송일수 감독의 야구
상태바
납득하기 어려웠던 송일수 감독의 야구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10.18 1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SK전.

두산 송일수 감독의 경기운용은 누가 봐도 오해를 살만했다. 4강 탈락이 확정된 두산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선수기용으로 SK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송 감독이 일부러 그랬을 리야 없지만 이웃팀인 LG가 잠실에서 포스트시즌을 하는 것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라는 괜한 오해를 살 만했다.

경기를 보며 필자는 문득 1984년 삼성과 롯데전의 ‘져주기 경기’가 생각이 났다.

그때 야구계는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롯데냐, OB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던 상태였다. 야구팬들의 이목은 9월22일부터 이틀간 열린 삼성-롯데전에 쏠렸다. OB가 해태에게 2연승을 해도 삼성이 롯데에 2게임을 모두 지면 상황은 끝이었다. OB는 삼성이 최소한 1경기만이라도 잡아주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의 김영덕 감독 입장에서는 여러 정황을 감안했을 때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OB와 김영덕 감독간의 악연은 1983년 10월 성적부진, 박철순의 부상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감독을 사퇴하면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사퇴 후 거취에 대해 자신의 야구이론을 정리한 후 일본 유학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OB 감독을 사퇴한 11일 후 삼성과 계약했다. OB가 그를 배신자 취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1983년 5월, 삼성의 서영무 초대 감독이 사퇴하자 이듬해 2월 OB가 서 감독을 관리이사로 영입해 삼성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1984년 전기리그에서 양쪽 선수들이 사소한 문제로 주먹다짐을 벌이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러다보니 김 감독은 관계가 껄끄러운 OB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필자는 제주에서 열린 OB-해태전 MBC 라디오 중계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부산구덕 야구장에서 하는 경기를 TV를 통해 보고 있었다.

삼성 선수들은 플라이볼을 잡지 않으며 이기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삼성은 1회초 천창호와 안창완을 두들겨 순식간에 6득점, 이미 승세를 굳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기에서 OB가 해태를 11-9로 꺾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김 감독이 판세를 뒤엎기 시작했다.

2회까지 잘 던지던 진동한을 빼고 3회에 송진호를 내보내 3실점한다. 4회에는 성낙수를 마운드에 올려 4점을 내주는 것을 시작으로 5회 1점, 7회 1점, 8회 2점 등 11점을 내주는 수준 이하의 경기를 펼친 끝에 9-11 역전패를 당했다.

김 감독은 이후 ‘져주기 경기’의 감독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불명예의 꼬리표는 야구 감독하는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결국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보지 못하고 프로야구계를 떠났다.

▲ 지난 16일 두산은 5-0까지 리드하다 경기 중반부터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사진=스포츠Q DB]

두산 송 감독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져주는 듯한 오해를 살만한 야구를 했는지 묻고 싶다. 지나친 여유였을까? 하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타고투저 현상이 짙었던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경기 중반 5점 리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모르는 야구인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나중에 기자들에게 "오해가 있었다. 김현수는 옆구리가 좋지 않았고, 홍성흔은 앞세 20홈런을 때려내 부담을 덜었다고 판단해 휴식 차원에서 교체를 허용했다"며 미리 계획된 교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래도 의문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두산은 지난해 준우승을 한 김진욱 감독 대신에 송일수 카드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비난 받는 야구로 끝났다.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기고 옆집 아저씨가 밉다고 내 쪽박까지 깬 것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이런 야구는 또 다시 야구사의 오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야구가 우리 지도자들이 해야 할 임무다. 팬들은 진정성 있고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야구를 원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