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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플] 두산베어스 유희관 초슬로볼에 WBC 해외타자들 모욕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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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플] 두산베어스 유희관 초슬로볼에 WBC 해외타자들 모욕감 느낀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1.0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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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타자들과 승부에 관심 집중, 벌리-위버 사례 있어 통할 가능성 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요즘 독자 중에는 기사를 다 읽기도 전에 스크롤을 내려 먼저 댓글부터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독자들이 적어놓은 댓글이 기사보다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또는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몇몇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지식 등을 얻기도 하고 다양한 의견을 소통 교류 공유하는 창구로 활용한다. 스포츠Q는 요절복통, 촌철살인의 댓글 소개부터 의미심장한 댓글의 ‘팩트 체크’까지 독자와 양방향 소통과 올바른 댓글 문화 창달을 위해 ‘Q리플’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자 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편집자 주>

▲ 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오는 3월 열릴 WBC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타자들을 상대로 특유의 느린 속구가 통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국내 야구팬들은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첫 구에 자기들 ‘조롱하냐?’며 바로 벤치 클리어링 발생”(rcra****)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산 베어스 유희관(31)이 세계적인 타자들을 상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전망하는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유희관은 스피드가 중시되는 프로야구 투수의 세계에서 ‘느림의 미학’을 뽐내고 있다. 속구 평균 시속이 120㎞ 후반에서 130㎞ 초반에 불과하다. WBC에서 외국타자들이 유희관의 초슬로볼을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던진 공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말이다.

과연 그럴까? 200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유희관은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챙겼다. 최근 4년 동안 연속 10승에 성공한 좌투수는 국내외 선수를 통틀어 팀 동료 장원준, SK 와이번스 김광현 단 3명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희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모두 승선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느린 구속 때문이다. 스스로 ‘폼만 보면 150㎞ 대 투수’라고 밝히는 유희관은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온힘을 다해 던져도 속구 구속이 130㎞ 중반을 넘기지 못한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50㎞가 넘는 속구도 우습게 쳐내는 메이저리그(MLB) 출신 타자들에게 유희관의 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에도 예비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처음부터 유력한 승선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광현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유력한 대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동시에 WBC에서 공을 던질 유희관의 투구에 대해서도 야구팬들의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 댓글처럼 유희관의 초슬로볼에 해외 타자들은 자신을 기만한다며 오해를 할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면 그 말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유희관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초슬로볼을 던진다고는 하지만 MLB에서도 이처럼 초슬로볼을 던지는 투수들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크 벌리와 제러드 위버가 대표적이다. 둘은 모두 시속 83마일(133.6㎞) 정도의 속구를 던진다. 하지만 벌리는 통산 214승 160패 평균자책점 3.81, 위버는 통산 150승 93패 평균자책점 3.55로 모두 메이저리그에 족적을 남긴 투수들이다.

다만 아리랑 볼에 가까운 초슬로볼을 던질 때 타자들은 간혹 자신을 쉽게 생각해 조롱한다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국내만 해도 이런 사례가 있다.

2013년 유희관은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진갑용에게 74㎞ 커브를 던져 ‘눈빛 레이저’를 맞은 적이 있다. 진갑용이 포수 양의지에게 따져 묻자 양의지는 평소에도 자주 던지는 공이라고 해명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실 벌리와 위버의 사례를 보면 구속이 세계적인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절대 요소는 아니다. 유희관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투수와 공통점을 보인다. 국내에서도 화제의 중심인 유희관의 느린 속구가 세계무대에서도 통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쏠리고 있다. 단 WBC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 올리비에 지루(가운데)가 4일 본머스와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숫자 4를 그리는 듯한 지루의 동작과 세리머니를 말리기 위해 달려오는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오른쪽)이 대비돼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사진=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계화면 캡처]

█ “4위를 부르짖는 지루의 모습이다”(level05nbb***)

잘하고도 욕먹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아스날 올리비에 지루의 동점골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지난 4일 아스날과 본머스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 아스날 올리비에 지루는 후반 추가시간 1분 3-3을 만드는,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0-3으로 뒤지던 아스날은 매서운 추격으로 끝내 동점까지 만들었다. 지루는 관중들을 향해 달려갔다. 지난 경기 환상적인 스콜피온 킥으로 골을 넣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지루는 이를 상기시키는 세리머니를 좌우로 한 번씩 펼쳤다. 이기고 있었다면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퍼포먼스였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아스날 팬들과 팀 동료들의 속은 뒤집어 졌다. 경기 종료까지 5분 가까이 남은 상황. 역전골까지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골을 넣자마자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는 경기 속개를 위해 하프라인으로 향했다.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과 동료들은 지루를 향해 빨리 돌아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럼에도 지루는 관중석으로 다가가 포효를 한 뒤에 하프라인을 향했다. 결국 아스날은 역전에 실패하며 3-3으로 경기를 마쳤다.

영국 일간지 미러의 존 크로스 기자는 산체스가 본머스전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료에게 매우 화가 났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이날의 사건(?)이 산체스의 이적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아스날은 EPL 전통의 명가다. 하지만 2003~2004시즌 우승 이후 12시즌 동안 상위권에만 맴돌았고 4위로 시즌을 마감한 적이 많아 국내 축구팬들은 아스날을 ‘4스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지루의 세리머니가 숫자 4를 그리는 듯 보이기도 했다.

아스날에 대한 답답함, 4위를 할 수밖에 없는 몇몇 선수들의 강한 승부욕이 없는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을 한 문장에 녹여낸 센스 있는 댓글은 그래서 많은 공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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