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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도깨비'와 다른 길 '불어라 미풍아',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막장化 왜? (박영웅의 드라마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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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도깨비'와 다른 길 '불어라 미풍아',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막장化 왜? (박영웅의 드라마Q)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7.01.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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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이번에도 먼저 질문부터. '불어라 미풍아', '내 딸 금사월', '우리 갑순이' 등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요즘 머리 복잡한 독자들에게 스트레스를 더 얹어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답을 말하면, 먼저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주말드라마라는 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안타깝게도 막장드라마로 불린다는 사실이다.    

주말 그리고 막장드라마라, 조금은 이상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주말이면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시청하는 가족 중심 드라마가 성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식을 깨고 지상파 주말드라마들이 심각한 막장 소재들을 활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MBC '불어라 미풍아' 방송 캡처]

여기서 잠깐. 먼저 막장드라마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막장드라마란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말한다. … 매일매일 혹은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을 따라가며 그날그날 소비하는 것이 막장드라마 감상의 핵심이다.’(대중문화사전, 2009. 현실문화연구)

그렇다면 왜 주말 가족 시간대에 과거와 달리 막장 드라마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작금의 사회 경제 상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각박해지는 세상 '막장으로 물드는 가족 드라마 시간대'

드라마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시간대다. 지상파를 기준으로 평일 오전 7~ 9시 시간대의 아침드라마를 시작으로 평일 오후 7~9시 일일극, 평일 황금시간대인 오후 10~ 11시 미니시리즈, 주말 저녁 시간대 드라마를 지칭하는 주말극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방송사들은 정책적으로 아침, 일일, 주말 드라마 시간대를 가족 시간대로 규정하고 '가족과 서민 중심의 드라마'들을 집중 편성해 왔지만 최근 들어 서서히 변질되고 있다.

아침드라마를 시작으로 저녁 일일극, 주말 드라마까지 막장 드라마들이 포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부를 주 시청자 층으로 한다는 뚜렷한 이유가 존재하는 아침드라마는 차치하더라도 실제 가족들이 자주 모이는 시간대라고 볼 수 있는 저녁 일일극과 주말 드라마까지 막장 드라마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동안 대표적인 가족드라마 시간대인 아침, 일일, 주말에 막장 드라마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은  예전과는 다른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혼족 등 가족 해체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가족 시간대 의미가 퇴색했고 자연히 그 시간대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1%까지 증가해 전통적인 4인 가구 비율을 추월했다. 다인 가족 중심의 문화가 쇠퇴하면서 "그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드라마 콘텐츠 분야에도 변화상이 감지된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기기의 발달 등 첨단 정보시대가 도래하면서 ‘집’ 말고도 어디에서든 드라마 접근이 용이해진데다 젊은 드라마 팬들이 케이블과 웹 드라마 등 차별화된 드라마에 열광하면서 가족드라마 시간대의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사진= MBC '불어라 미풍아' 방송 캡처]

◆시청률 지상주의 '무조건 이겨라'

방송사 광고수익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가 엇비슷하게 '시청률 파이'를 나누기도 했으나 최근 예능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사실상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콘텐츠는 드라마만 남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송사는 드라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 중 하나가 가족 드라마 시간대에 막장 드라마를 편성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시청자의 반발과 거부감이 만만치 않았다. 가족 시간대에 함께 보기 민망한 내용의 막장 드라마를 처음 접했던 시청자들은 강한 반발을 하며 '방송 정화 운동'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충격체감의 법칙’이 작동이라도 한 것일까?  '막장'에 점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서서히 무감각해지기 시작했고 오히려 자극적 소재에 길들여지면서 더욱 더 강력한 막장 드라마를 요구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MBC 주말 드라마 시간대의 막장 드라마 쇄도다. 2013년 주말 가족드라마로 호평을 받은 '사랑해서 남 주나'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MBC 측은 막장 드라마의 교과서라고 평가받은 '왔다 장보리'를 편성해 시청률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MBC 측은 주말 가족 시간대에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막장 드라마를 채워 넣기 시작했고 '마녀의 성', '내 딸 금사월', ‘가화만사성’, ‘불어라 미풍아’까지 아예 전통적인 성향의 가족드라마 편성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더 큰 문제는 MBC의 이런 전략이 시청률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자 다른 방송사들도 비슷한 성향의 막장 드라마들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주말 드라마가 '막장화'되면서 국내 드라마 시장은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에 시달리게 됐고 일부 시청자들은 주말 드라마 선택권이 축소되는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졌다. 가족 시간대에 자극적이고 패륜적인 드라마의 증가는 막장 소재를 거부하는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물론이고 한국드라마의 국제적인 위상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국외에서 한국 드라마를 희화화하고 조롱거리로 이용될 위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MBC '내딸 금사월' 방송 캡처]

◆'주말 가족 드라마'를 돌려주면 안 되겠니?!

현재 MBC 주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는 재산을 탈취하기 위해 가짜 딸 노릇을 하고 유전자 조작과 무단침입 납치 교사 등 막장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시청자들의 온갖 비판에 시달리는 중이다. 특이한 부분은 이슈 몰이에는 나름 성공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시청률은 오히려 정체 혹은 하락하는 횟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 시청자 층이 막장 드라마에 지쳐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주말 드라마의 방향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금토드라마’라는 새로운 요일과 시간대 그리고 포맷으로 명작 반열에 오른 '응답하라 시리즈'와 '도깨비' 등을 만들어낸 케이블채널 tvN의 시도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또 현재 지상파 주말 드라마 중 시청률 통합 1위 작품인 '월계수 양복점 ' 등 명품 가족드라마를 연이어 만들어 내고 있는 KBS의 노력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꼭 막장극이 아니더라도 시청자에게 높은 시청률과 이슈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들이다

MBC나 SBS 측은 인기 주말 가족드라마를 KBS가 독점하는 분위기여서 막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막장 드라마를 통해 빠르고 강하게 시청률을 올려온 방송사들의 핑계일 뿐이다. KBS가 만들고 있는 주말 가족드라마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시청자들도 이를 외면할 리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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