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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개봉 ①] '더킹', '내부자들' '마스터'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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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개봉 ①] '더킹', '내부자들' '마스터'와는 다르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1.2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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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심각한 문제를 제시하고자 하는 영화는 아니다. 사회적 모순을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해, 관객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한재림 감독의 말대로였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주연의 영화 '더 킹'은 대한민국의 권력을 휘두르는 비리 검사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오락성 짙은 영화다. 예고편 속 화제의 장면 '굿판' 정도는 예사로 넘길 정도로, '더 킹' 곳곳에는 웃음 포인트가 가득하다. 

'더 킹'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을 쥐고 싶었던 신입 검사 박태수(조인성 분)가 고위직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의 라인을 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강식의 오른팔 양동철 검사(배성우 분), 박태수의 조력자 조폭 최두일(류준열 분)까지 네 인물이 중심에 선다. 

('더 킹'의 스포일러가 '아주 약간' 포함돼 있습니다.) 

배성우 정우성 조인성 [사진=영화 '더킹' 스틸컷]

다수의 작품상을 거머쥔 '내부자들'부터 지난 연말 개봉한 '마스터'와 '판도라'까지. 현 국정농단 사태와 미묘하게 맞물리는 영화가 적지 않았다. '더 킹' 역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다뤘으나 그 성격은 확실히 다르다.

앞서 개봉한 영화들이 제3자나 피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거꾸로 '더 킹'은 권력자들의 비리에 동참한 박태수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박태수의 10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애가 펼쳐지며, 그의 인생 곳곳에 자리한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 조명한다. 조인성이 내레이션의 톤에 각별히 신경을 썼기 때문인지 13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권력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 내부는 더욱 적나라하다. 한강식은 박태수와의 첫만남에서, 친일파는 떵떵거리지만 독립군은 보조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지 않냐며 "역사를 모르면 배워"라고 일갈한다. 지금까지의 한국사가 보여줬듯, 성공을 위한 선택은 너무도 자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해야 99%의 보통 사람들을 밟고 올라 1%의 '쥔 자'가 될 수 있는지.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한강식의 손을 잡은 박태수의 삶은 폼나게, 스펙타클하게 흘러가지만 분명 권력에는 끝이 있다. 

'더 킹'의 비리 검사 3인 배성우, 조인성, 정우성 [사진=영화 '더킹' 스틸컷]

'더 킹'에는 한국사회 면면을 담아낸 뉴스장면이 데칼코마니 효과로 펼쳐진다. 한재림 감독은 데칼코마니 효과를 쓴 이유로 "화면이 이질적이어서, 사건이 좀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한강식-김응수, 박태수-최두일으로 각각 대칭되는 내러티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더킹'의 극중 인물들은 서로 닮았다. 검사는 조폭같고, 조폭은 검사같다. 

또 '더 킹'은 지금의 한국사회와도 닮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리얼리티(?) 때문일까. 정우성 등 배우들은 "특정 모델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실제인물을 모델로 삼지 않았다고 했고, '더 킹'은 엔딩 크레딧에 '영화의 내용은 허구이며, 실제와 같은 것이 있더라도 우연이다'는 내용을 넣어 모든 내용은 '우연'임을 한번 더 강조하기도 했다.

'더 킹'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꽤 직접적으로 관객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 킹'의 극중 상황과,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시각적 효과를 교차 편집하며 와르르 무너지는 권력의 종말을 표현한다. 

엔딩 장면 역시, 너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한재림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며 아쉬워할 관객이 있을지 모르지만 '더 킹'의 단순명료함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분명히 있다.

'더 킹'에서 비리 검사 3인을 맡은 조인성-정우성-배성우의 연기는 이들의 최근 출연작 중 가장 인상적이다. 이들이 아닌 박태수, 한강식, 양동철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필모그래피에도 강렬한 획을 그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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