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Q리포트] '김광석 환생'을 이끈 '따뜻한 기술'의 비밀, 그리고 다음 주인공은?
상태바
[Q리포트] '김광석 환생'을 이끈 '따뜻한 기술'의 비밀, 그리고 다음 주인공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1.16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따뜻한 디지털 기술로 다시 태어난 김광석의 새로운 이야기'.

언뜻 '따뜻함'과 '디지털 기술'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지난 연말 방송된 KBS 1TV '감성과학 프로젝트 - 환생'을 본 시청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환생'은 故 김광석의 20주기를 맞아 방송된 프로그램이지만, 수많은 추모 다큐멘터리와는 달랐다. '환생'은 '김광석이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돌아온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전개한다. 

'서른 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은 김광석이 지금 살아있었다면 광화문으로 향했을 거라고 말했고, KBS 방송문화연구소의 '김광석이 살아있다면 불렀을 노래' 설문조사에서는 '세월호'가 1위를 차지했다. 늘 사람과 삶에 대해 노래했던 김광석의 면모가 돋보이는 부분으로, '환생' 제작진은 고도의 과학기술과 따뜻한 감성으로 이를 풀었다.

'감성과학 프로젝트 - 환생'의 1부는 드라마 형식, 2부는 홀로그램 공연이었다. 1부에선 故 김광석이 자신의 추억이 있는 공간과, 세월호 현장 등 사건사고를 겪은 전국 곳곳을 찾아가 위로를 전했다. 2부에서는 현 뮤지션들과의 특별한 듀엣 공연을 선사했다. [사진=KBS 1TV '감성과학 프로젝트 - 환생' 방송화면 캡처]

◆ '환생'이 만들어지기까지…대역 배우 싱크로율에 얽힌 비밀은? 

"어쩜 김광석과 똑 닮은 배우를 섭외했는지. 방송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환생' 속 김광석에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실제 고인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에서다. "김광석을 연기한 대역 배우가 대체 누구냐"며 궁금해 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높은 싱크로율의 비밀은 정교한 기술이다. '환생' 제작진은 김광석과 체격·얼굴이 비슷한 배우를 섭외해, 특수 분장을 하고 컴퓨터그래픽(CG)과 홀로그램 등 특수효과를 입혔다. 대역의 얼굴이 100% 드러난 장면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홀로그램은 빌보드 시상식에 등장한 故 마이클 잭슨, 스눕독과 故 투팍의 듀엣 무대 등에 활용된 기술이다. 케이 팝의 인기가 높아지며 국내에서는 싸이, 소녀시대 같은 한류스타들의 홀로그램 상설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생'에서는 무대에 국한되지 않고, 길을 걷고 전국 곳곳을 방문하는 김광석의 모습이 담기며 보다 색다른 장면이 그려졌다.

비주얼 못지않게, 김광석의 음성 복원 부분에도 공을 들였다. 뭐든 적는 '메모광'이었던 김광석의 기록들과, 공연 중 자주 했던 말들을 모아 그중에서 단어를 조합해 대본을 썼다. KBS 자료는 물론 유가족, 지인, 팬들의 도움을 얻었다. 여기에, 시청자 공모를 통해 김광석과 음성 파형이 비슷한 사람을 섭외해 섬세함을 더했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과 홀로그램을 쏘는 하드웨어 세트의 경우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이외는 모두 KBS의 기술로 제작했다. 

◆ 과학+감성의 조합, 모든 게 새로웠던 도전

'환생'의 본격적인 기획·제작에는 1년여가 걸렸지만 그 출발점은 7~8년 전이다. 당시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던 전인태 PD는 어떻게 하면 과학·기술을 통해 감성적인 것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김광석의 재현이 '환생' 과학기술의 핵심이었다면, 이를 토대로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감성의 역할이었다. 여기에도 기술만큼이나 치열한 고민과 제작이 동반됐다.

'환생'에서 김광석이 찾아간 곳은 세월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등 지난해 참혹한 사건 사고가 벌어진 현장들이었다. 제작진은 직접 곳곳을 찾아가 그 분위기와 감상을 느끼고 대본을 작성했다. 김광석의 위로는 해당 사고들에 대한 안타까움, 분노, 부채감을 지니고 있던 상당수 시청자들에게 뜻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30대 시청자 권태성 씨는 "사고현장에 김광석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기만 해도 울컥했을 것 같은데, 직접 찾아가는 장면이라니…. 실제 김광석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뭉클했다"고 시청 소감을 전했다.

홀로그램 듀엣 공연 출연자 선정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환생'은 김광석과 절친했던 '동물원' 멤버들, 박학기, 김형석, 장필순 등을 섭외해 추억과 이야기의 힘을 자연스레 끌어냈다. '진짜' 김광석과 오랜 친구가 함께 공연하는 듯한 모습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홍보 방식도 새로웠다. 유희열, 규현, 로이킴, 최현석 셰프, 권율, 김설 등 각계각층의 스타들이 출연한 티저 영상을 20주기에 맞춰 20개 제작했다. 

전인태 PD는 "레퍼런스가 없다보니 어느 선까지 해야 할까, 그걸 정하는 데 고민이 있었다. 새롭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KBS 1TV '감성과학 프로젝트-환생' 티저 화면 캡처]

◆ '환생' PD "다음 주인공, 제작진 아닌 시청자가 정해야" 설 연휴 디렉터스컷 방송 

시청자 반응을 통해 "반성과 채찍질도 되고, 잘 봤다는 반응에는 보람도 느꼈다"는 '환생' 제작진은 관련 기획을 앞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단, 이번 김광석 편의 형식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고 또 다른 콘셉트와 내용으로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김광석을 잇는 다음 주인공은 누가 될까? 전인태 PD는 "'환생'의 주인공은 제작진이 아닌,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환생' 홈페이지에서는 '다시 보고 싶은 대중문화예술인'이란 제목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배호, 김현식, 유재하, 신해철, 김정호, 이주일, 최진실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그 외 인물에 대해서도 투표가 가능하다. 물론 설문 결과만으로 다음 주인공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주인공에 대한 자료가 충분한지, 대중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대표적인 인물인지, 제작이 가능한지 등 철저한 검토를 거치게 된다. 

현재 '환생'은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본 방송을 놓쳐 아쉬운 경우라면 설 연휴 방송되는 '환생 - 디렉터스 컷'을 기대해보는 게 어떨까. 여기에는 틈틈이 찍은 메이킹 영상이 담길 예정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