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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무한도전' 시즌제 도입,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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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무한도전' 시즌제 도입,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01.3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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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에라모르겠다 #방송국놈들아 #우리도살자 #이러다뭔일나'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호 PD가 남긴 글이다. 김태호 PD는 당시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산타 할아버지에게 ‘휴식’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무한도전’은 7주간의 휴식기를 선언했다. 지난 10년 동안 MBC 파업, 편성 변경으로 인한 결방 외에는 특별한 휴식기 없이 달려왔던 ‘무한도전’의 첫 번째 공식 휴식인 것이다.

[사진= MBC '무한도전 제공]

사실 꽤 오래 전부터 누리꾼들은 ‘무한도전’의 휴식기나 시즌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아이템 고갈, 멤버들과 제작진의 체력 저하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시즌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무한도전’이 달콤한 7주간의 휴식기를 갖기 시작하면서 ‘예능의 시즌제 도입’의 득과 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상파 3사(KBS, MBC, SBS)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즌제 예능은 KBS 2TV ‘해피투게더’가 대표적이다. 현재 시즌3를 방영하고 있는 ‘해피투게더’의 경우 별다른 휴식기 없이 패널은 물론 아이템 교체를 통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 최근 시즌2 론칭을 선언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김숙과 홍진경을 제외하고 모든 멤버가 교체됐고, MBC '미래일기’의 경우 시즌제로 시작됐지만 종영 이후 시즌2에 대한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지상파 3사의 시즌제는 휴식기 후 멤버를 대폭 교체하거나 별다른 휴식기 없이 아이템만 바꿔 진행한다. 간혹 다음 시즌에 대한 기약 없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케이블 채널의 시즌제는 사뭇 다르다.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의 경우 다수의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차별성을 두고 있다.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지니어스’ 등이 그 경우다.

[사진= tvN '삼시세끼' 제공]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쌍벽을 이루는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와 ‘꽃보다’ 시리즈, 그리고 최근 ‘신서유기’까지 성공시키며 시즌제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로 방영된다. 짧은 호흡으로 방송되지만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영석 PD의 시즌제 예능은 앞서 언급된 지상파 시즌제 프로그램과 달리 중심 포맷이 변화하거나 주요 출연진의 변동이 크지 않아 안정적이라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간의 제작 여건과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tvN의 일부 예능 프로그램은 ‘시즌제 예능은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깬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이다. 이런 흐름이 지상파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케이블 방송의 긍정적인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쉽게 시즌제 예능을 론칭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프로그램 에필로그 편성, 메이킹 필름 방영, 스페셜 방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케이블채널의 자유로운 편성과 달리 지상파 3사의 경우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MBC '무한도전‘과 같이 하나의 브랜드로 광고, MD판매 등 다양한 부가 수익을 창출해 내는 프로그램의 경우 비슷한 효과를 내는 프로그램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시즌제 도입은 ‘수익감소’라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외에 시즌제 프로그램의 경우 확실한 편성을 약속 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시즌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백이 길어지면 화제성을 꾸준히 유지할 수 없는데다 대체해 들어온 프로그램이 흥행에 성공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제자리를 찾기 힘들어질 수 있기도 하다.

[사진= tvN '신서유기3' 제공]

tvN ‘신서유기’를 연출하고 있는 신효정 PD는 “시즌의 텀(term)이 길어지면 대중들에게 잊혀진다는 것이 시즌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그래서 그런지 새 시즌이 나올 때마다 지난 시즌과 관련된 글이 화제 되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신 PD는 “시즌제 예능은 준비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자잘하게 준비해야할 게 많은 프로그램이다. 인터넷을 같이 병행하다 보니 더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시청자가 보시기에는 허술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나름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준비해서 만들고 있다”며 시즌제 예능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시즌제 예능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랜 세월 쉼 없이 달려 온 장수 프로그램의 시즌제 도입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더라도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불어 넣어 ‘롱런’의 튼실한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해 봄 직하다.

7주간의 휴식을 도입한 ‘무한도전’. 제작진들은 정상 방송을 위한 아이템 및 새로운 포맷 준비 등은 물론이고 개인 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 휴식이 ‘무한도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향후 시즌제 도입의 밀알이 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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