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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2017년 영화 기대작 #재심 #택시운전사 #군함도, 시대 아픔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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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2017년 영화 기대작 #재심 #택시운전사 #군함도, 시대 아픔을 담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1.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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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병신년에서 정유년으로 해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을 충격과 배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하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문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비롯, 청와대의 영화 '변호인'에 대한 지원 중단 압력,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영화제 상영 외압 등 각종 의혹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런 와중, 2017년에 사회비판·고발의 메시지를 담은 다수의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은 유의미하다. 탄핵심판까지 불러온 한 정부의 몰락과 함께, 정권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겠다는 영화인의 의지로도 읽힌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2017년 영화 기대작을 모아봤다.

[사진=영화 '재심']

◆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실화, 검·경 부실수사 꼬집는 정우X강하늘의 '재심'

2월 개봉하는 '재심'은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소년(강하늘 분)의 죄를 벗겨주려는 변호사(정우 분)의 이야기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강하늘 캐릭터의 모델인 최씨(당시 15세)는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택시기사 유씨(당시 42세)와 시비가 붙었고, 오토바이 사물함에 보관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강압수사로 인한 허위자백 등 부실 수사 의혹이 끝없이 제기됐다. 최씨는 10년간 복역한 끝에 지난해 1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우 캐릭터 모델은 최씨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다. 

'재심'의 연출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 故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극화한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든 김태윤 감독이 맡았다. 김태윤 감독은 '또 하나의 약속'을 신파 없이, 담담하게 현실적으로 그려낸 바 있어 '재심' 역시도 기대를 모은다.

[사진=영화 '일급기밀']

◆ 군 비리 그려낸 홍기선 감독의 유작 '일급기밀'

상반기 개봉 예정인 '일급기밀'은 중령 출신의 군인(김상경 분)이 기자(김옥빈 분)와 함께 군 내부 비리 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2002년 차세대전투기 외압설을 주장한 조주형 전 공군 대령, 2009년 계룡대 군납문제를 알린 김영수 전 해군 소령 등의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형 전 공군 대령은 국방부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특정 기종의 선택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가, 군사 기밀 누설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억대 비리 의혹 문제를 고발했고, 스스로 전역한 후 지난해 1월 국방권익연구소를 설립했다.

실화 영화인 '이태원 살인사건'(2009)을 연출했던 홍기선 감독의 작품으로, 홍 감독은 지난해 12월 영화 촬영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별세해 이는 유작이 됐다. 홍기선 감독은 이밖에도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으로 다룬 영화 '오! 꿈의 나라',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삶을 담은 '선택' 등 사회성 짙은 영화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 푸른 눈의 목격자가 본 광주, '택시운전사' 크랭크업

"나를 태워주고 안내해 준 용감한 택시기사 김사복 씨에게 감사한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2003년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을 때 남긴 소감에서 '택시운전사'는 시작된다.

현재 후반작업 중으로, 여름 개봉 예정인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다. 그간 '꽃잎'이나 '화려한 휴가' 등이 광주시민의 비극에 초점을 맞췄다면, '택시운전사'는 서울의 택시운전사(송강호 분)가 독일 취재기자(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워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로, 외부인의 시점에서 전개해나간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지전' '의형제'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의 작품이며, 송강호는 물론 '어벤져스' '레지던트 이블'을 통해 국내 팬에게 알려진 토마스 크레취만의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토마스 크레취만이 맡은 '피터'의 실존인물은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는 위르겐 힌츠페터다. 그는 언론통제로 인해 국내에선 보도될 수 없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주인공이다. 1980년 당시, 특파원으로 머물러있던 일본에서 한국의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그는 심장질환으로 투병하던 끝에,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지난해 1월 별세해 5.18 옛 묘지에 안치돼 있다. 

[사진=영화 '군함도']

◆ 일제강점기 하시마섬 속으로, '군함도'

지난 12월, 크랭크업한 '군함도' 역시 후반작업 중으로, 올해 상반기 관객을 만난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400여명의 조선인이 탈출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일제강점기, 그중에서도 군함도에 초점을 맞췄고 호화 캐스팅과 거대 제작비·제작진의 참여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이 출연하며 '베테랑' '베를린'을 내놓은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다. 200억 원 이상을 들여, 보다 규모가 크고 실감나는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함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익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 작가의 작품 촬영지로 선정되며 논란에 오른 바 있다. 

군함도는 앞서 2015년 9월 MBC '무한도전'에서 전파를 타며 화제를 모아, 시청자들의 관심과 모금을 통해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공양탑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 개봉으로도 관객들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 2017년 영화 기대작으로 '제5열' '1987' 등도 시선 집중 

이밖에도 다수의 영화들이 2017년 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용의자' '세븐데이즈'의 원신연 감독은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힌 군 수사관이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액션 스릴러 '제5열'을 촬영 준비 중이다. 송강호, 류승룡, 정우 등이 출연한다.

강동원, 김윤석, 하정우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1987'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과 6월 항쟁을 다룬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며 촬영 준비 중이다.

유명 스타들이 출연하고, 보다 활발해진 사회비판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는 완전한 자유를 의미하진 않는다. 큰 규모의, 대형 제작·배급사를 통한 영화에는 조금 누그러졌을지 모르나 여전히 걱정은 남아있다. 

이런 우려는 12일 개봉 예정인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언론시사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친정부 낙하산 사장의 임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언론인들의 삶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배급을 맡은 고영재 PD는 "독립영화의 경우, 시장 논리로 접근해도 한계가 분명하고 (상영하지 말라는) 핑계거리가 너무나 많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극장이 압력을 덜 받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상황은 암담하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남긴 바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그래도 "암담한 현실이지만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에선 희망이 읽힌다. 영화인만큼이나 관객의 관심도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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