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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부딪혀서 깨뜨린 편견, 휠체어럭비로 바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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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부딪혀서 깨뜨린 편견, 휠체어럭비로 바꾼 인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0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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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 놓고 한일전…아시아 최강 위해 저변 확대·관심 증대·지원책 마련 절실

[300자 Tip!]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이 있다. 장애인이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시선이 그것이다. 장애인들은 몸이 좀 불편해 조금 힘들게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견뎌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장애인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들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들이다. 이런 시선의 내면 속에는 '몸도 불편한데 왜 밖으로 나왔을까'가 담겨 있다. 이런 선입견과 편견이 장애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선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장애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휠체어럭비로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도전에 나섰다.

▲ 한국 휠체어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말레이시아전에서 작전타임 뒤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인천=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코리아! 어잇 어잇 어잇 어잇!"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경기가 벌어진 20일 인천 선학체육관에 우렁찬 기합 소리가 울려퍼졌다. 등에는 태극기 문양이 선명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우렁찬 파이팅이었다.

장애인 스포츠 가운데에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종목들이 많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힘들거나 위험하다고 꺼려하는 럭비를 장애인들이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아오곤 한다.

휠체어럭비는 경추가 손상된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다. 1977년 캐나다에서 사지마비 장애인을 위해 핸드볼과 아이스슬레지하키, 농구, 럭비 등을 접목시켜 만들어졌으며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 시범 종목을 거쳐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휠체어럭비는 장애인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휠체어끼리 접촉이 허용된다. 경기를 하다보면 휠체어끼리 맞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휠체어도 넘어지지 않도록 두 바퀴가 A자로 기울어져 있다. 공을 차지하고 이를 뺏기 위해 또는 진입하면 득점이 되는 키 에어리어를 사수하기 위해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 황희철(오른쪽)이 1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공을 갖고 질주하고 있다.

◆ 아시아 최강 일본 아성에 한국이 도전

휠체어럭비는 이미 패럴림픽에서 활발하게 치러지고 있지만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인천 대회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뒤늦게 채택된 것은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외에는 이를 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역시 휠체어럭비 대표팀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랭킹에 빠져있어 사실상 활동이 중지됐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네 팀이 출전했지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선수들을 급조해 만든 대표팀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네 팀이 1, 2차 풀리그를 벌인 뒤 1, 2위를 차지한 팀이 금메달을 놓고 결승전을 벌이고 3, 4위는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전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금메달을 놓고 다투게 된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풀리그 두차례와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세차례 맞붙게 된다.

하지만 전력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크게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심 금메달을 넘보지만 일본이 워낙 강력하다. 일본은 실업팀까지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다. 패럴림픽에서도 빠지지 않고 출전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0년부터 대표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정락현(35)은 "금메달을 노리고 있긴 하지만 일본을 넘어서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의 실력은 세계 수준급"이라며 "한국은 생활체육 위주의 클럽팀 선수인 반면 일본은 제대로 된 엘리트 스포츠다. 또 휠체어끼리 맞부딪히기 때문에 휠체어 장비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여기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 박우철(가운데)이 1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흐른 공을 잡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 이들이 휠체어럭비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이유

모든 장애인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도 실업팀 없이 클럽 위주의 생활체육이라는 점이 이들을 힘들게 한다. 지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황희철(22)은 "휠체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바퀴 디스크인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일본 제품의 경우 800만~900만원 정도이고 국산 제품도 400만~600만원 정도인데 사비로 구입해야 한다"며 "또 클럽팀이다보니 선수 생활을 통한 경제 생활을 할 수 없다. 다른 일을 하면서 해야 하니 실업팀이 있는 일본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만큼은 일본보다 더 뜨거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지인의 소개로 또는 자신이 직접 하고 싶어서 휠체어럭비를 시작했다.

황희철은 이력이 특이하다. 사고로 장애를 입기 전에 이종격투기 선수생활 경력이 있다.

황희철은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데다가 격한 운동을 좋아했다. 사고를 당한 뒤 지인으로부터 휠체어럭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다"며 "휠체어럭비의 매력은 역시 스릴감이다. 휠체어끼리 부딪히고 박진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주위의 만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럭비라는 말에 '왜 장애인이 그런 위험한 운동을 하느냐'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특히 휠체어끼리 충돌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경추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는 자칫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황희철은 "처음에는 몸을 다쳤으니 자제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휠체어럭비를 하고나서 사교성도 좋아지고 바깥 활동을 많이 하니까 성격도 밝아지는 것 같다. 지금은 더 열심히 하라고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 이명호가 1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공을 갖고 상대 키 에어리어로 맹렬한 질주를 하고 있다.

선수들의 가족들 역시 처음에는 만류했지만 지금은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더 열심히 하라고 부추길 정도가 됐다.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박성민(31)의 어머니인 채공덕(57)씨는 "처음에는 당연히 말렸다. 아들은 하고 싶어했지만 위험해보이는 운동을 왜 하느냐고 했다"며 "그러나 휠체어럭비를 하고 나니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고 생각이 더 깊어진 것 같다. 또 운동량이 많아지니 근육이 향상되는 등 몸도 좋아졌다"고 즐거워했다.

함께 아들을 응원나온 아버지 박창묵(57)씨도 "아내가 아들을 만류할 때 나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쪽이었다. 아들과 내가 밀고 나갔다"며 "지금 보면 그 때 선택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아들이 힘들어 휠체어럭비를 그만 두려고 했을 때 '무슨 소리냐, 했으면 대표팀 선수도 해야지'라며 더 부추겼다"고 웃었다.

역시 대표팀 선수인 김수민(25)의 친구 이진우(25)씨도 체육관에 직접 나와 응원을 나왔다. 이진우 씨는 "일반 사람들도 하기 힘든 운동일텐데 친구가 정말 존경스럽다. 오늘 처음 관전하러왔는데 생각보다 몸싸움이 대단하다"며 "사고 장애를 딛고 일어서 뭔가 해내는 친구의 모습이 멋지다"고 말했다.

▲ 강민(오른쪽)이 1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상대 수비의 저지를 뿌리치고 키 에어리어에서 득점하고 있다.

◆ 장애 있다고 숨지 말고 밖으로 나와 스포츠를 즐겨야

박우철(15)은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중학생 선수다. 사고로 인해 경추손상을 입은 대부분 선수와 달리 박우철은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장애를 겪으면서도 학교생활을 하던 도중 누나 남자친구의 소개로 휠체어럭비를 시작했다. 누나 남자친구 역시 휠체어럭비 선수다.

박우철은 "처음에 어머니의 만류가 심했다. 하지만 휠체어럭비를 하고나니 몸도 튼튼해지고 성격도 활발해졌다"며 "친구들도 휠체어럭비 대표팀 선수를 한다고 하니까 신기해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휠체어럭비를 하기 전에는 사람들의 편견이나 바라보는 시선에 적지 않게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박우철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편견을 갖거나 측은감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을 보낸다. 이런 것 때문에 처음에는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처음에 나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나오면 모두 똑같다. 편견을 갖고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희철도 "다치고 나서 심적으로 포기하는 생각이었지만 휠체어럭비를 하고 나서 달라졌다. 어깨도 좋아지고 심신이 개선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며 "장애가 있다고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기보다 주위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스포츠를 당당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스포츠를 하면 확실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다.

휠체어럭비를 통해 자신들의 인생을 새롭게 바꾼 이들은 이제 한국 휠체어럭비를 바꿔놓겠다고 벼른다. 그 첫 발은 바로 일본을 넘어서는 것이다.

당장 일본을 확실하게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계속 실력을 쌓아가면서 관심을 모으고 저변이 확대되면서 실업팀까지 만들어지게 된다면 일본과 대등하게 겨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인자로 올라서게 될 한국 휠체어럭비의 출발점이다.

▲ 정락현(왼쪽부터), 박우철, 황희철 등 한국 휠체어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휠체어럭비를 통해 자신들의 인생이 달라졌으며 장애인들이 밖으로 직접 나와 함께 스포츠를 즐기며 각자의 삶이 달라지기를 희망했다.

[취재후기] 잘 나가는 댄스가수였다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장애를 겪게 된 한 연예인은 "장애를 갖고 사는데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외로움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늘 불편했다"고 말한다. 또 동정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 역시 장애인들을 가장 불편하게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이라고 해서 다른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함께 생활하는 사회가 진정한 평등한 세상 아닐까.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이 모두가 하나 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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