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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태지에게 묻는다, 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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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태지에게 묻는다, 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2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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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서태지의 컴백과 함께 온라인에서는 설전이 벌어졌다. “서태지가 한 물 갔다”와 “여전히 존재감이 확실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분명한 것은 이런 논란을 안겨줄 만큼 서태지는 뜨거운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대중은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5년만에 돌아온 서태지를 20일 기자회견에서 만났다. 그를 둘러싼 궁금증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봤다.

 

◆ 신비주의

대중의 관심을 잃는 순간 연예인의 수명은 끝난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보이는 대부분의 스타들과 달리 서태지는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신비주의’란 키워드를 낳았다.

이번 9집 활동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하는 등 이전에 비해 친근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였다.

서태지=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고 발표, 공연, 방송하는 활동들만으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예전부터 있었다. ‘신비주의’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스스로도 거기에 대해 고민한다. 5년이란 시간 동안 어린 친구들에게는 실체가 없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도 같다. 마음같아선 매년 앨범을 내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신비주의를 벗어던졌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예전과)특별히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전에도 음반 발매 때마다 토크쇼를 해왔다, 9집은 예전에 비해서 조금은 대중적이라 좀더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어 조금 달라졌다.

◆ 삐뽁이

서태지는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딸의 태명을 ‘삐뽁이’라고 밝혔다. 이는 9집 수록곡 ‘크리스말로윈’의 삐뽁거리는 소리에 아이가 뱃속에서 반응했다는 것에서 따 온 이름. 가정과 딸이 생긴 만큼 음악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서태지= 9집은 딸아이인 삐뽁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이는 내가 현재 가장 잘 하고, 관심있는 음악이다.

가정이 생기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확실히 여유가 많이 생기고 행복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들이 음악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음반 재킷의 소녀는 내 딸이 6~7살 됐을 때를 상상해서 그린 것이다. 9집의 뮤즈는 내 딸이다.

 

◆ 아이유

서태지는 9집 수록곡 ‘소격동’을 후배가수 아이유가 부른 버전으로 지난 2일 선공개했다. ‘소격동’은 아이유 버전, 서태지 버전으로 각각 공개됐다.

서태지= 어쩌다 보니 내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나는 나 자신을 보컬리스트가 아닌 송라이터,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소격동’은 예쁜 노래라서 남자보다 여자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아이유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마시멜로우’같은 노래가 댄스뿐 아니라 록킹한 느낌이 있었다. 아이유는 보물같은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그런 목소리로 감성을 울린다는 건 기적같다.

아이유씨 덕분에 10대들에게도 음악을 많이 들려줄 수 있었다. 아이유씨를 업고 다니고 싶은 기분이다. 아내도 너무나 팬이라 집에서 녹음을 하면서 초대해 식사도 함께 했다.

◆ 소격동

선공개된 ‘소격동’은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위치했던 곳으로 사회 비판적인 곡이 아니냐는 가사 해석이 있었다.

서태지= 나는 이런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좋다. 소격동은 어릴 때 살았던 예쁜 마을이다. 겨울에 눈이 오면 운치가 있었다. 당시 삼청공원을 매일 다녔는데, 이후 가보니 콸콸 흐르던 시냇물이 다 말라 있었다. 쇼크를 받아 여기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런 추억들을 표현하면서 시대적 배경을 담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내 집에서 보안사가 보였다. 민방위 훈련에는 탱크가 지나다니고 검문검색도 잦았다. 그래서 “‘소격동’을 듣고 아름다우면서도 공포를 느꼈다”는 말에 ‘아싸!’ 했다. 내가 느꼈던 공포를 사운드에 담았다.

 

◆ 크리스말로윈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 또한 선공개된 곡이다.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합친 제목으로 축제 분위기를 냈다. 동화같지만 어딘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태지= ‘울면 안돼’ 캐롤에서 시작된 노래다. 우는 친구들을 잡아내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어렸을 때부터 재밌기도 하고 무서웠다. 가사 속 산타를 권력자나 회사의 나쁜 상사로 볼 수도 있을 거다. 그런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고 싶다.

‘컴백홈’ 가사에는 ‘부모의 제약’이 나오는데 지금 내가 부모가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된다. 아기에게 울지 말라고 달래는 것 또한 권력이나 제약이 아닐까. 울고 싶을 땐 놔둬야 하는데 내 힘을 이용해서 말리는 거니까.

◆ 안티팬

서태지는 팬도 많으나 안티팬도 많은 스타다. 이번 컴백에 관련해 온라인 상에서 팬과 안티 간 댓글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서태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의 ‘콜라보레이션’이 보이는데 굉장히 재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견은 자유롭게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는 악플 대신 언론과 많이 부딪쳤다. 뭘 해도 안 좋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0년도쯤 안티 사이트가 처음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8집 후로는 내가 (안티들에게) 떡밥을 많이 던졌다.

중요한 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십이다. 지나가면 잊혀질 일이다. 그런 관심 덕분에 내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게 된다면 좋다. 앞으로도 이런 콜라보레이션을 보고 싶다. 이런 토론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이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원동력이 된다.

 

◆ 1990년대

9집 수록곡의 제목 중 하나는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이다. 이 곡은 '한물 간 나인티스 아이콘/물러갈 마지막 기회가 언제일까 망설이네' 등 가사로 구성됐다. 컴백 공연에서 서태지는 이 곡을 부르기 전 “한 물 간 별 볼 일 없는 가수가 들려준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서태지= 나이가 들다보니 이번엔 ‘음악적으로 90년대처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작업을 하며 매번 안되는 건 안된다는 걸 느낀다. 결국은 그런 과정 끝에 마음에 드는 결과물로 나온 게 9집이다.

나도 팬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으로 물러나는 느낌이다. 그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소중한 추억이 있으니 희망과 용기를 갖자고 말하고 싶었다.

서태지의 시대는 1990년대에 끝났다. 2000년대에 컴백했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마니악한 음악이었다.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고 대중적인 부분을 버리게 됐는데, 그 부분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때 좋아하셨던 분들에겐 무척 미안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려 한다.

◆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대표적 수식어는 ‘문화 대통령’이다. 그만큼 큰 영향력이 있고 충격을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태지= (문화대통령은) 꽤 오래 전 얘기다. 지금은 그렇게 불리지는 않는 것 같다. 과분하고 감사하지만 족쇄같은 양면성이 있었다. 지금도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건지 독재자같은 느낌이 있다. 누군가 빨리 (‘문화대통령’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나는 선배로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편안히 음악하고 싶다.

 

서태지는 이날 자정 9집을 발표했다. 9집에는 선공개한 ‘소격동’, ‘크리스말로윈’을 비롯해 ‘숲속의 파이터’, ‘프리즌 브레이크’, ‘나인티스 아이콘’ 등 총 9곡이 담겼다.

이는 2009년 발매한 8집 이후 5년만의 컴백이다. 과거 발표한 음반들보다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서태지는 앞으로 음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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