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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박태환, 공개훈련보다 주목받은 착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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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박태환, 공개훈련보다 주목받은 착한 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1.2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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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박태환(28)이 공개훈련을 가졌다. 물살을 가르는 동작,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여부 등 이슈가 많았지만 그보다 빛난 건 바로 박태환이 체육계를 아끼는 마음 그리고 수영 후배를 향한 애정이었다.

지난해 11월 박태환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한 축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부터 협박받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2016년 5월 25일 김종 전 차관은 박태환 측에 “대한체육회도 그렇고 단국대가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올림픽 이후를 내가 보장해주겠다”며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

당시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 팀 GMP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알렸으나 녹취 파일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피해가 갈 수 있는 ‘제3자’가 있다”며 “해당 녹음 파일로 인해 사실이 왜곡, 과장 또는 확대 해석돼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진행자가 “지금 보도되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어떤 다른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출전 포기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묻자 GMP 관계자는 “굉장히 조심할 부분이다. 그 선수가 박태환보다 후배다. 어른들의 어떤 일들에 의해 그 후배 선수 이름이 거론되고 그가 다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박태환이 가족들에게 녹취를 공개하지 말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고 밝혔다.

후배와 수영계 나아가 스포츠계 전반을 생각하는 마음은 공개훈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또 한 번 나타났다. 한 기자가 최순실 국정농단에 피해자로 언급된 심경을 묻자 박태환은 “어려운 질문인데”라고 다소 당황했지만 누나 박인미 씨와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공개훈련에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박태환은 “많은 운동선수에게 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제겐 힘든 한 해였지만 저로 인해 나아진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이중징계 처벌도 개선이 많이 됐다. 이런 부분으로 수영 후배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6일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앞으로 도핑과 관련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아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내 법원판결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됐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한 1년 6개월의 징계를 모두 받고도 리우 올림픽 출전이 막힐 뻔 했던 ‘박태환 사건’ 즉, 이중징계는 더는 없을 전망이다.

김종 전 차관의 외압, 리우 올림픽 전 종목 예선 탈락까지 이어지는 힘겨운 시기를 극복하고 아시아선수권 자유형 4관왕(100m·200m·400m·1500m), 캐나다 윈저 세계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3관왕(200m·400m·1500m)으로 화려하게 반등한 박태환이다.

박태환은 “빛을 못 보는 운동선수들이 많다. 그 순간에 좌절하고 포기하면 무너지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노력한 만큼 저를 넘어서길 바란다”고 공개훈련과 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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