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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클럽 '10언더', 인간의 한계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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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클럽 '10언더', 인간의 한계를 즐기는 사람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3.03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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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탐방] 꿈의 기록 10시간 돌파를 목표로 삼다

[300자 Tip!] 트라이애슬론이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철인 3종 경기로 불리는 이 종목은 꾸준한 운동과 강한 도전 의지가 있어야 정복할 수 있다. 이러한 철인 3종 경기를 위해 똘똘 뭉친 동호회가 있다. 바로 꿈의 기록인 10시간 돌파를 위해 모인 사람들인 ‘10언더(10 Under)’다. 철인 3종 동호회 중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클럽은 1995년에 창설해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회원만 100여명 가까이 되는 이 클럽의 회원들은 '꿈의 기록' 10시간 돌파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의지로 오늘도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Q 글 신석주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철인 3종 경기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기록으로 인정되는 스포츠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올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즐기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것이 좋아 만든 동호회가 10언더다. 이 클럽 회원들은 거의 매일 함께 땀 흘리고 운동하며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10언더 회원들은 지난달 10일 잠실경기장에서 펼쳐진 ‘제10회 아! 고구려 역사 지키기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각자의 몸 상태를 점검한 회원들은 올해 기록 향상을 위한 첫 단계로 시즌 오픈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 잠실종합운동장 훈련장에서 사이클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10언더 동호회 회원들.

◆ 극한을 정복한 자만이 누릴 쾌감 “며느리도 몰라”

마라톤 완주를 마친 10언더 회원들이 물 한 모금을 마시며 가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게는 10km, 많게는 42.195km를 완주했다.

그래도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번졌다. 또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에 한껏 기뻐했다. 경기를 마친 한 회원은 “이 짜릿함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감격 때문에 힘들지만 또 다음 목표를 향해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인 3종 경기는 어떤 종목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스포츠다. 보통 사람들은 철인 3종 경기를 떠올리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막막하다. 이는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종목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극한의 한계를 극복하는 쾌감이 어떠한 노력을 다 감쌀만큼 짜릿하다고 말한다.

10언더 회원들은 오전에 마라톤 대회를 가뿐히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뒤 곧바로 사이클 훈련장으로 향했다. 롤러라는 기구에 사이클을 장착하고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았다.

이들이 힘든 훈련을 마다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것은 철인 3종 경기가 인간의 무한한 한계와 자신의 가치를 시험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10언더 회원인 송명식(59)씨는 2010년 교통사고로 경추를 크게 다쳤다. 의사가 수술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그는 “수술을 하면 허리를 제대로 쓸 수 없어 운동하기 어렵다. 평생 하던 운동을 못하면 삶의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재활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을 통해 사고난 지 2개월 만에 걷을 수 있게 됐다. 이후 산책을 시작했고 3개월 후부터는 뛰기 시작했다. 조금씩 몸에 힘이 생긴 그는 정확히 사고 6개월 후인 2011년 3월 동아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4시간 26분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그해 7월에는 철인 3종 경기까지 완주했다.

▲ 10언더 동호회원들은 잠실종합운동장 훈련장에서 매일 오전 5시부터 3시간 동안 사이클 훈련에 땀을 흘린다.

그의 놀라운 회복력에 병원에서도 놀랐지만 그동안 꾸준히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그는 지금도 “80세까지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그의 모든 바람이 들었다.

“80세까지 철인 경기에 출전하려면 우선 건강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리고 가정이 평안해야 운동에 전념할 수 있기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운동에 하루 2~3시간 투자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인생의 마지막 꿈이라 생각한다. 몸 건강하고 가정이 평화롭고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인생, 멋지지 않나?”

◆ 철인? NO, 우리는 부지런쟁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10언더 동호회 김혁동(53) 회장은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연습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어 “철인 3종 경기를 한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도 남들처럼 회사 생활을 하고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쓴다. 때로는 잠도 실컷 자고 술도 먹고 푹 쉬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목표를 향한 도전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더 부지런하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10언더 회원 김태원(51)씨는 “대부분의 회원들은 남들이 잠자리에 있을 새벽시간에 모여 훈련한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6시부터 2시간 동안 마라톤이나 사이클 훈련을 한다. 처음에는 다들 피곤해서 근무시간에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 피곤할 정도로 생활화됐다”고 말했다.

10언더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은 하는 말 중에 ‘우리는 하루에 네끼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매일 ‘밥 세끼와 운동 한끼’를 챙겨 먹는다는 뜻이다. 운동도 밥 먹듯이 매일 해야 철인 3종 경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면 탈이 난다. 꾸준히 자신의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

김 회장은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말을 잊지 않는다.

“이 종목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자면 이 운동이 결코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종목이 아니다. 누구나 일주일에 3일 이상 꾸준히 운동하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만 강하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 10언더 회원들은 오는 7월 제주 철인3종대회 출전을 위해 몸 만들기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김혁동 회장, 김태원, 이명준, 이진희, 김단비, 신은정, 유형열, 박성배, 김현철, 김영기씨.

◆ 철인 고수들 모여 똘똘 뭉친 형제애

철인 3종 경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훈련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종목에는 20~30대 연령의 비율이 높지 않다. 오히려 40~50대가 주류를 이룬다.

이 종목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운동량보다 차곡차곡 쌓인 관록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때문에 철인 3종 경기 완주를 목표로 삼는 사람들은 운동 고수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마라톤이나 울트라 마라톤, 장거리 수영 대회 등에서 처음 출발했다.

하지만 마라톤이나 수영을 계속 할수록 더 극한을 경험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 철인 3종 경기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10언더 회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항상 경기를 마치면 경기를 서로 분석하고 더 좋은 장비를 공유하며 기록 향상을 위한 노하우를 나눈다.

하지만 장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이클 한 대가 300~400만원은 기본이고 1000만원 가까이 가는 경우도 있다. 수영수트는 70~80만원대다. 사이클 헬멧도 30만원이나 된다.

김태원씨는 “철인 3종 경기 초반에는 장비보다 체력적인 부분과 운동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실력이 높아질수록 장비를 무시할 수 없다. ‘장비는 100만원을 투자하면 10분이 단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김혁동 회장은 “9년 동안 10언더 활동을 하면서 운동을 통해 가족 같은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다. 보다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들이라 더욱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0언더 동호회는 10시간 돌파를 목표로 각종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울릉도 철인3종대회에 참여한 회원들. [사진= 10언더 제공]

◆ 꿈의 기록 10시간 돌파, 10언더의 숙명

10언더는 '2014년, 꿈의 기록 10시간 돌파'라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는 회원 중에 10시간 돌파하는 회원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도 회원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오는 7월 2014 제주 국제 철인 3종 경기대회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때에 맞춰 몸을 충분히 만들어 도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무조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지는 않는다. 꿈의 기록은 우리가 항상 지향해야 할 목표이지 목적이 아니다. 매일매일 운동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고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철인 3종 경기는 유럽이나 호주 등에서 인기가 많다. 일본도 한국보다 100배 정도 저변이 넓다. 이 종목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자신의 건강과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것이다.

때문에 김 회장도 한국에 철인 3종 경기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 김 회장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로망이 있다. 철인 3종 경기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스포츠다. 그리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 10언더 김혁동 회장은 "철인 3종 경기는 꾸준히 운동하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철인에 도전하는 ‘10언더’
철인 3종 경기 모임인 10언더는 아이언맨 코스를 10시간 이내에 완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아마추어로서는 평생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꿈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 '마의 기록'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 도전 속에서 자신의 건강은 물론 가정의 행복, 함께 꿈을 공유하는 친구를 찾고 각자의 위치에서 세운 높은 고지를 점령할 힘을 얻고 있다.

■  철인 3종 경기란?
철인 3종 경기는 경기 거리에 따라 여러 종목으로 구분한다.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의 아이언맨 코스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의 올림픽 코스로 나뉜다. 국내에서 흔히 철인 3종 경기라고 불리는 종목은 아이언맨 코스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아쿠아애슬론(수영+달리기), 듀애슬론(사이클+달리기)등의 변형 경기도 펼쳐진다.

[취재후기]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은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언더 회원들과 짧게나마 함께 시간을 보내보니 운동을 정말 좋아하고 도전을 즐길 줄 아는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내 자신의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에 네끼를 먹는다. 밥 세끼, 운동 한끼’라는 말이 인터뷰 후에도 귓가에 계속 맴돌고 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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