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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청춘시대'·'미녀 공심이'·'우리 갑순이'… 드라마에 비친 청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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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청춘시대'·'미녀 공심이'·'우리 갑순이'… 드라마에 비친 청춘의 초상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7.01.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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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윤정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34.2%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의 엄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청춘들이 처한 문제의 심각성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 이어, 인관 관계와 내집 마련 포기까지 더한 ‘5포세대’와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셀 수 없다는 의미의 ‘N포세대’란 신조어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청년들의 현실은 트렌드를 가장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미디어, 특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드라마 속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 시대 드라마에 비친 청춘의 초상은 어떤 모습인지 TV 속으로 들어가 보자.  

JTBC 종영드라마 ‘청춘시대’ 한예리 [사진 = JTBC 종영드라마 ‘청춘시대’ 화면 캡처]

“그냥 별일 없이 만나서 커피마시고 얘기하고 시간 보내고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남들처럼.“ - ‘청춘시대’ 윤진명(한예리 분)의 대사 중

지난해 7월 방영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는 배우 한예리가 맡은 윤진명 캐릭터를 통해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캐릭터 정보에서 ‘생계형 철의 여인’이라 표현된 극 중 한예리는,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청춘시대’ 속 한예리는 남들이 노는 시간에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상사의 성희롱까지 참아가며 돈을 벌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시간을 쪼개 면접 준비를 해도 늘 떨어지기 일쑤였다. 돈 한 푼 마음대로 쓰지 못하던 그는, 드라마의 후반쯤 녹록치 않은 현실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위의 대사를 읊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취직되면 머리털 다시 날라나.” - ‘미녀 공심이’ 공심(민아 분)의 대사 중

지난해 5~7월 방영된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는 공심 역을 맡은 민아의 ‘간절한 직장 구하기’ 과정을 통해 ‘취준생’들의 현실을 펼쳐냈다. 극 중 민아가 가발을 쓰는 이유도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때문인 것으로 설정됐고, 그는 볼품없는 외모와 지원하는 회사와는 무관한 전공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거나 면접에서 면박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런 민아의 모습은 실제 취준생들이 입사에 필요한 호감형 외모, 인기학과 졸업, 각종 자격증 취득 등과 같은 다양한 ‘스펙’을 쌓는 청년들의 씁쓸한 현실과 연결됐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민아에게서 현실 속 취준생들의 비애가 더욱 깊이 있게 표현돼, 시청자들은 가슴 아프지만 공감 섞인 위로를 받게 됐다.

SBS 종영드라마 ‘미녀 공심이’ 민아 [사진 = SBS 종영드라마 ‘미녀 공심이’ 화면 캡처]

“결혼하랴, 아이 낳으랴 떠밀어대지만 흙수저들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 ‘우리 갑순이’ 기획의도 중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토요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는 ‘취업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미녀 공심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5포, 7포세대의 문제점을 소재로 다뤘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의 기획의도처럼 ‘우리 갑순이’에서는 신갑순 역의 김소은과 허갑돌 역의 송재림의 로맨스를 통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전했다. 특히 결혼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되는 ‘돈’으로 얽힌 일들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청춘들 앞에 놓인 높은 현실의 벽을 나타냈다. 

SBS 토요드라마 ‘우리 갑순이’ 송재림, 김소은 [사진 = SBS 토요드라마 ‘우리 갑순이’ 화면 캡처]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는 청년실업과 등록금 문제 등은 얼추 2005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20대 태반이 백수’를 의미하는 ‘이태백’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즈음이며, ‘우리 갑순이’에서 김소은이 꿈이 아닌 생계를 위해 창업을 선택한 것 또한 장기화되는 취업난에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증가한 현실과 맞닿았다.

청년들의 녹록치 않은 삶이 시작된 2000년대부터 드라마 속 청춘들의 모습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대학생들이 정권에 맞서 민주화와 학생운동을 이끌어갔다면, 2000년대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취업난 해결 등의 문제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퍼스 낭만’이 있었던 ‘386세대’와 달리 2000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88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한다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변화하면서 드라마에서도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청년실신’, ‘열정페이’, ‘헬조선’, ‘노예계약’, ‘열정페이’란 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tvN ‘미생’, ‘혼술남녀’, SBS ‘그래, 그런거야’, MBC ‘그녀는 예뻤다’,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슬리퍼’ 등의 드라마들은 청년들의 엄혹한 현실과 고민들을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tvN 종영드라마 ‘혼술남녀’ [사진 = tvN 종영드라마 ‘혼술남녀’ 화면 캡처]

특히 요즘 드라마 계에서는 배우들의 ‘생활연기’, ‘생활밀착형연기’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평범하면서도 리얼한 얘기들로 시청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경향이 있다.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 또한, 극 중 캐릭터들이 좌절과 시련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것으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우리 갑순이’ 부성철 PD는 “김소은 대사 중 ‘꿈이 뭔데, 꿈? 꿈이라고 포장했지만 직업이지. 생계라고 쓰고 꿈이라고 읽었어’란 대사가 있다. 드라마는 갑순이 대사처럼 청춘들의 팍팍한 ‘진짜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지만, 결국 그들이 어려움을 딛고 다시 꿈을 찾는 모습을 담으려한다. 시청자들이 갑순이 갑돌이를 보며 공감하고 희망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혼술남녀’를 연출한 최규식 PD는 “청춘들이 퍽퍽하고 살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현 시대상을 그리는 드라마들이 앞으로도 다수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청춘의 고통과 비애를 다룬 드라마들이 공감과 위로를 전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 지점에서 드라마의 성패도 갈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새해가 밝아온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여건들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작금의 현실이 조만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 시대 청춘들이 드라마 ‘미생’에 공감과 위로의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향후 신작 드라마 ‘완생’에 기쁨과 즐거움의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밝고 희망찬 미래가 오길 진정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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