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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불가능 뛰어넘는 '열정의 물결', 무한도전으로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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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불가능 뛰어넘는 '열정의 물결', 무한도전으로 점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18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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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회식 현장...스포츠 상징 대거 출연, 북한까지 함께 해 '퍼펙트 APG'

[인천=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열정의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제11회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이 1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개최된 개회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42개국 선수단 6000여명의 선수들은 일주일간 금메달 745개, 은메달 738개, 동메달 850개 등 총 2333개의 메달을 두고 열띤 경쟁을 벌이게 된다.

개회식에는 총 564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출연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고난을 이겨내고 인천에 모인 이들의 열정과 창의성이 표현됐다. 경기장을 메운 2만5000여 관객들은 장애인들의 축제를 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 지체장애 1급 성해운(왼쪽) 씨는 어머니 손경진 씨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인천 계양구 보건소에서는 장애인들에게 고장에서 열리는 대형 축제를 보여주기 위해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지체장애 1급 성해운 씨는 어머니 손경진 씨와 함께 문학경기장을 찾았다. 청각장애인 학생이 다니는 충주성심학교에서도 인천을 찾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인원은 선수와 임원, 미디어 인력, VIP 등을 모두 합쳐 6196명이다. 1975년 장애인아시아게임이 창설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23개 종목에 나서는 4000여명의 선수들이 열띤 경쟁을 펼치게 된다.

한국은 23개 전 종목에 선수 327명, 임원 147명 등 총 474명이 출전한다. 종목별로는 탁구 30명, 휠체어농구와 좌식배구가 각각 24명, 수영 23명, 육상 22명이 출전한다. 육상 여자 트랙의 전민재, 보치아의 정호원과 김한수, 핸드사이클의 이도연, 역도의 전근배, 휠체어댄스스포츠의 이재우-장혜정 조 등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 화려한 불꽃과 함께 제11회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렸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27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33개로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에 자리했던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종합순위 2위에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 '불가능이 우리를 이끈다', 장애인과 조력자가 조화된 아름다운 개회식 

주인공은 장애인이었다. 앞선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수많은 가수들이 출연해 ‘한류 콘서트’라는 날선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분명 달랐다. 성화와 공연, 출연진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을 위해 세심히 신경쓴 것이 곳곳에 묻어났다.

장애인 학생, 교육계 종사자, 스포츠 행정가,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해 총 420명 봉송 주자의 손을 거친 성화가 문학경기장에 들어섰다.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 남자 유도 100kg급 이하 금메달리스트 최광근,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여자 사격 50m 3자세 금메달리스트 이윤리, 시각장애인 희극 배우 이동우, 1972 하이델베르그 장애인올림픽 탁구 휠체어 금메달리스트 송신남 등 장애인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성화를 최종 점화자에게 전달했다.

▲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여자 사격 50m 3자세 금메달리스트 이윤리는 두 번째 주자로 트랙을 돌았다.

관심을 모은 최종 점화의 주인공은 2009년 런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3관왕 김세진이었다. 선천성 무형성 장애를 가진 김세진을 생후 6개월에 입양, 세계적인 수영선수가 될 수 있게끔 헌신적으로 키워온 어머니 양정숙 여사가 함께 해 더욱 감동적이었다.

박칼린 총감독은 개회식에 앞서 지난 6일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개회식은 도전 앞에서 포기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 열정과 창의성으로 장애인 경기가 가능하도록 새 길을 제시한 조력자들의 축제”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 2009년 런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3관왕 김세진은 어머니 양정숙 씨와 함께 최종 점화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개회식 공연은 불가능 앞에서 끓어올랐던 인간의 순수한 열정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장애인 선수들과 뒤에서 묵묵히 성원을 보낸 가족들,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과학자와 의료진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불가능이 우리를 이끈다(Impossible Drives Us)’라는 주제에 걸맞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창의성을 상징하는 대형 휠, 외발자전거,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는 의족과 의수 등이 퍼포먼스의 주요한 도구로 활용됐다.

▲ 그룹 god의 보컬 김태우(가운데)는 장애인합창단과 함께 촛불 하나를 열창했다.

태극기 역시 2012 런던 패럴림픽 여자 양궁 금메달리스트 고희숙, 2008 베이징 패럴림픽 남자 보치아 금메달리스트 박건우, 2014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여자 크로스컨트리 금메달리스트 최아람, 장순호(탁구), 차윤영(댄스스포츠), 손병준(탁구) 등 한국 장애인스포츠를 빛낸 6인이 맞잡았다.

개회식 3장에 출연한 그룹 god의 메인보컬 김태우를 제외하면 연예인들이 펼치는 공연은 없었다. 김태우는 장애인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라는 가사가 담긴 ‘촛불 하나’ 한 곡을 불렀다.

▲ 정성윤(역도)은 선수 대표로, 전기영(유도) 심판은 심판 대표로 공정한 판정을, 김묘정(배드민턴) 코치는 지도자 대표로 선서했다.

◆ 이번에도 가나다순 입장, 북한도 함께하는 ‘퍼펙트 APG’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됐다. 구준엽의 디제잉과 래퍼의 비트박스에 맞춰 각국 선수단이 중앙으로 들어섰다. 양쪽에서 한 국가씩 번갈아가며 들어선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아시안게임처럼 이번에도 가나다순에 따라 네팔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일본이 25번째, 북한이 26번째, 중국이 27번째로 들어섰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시민 30명과 검은 옷에 하얀 풍선을 들고 ‘ㅓ’자와 ‘ㅏ’자로 늘어선 공연단이 선수단을 환영했다.

▲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북한은 일본에 이어 26번째로 입장했다.

북한이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참가해 아시안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관중들은 ‘조선민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호명되는 순간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그들을 맞았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육상 1명, 양궁 1명, 탁구 4명, 수영 3명 등 총 4개 종목 9명의 선수를 출전시킨다.

개최국 한국은 댄스곡으로 재해석된 아리랑에 맞춰 맨 마지막 순서, 42번째로 들어섰다. 한국 선수단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관객들은 입장 시 배부 받은 미니 태극기를 상하로 일사불란하게 흔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 한국 선수단은 열렬한 환호 속에서 마지막인 42번째로 입장했다.

김성일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보지도 걷지도 못하는 선수들이 땀 흘리면서 연습하는 장면을 보면 어떤 어려움도 인간을 쉽게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번 대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위로, 용기,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토 자이날 아브자린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APC) 위원장은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장애인 선수들이 스포츠와 삶에서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기회의 장"이라며 "우리의 삶에 결단력, 투쟁, 용기, 영감을 줄 감동적인 순간에 흠뻑 빠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 다토 자이날 아브자린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대회가 우리 삶에 결단력, 투쟁, 용기,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윤(역도)은 선수 대표로 페어플레이를 펼치며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것을 다짐했다. 전기영(유도) 심판은 심판 대표로 공정한 판정을, 김묘정(배드민턴) 코치는 지도자 대표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 "무료 경기 많이 오세요", ‘인간승리’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는 자원봉사자들

방연자(60) 씨는 1992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현재도 다리가 불편하다. 그는 “누구나 한 순간 비장애인서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996년부터 인혜 학교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여태껏 쉬지 않고 크고 작은 행사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 인천외고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한국 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장애인아시안게임까지 하게 됐다”면서 “환갑인데 여행가는 것도 포기했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방 씨는 “신체가 불편한 이들이 운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잘 안다. 젊은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내 아들, 딸같은 생각이 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장애인은 우리가 더욱 다가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장애인은 결코 다르지 않은 존재”라며 “개회식인 오늘은 사람이 많이 왔지만 경기 때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들었다. 내가 발벗고 나서 홍보하고 있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인천외국어고 학생들도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이두혁(16) 군은 “불편한 분들을 위해 힘써 봉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은주(16) 양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장애인 분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성화 점화 후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며 장애인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렸음을 알렸다.

이우진(17·미추홀외고 2) 군은 학교측에서 홍보한 모집 공고를 보고 지난해 12월 장애인아시안게임 봉사자로 활동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외국어 실력을 뽐낼 수 있고 봉사활동 경력이 입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자원봉사자가 된 김에 장애인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찾아봤다. 평소 배드민턴을 즐겨치는 그는 휠체어배드민턴 동영상을 본 순간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인간승리라는 말로도 채 표현이 되지 않는다”고 당시 느꼈던 감동을 전했다.

3494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통역, 교통정리, 행사지원, 안내 등의 영역을 담당한다. 궁금한 것이 있는 관람객들은 노란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이들을 찾아 문의하면 된다.

▲ 제11회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앞으로 일주일간 열전을 펼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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