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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드카펫' 윤계상 "난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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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드카펫' 윤계상 "난 지금 행복하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2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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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윤계상(37)이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레드카펫’(10월23일 개봉)에서 그는 당당하게 극장에 간판을 내거는 작품 연출이 꿈인 10년차 에로영화 감독 정우를 연기한다. 지난 1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하얀 이를 모두 드러내는 웃음으로 행복을 감추지 않았다.

 

◆ 베테랑 에로영화 감독 정우 연기…쾌활하고 밝은 본성 회복

순정마초 정우는 상업영화 데뷔를 꿈꾸지만 ‘에로영화 감독’ 출신이라는 꼬리표 탓에 번번이 미국 유학파 신인감독에게 선수를 뺏긴다. 애써 시나리오를 탈고하지만 유명감독에게 가로채기 당한다.

“한 분야(음악)에서 인정받고 다른 분야(영화)에 도전하면 편견을 갖게 마련이잖아요. ‘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그렇게 안 봐주지’ 하는 서운함과 열등감이 있었죠. 그런데 감독님은 에로영화를 연출했던 과거에 대해 감추지 않고 자랑스러워했어요. 전 두려워하고 감추려 했는데. 그런 감독님을 만나서 좋은 기분으로 작업하게 됐죠.”

2004년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으로 연기자 데뷔해 했다. 순탄하게 활동하는 듯 보였던 윤계상은 영화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풍산개’ ‘조금만 더 가까이’ 등 한동안 어두운 캐릭터에 탐닉했다. 눈이 안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던 윤계상의 미소는 보기 힘들었다.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서 갈등이 컸죠. 실력과 테크닉 좋은 또래 배우들을 따라가고 싶어서 선택한 게 집중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너무 지하세계로 들어가게 됐죠. 예를 들어 ‘연기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를 증명하기 위해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에 몰두했고, 너무 잘하고 싶어서 연기도 표현하려고만 들었고요. 되돌아보면 대중이 윤계상에게서 원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의 만족이나 선택에 집중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영화와 god 활동으로 나를 다시 찾게 된 것 같아요. 난 원래 밝은 사람이고, 쾌활하고 도전적인데 너무 갇혀 있었어요.”

 

◆ ‘레드카펫’서 멜로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연기결 보여줘

‘레드카펫’에서 윤계상은 다양한 결의 연기를 보여준다. 드라마, 로맨스와 멜로, 코미디, 액션 등 장르 연기를 과하지 않게 담아낸다. 굳이 애쓰려 하지 않는 호흡이 느껴진다.

“처음엔 코미디라 계산도 많이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라 오버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까불면 진실이 삭감될 거 같았거든요. 진정성을 담기 위해 많이 눌렀어요. 내가 맡은 부분은 진정성과 감동이므로 거기에 치중하는 게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밝으면서 오버하지 않는 면은 많이 흉내냈고요.”

아역 배우 출신인 은수는 전세 사기를 당해 정우의 방에 얹혀살게 되고, 정우의 조언에 힘입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러다 사소한 오해 끝에 정우와 헤어지고 톱스타로 성장한다. 은수 역을 맡은 고준희와는 2007년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기에 이번 영화에서 실제 연인을 방불케 하는 화학작용을 이룬다.

 

“준희가 어렸을 때 공연했는데 벌써 이렇게 컸더라고요. 또 당시 같은 소속사의 같은 팀이었거든요. 준희 캐스팅을 몰랐다가 통보받았어요. 다시 보니까 너무 좋았죠. 한번 연기한 경험이 있어서 편하게 했는데 베드신이나 데이트 장면에서 너무 동생 대하듯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머리를 쓰다듬고 그랬어요. 준희는 무서움이 없는 친구예요. 긴장을 하지 않아요. 마음껏 연기해요.”

◆ “연기든 삶이든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즐겨야”

‘레드카펫’에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꽤 많다. 남산 중턱에서 청룡영화제가 열리는 국립극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다지는 정우의 모습이라든가 봉고차를 타고 달리는 정우의 촬영팀 남자들이 일제히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바람을 느끼는 장면 등 감성을 자극하는 신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봉고차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이 같은 곳을 향할 때 가장 행복하잖아요. 그런 의미를 담았기에 인상적이었어요. 이번에 저희 역시 그랬어요. 감독님은 긍정의 기운으로 필터링해서 내게 전달해줬고, 플러스 알파로 영화를 살려준 정세 형은 너무 고마웠어요. (이)미도, (황)찬성, (조)달환 조합도 너무 좋았고요. 긴장하거나 쫄지 않은 채 대학 졸업 작품처럼 찍은 것 같아요.”

10년차 배우다. 느리지만 열심히 뚜벅뚜벅 이 길을 걸어왔다. 필모그래피는 다양해졌으나 할수록 어려워진다. 한때는 중압감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많이 내려놨다. 차분하게, 급하지 않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점점 실력은 늘 테고, 분명 나이가 들면서 얻어지는 게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연기자로 성장해 나가는 거겠죠. 달환이가 그러더라고요. ‘행복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거다’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연기든 삶이든 지금을 행복하게 즐겨야 할 것 같아요. 미래를 먼저 계획하면 슬퍼지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10년만의 god 활동…싱글 ‘바람’ 작사, 미국공연 등 소중한 기회

10년 만에 지난 7월 정규음반 ‘챕터8’을 발매했고 전국투어를 진행했다. 오는 22일 새 싱글 ‘바람’을 발표한다. 윤계상이 작사를 맡은 의미 깊은 곡이다. 25일에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진행한다.

“더 늙기 전에 공연 한 번 해보고, 음반 하나만 내보자고 했던 게 너무 잘돼서 5개월째 전국투어를 돌고, 미국공연도 가고 그러게 됐어요. 기적같은 일들이 생기니까 이렇게 좋을 수가 없음. 로또 맞은 기분이에요. 연기 생활하면서 심적으로 요동칠 때 메모하곤 했는데 컴백음반을 준비하면서 느낀 걸 메모해 뒀거든요. 태우가 그걸 보고 ‘형이 한번 작사해보라’고 권유해 참여하게 됐어요.”

god가 재결성된다고 했을 때 윤계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장 컸다. 나머지 멤버들과 달리 음악으로부터 완전히 떠나 배우 이미지를 구축한 그인지라 선택이 힘들 수밖에 없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게 두려웠어요. 춤을 추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는데...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거요. 다른 멤버들이 저보다 걱정을 더 많이 해줬어요. 논의를 진행하던 와중에 기사화가 돼버려서 결국은 제가 키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 돼버렸거든요. 태우가 오히려 더 걱정해줬죠. 결국 하게 됐는데 너무 잘됐어요. 좋은 마음으로 해서 잘된 거 같아요.”

◆ 자신의 경험 살려 배우 위한 카운슬링 활동 해보고파

차기작 ‘소수의견’에서 가난한 자들 편에 서서 정의를 수호하는 국선변호사 진원으로 관객과 만난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 죽은 16세 소년의 아버지가 진압 중 사망한 20세 의경의 살인자로 체포된 후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변호팀의 진실 공방을 다룬 영화다.

“이것 역시 도전적인 작품이에요. 지난 2년 동안 저를 깨부수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엔 가진 게 별로 없어서 하면 마이너스일 거다, 들통 날거다란 생각해 외면했던 작품들을 일부러 더 선택하면서 오히려 편해졌어요. 나같이 딕션 좋지 않은 배우가 변호사 역도 가능하구나, ‘레드카펫’처럼 밝은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구나, 뿌듯하고요.”

요즘 배우들을 위한 카운슬링 센터를 해보고 싶은 구상을 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배우들을 위해 전문 센터를 건립, 치유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배우들이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면 작품이 끝난 뒤에도 후유증이 크거든요.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저도 전문 상담을 받았다면 그런 혼란을 겪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에 제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해주고 싶은 거죠.”

▲ '레드카펫'의 조달환 황찬성 오정세 고준희와 함께

[취재후기] 인터뷰 내내 ‘행복’ ‘긍정’ ‘평안’이란 단어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키워드일 거다. 밝고 예의바른 윤계상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건 반가운 일이다. 요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는 질문을 했다. 사진촬영 외에 스킨스쿠버를 하고 있으며 가구제작에 꽂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들 윤계상’ ‘이하늬의 남자친구 윤계상’ 등 자신이 소속될 공간을 많이 만들어놓는데 주력한단다. 그래야 행복하기에.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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