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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더 킹' 조인성 "'스타 파워' 없어, 겸손함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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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더 킹' 조인성 "'스타 파워' 없어, 겸손함이 먼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1.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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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배우 조인성이 '쌍화점'(2008) 이후 9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영화로서는 공백이 길었음에도, 어색하거나 들뜨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진 연기력이 돋보인다.

'더 킹'(감독 한재림)에서 조인성은 주인공 박태수 역을 맡아, 한국 현대사와 맞물린 한 인간의 일대기를 그려낸다. '비열한 거리' 속 병두가 조인성의 20대 시절 대표 캐릭터였다면, '더 킹'은 올해로 서른 일곱을 맞이한 조인성의 새로운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더킹' 조인성 인터뷰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조인성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어떨까. 신비주의 톱스타, 혹은 젠틀한 미남 모델 배우? 하지만 인터뷰로 만나본 조인성은 스타의 묵직함보단 '깨발랄'한 유쾌함이 넘치는 배우였다. 예상을 빗나가는 통통 튀는 답변들에, 계속해서 취재진의 웃음이 터졌다. 다음은 그 유쾌함이 전해지길 바라며 정리하는 조인성과의 인터뷰다.

- 오랜만의 영화다. '더 킹'을 어떻게 봤나.

조인성: 떨리는 마음으로…. 아휴, 진짜. 내 얼굴 그만 나오면 좋겠는데. 나 때문에 이 영화에 민폐가 되는 게 아닐까, 에 대한 중압감이 확실히 있었다. 큰일났다. 괜히 많이 나오는 걸 선택했나. 해왔던 것처럼 드라마를 했어야 했나 싶고.(웃음) 대본을 보고 분량을 예상하긴 했지만, 큰 화면으로 보니 확실히 부담이 되더라. 끊임없이 내가 말을 하잖나. 어디 좀 숨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대놓고 '주인공입니다'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 오히려 출연분량 때문에 '더 킹'을 선택한 건 아닐까 생각하는 관객도 많을 것 같다. 

조인성: 거꾸로, '난 왜 이렇게 내가 많이 나오는, 촬영분이 많은 작품에 끌릴까?' 생각했다.(웃음) '비열한 거리'도 100회차 찍었고, '쌍화점'도 촬영분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한다면 드라마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소재를 다루고 싶었고, 소재의 제시와 공감이 모두 가능한 '더킹'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더킹' 조인성 인터뷰 [사진=영화 '더 킹' 스틸]

- '더킹'을 보며 현 시국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조인성: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합리적인 의구심으로 사람들이 (국정농단을) 지켜보고 있지 않나. 사실 당시엔 '이건 너무 웃기다' 하면서 촬영했다. 배우 정우성, 조인성이 굿하는 것도 웃긴데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검사들이 샤머니즘에 휘둘리는 게 웃기지 않나. 그런데 막상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게 되니 그 장면에서 웃지 않게 되더라. 

- '더 킹'은 권력자에 대해 다룬다. 배우 조인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힘과는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을까.

조인성: 스타가 대중을 움직인다고들 말하지 않나. '내가 정말 대중을 움직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봤는데, 어쩌면 그건 교만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냈을 때 대중이 움직일 수 있는거지, 내 출연만으로는 대중을 움직일 순 없다. 한번 스타가 영원히 스타인 것도 아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배우의 힘도 떨어진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타의 힘과 권력은 다른 성격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내가 배우를 왜 하게 됐을까?'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 처음엔 주목받고 싶어서였고, 두번째는 사랑받고 싶어서였는데… 궁극적인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단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물론 영화가 잘 되면 좋겠지만 내가 관객을 움직일 수 있다기보단 그저 겸손하게 (연기를 하자고) 생각하게 된다. 

'더킹' 조인성 인터뷰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더 킹'에선 박태수가 한강식의 라인을 타게 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며 '선택'할 시기가 온다. 조인성의 경우는 어떤 기준에 맞춰 선택을 하는 편인가.

조인성: 많은 사람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었다. '어디에든 단점이 있으니 뭐든 쉽게 선택해도 된다'고. 그래서 이 작품('더킹')도 선택하게 된 거다. 재밌지만, 못하면 욕을 두배로 먹겠다는 걸 염두에 두고.

내 가치관이 크게 있을 것 같잖나. 사실 가치관이란 게 없다. 그래서 어디에든 발목 잡히지 않는다. 내 취향을 많이 줄이니 시비가 안 생기더라. 누구를 만나도 좋아할 수 있게 되니, 취향을 줄이는 게 좋겠다 싶었다. 힘들 것 같다고? 활동하며 내 고집, 취향이 생길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더라. 물론 자유롭지만 법적의 테두리는 있어야지. 준법의식을 갖고 사고치지 않으려 한다.(웃음) 

- '쌍화점' 이후 줄곧 드라마만 작업해왔다. 

조인성: 마치 '더킹'을 통해 9년만에 연기를 하는 것처럼 비쳐져서 좀 민망하기도 했다. 드라마를 쭉 찍어왔으니까. 요즘엔 사전제작 드라마가 많은데, 반 사전제작이 굉장히 좋더라. 영화만큼 오래 걸리지 않고, 제작기간이 여유있고 퀄리티도 좋고. 

연기를 드라마로 시작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배성우 선배는 연극이 편하다고 하더라. '연극 어려울 것 같은데?' 하니까 형이 '인성아, 2시간만 하면 돼. 추운 날 히터틀고 더운 날 에어컨 트는 데서 하는데 뭐' 하더라.(웃음)

'더킹' 조인성 인터뷰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인터뷰로 만나보니 짐작과는 달리 쾌활하고 재밌는 성격 같다. 예전에도 이런 성격이었나? 

조인성: 예전엔 내가 나를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조용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친한 사람을 만났을 때를 보니 밝은 사람이더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장점이 확실히 있다. 용기를 내고, 자기방어기제를 열게 됐다. 보다 편안해진 거다. 지금 인터뷰를 할 때도, 사실 내가 기자님을 해칠 이유가 없듯, 기자님도 날 해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기로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입성을 어렵게 했다보니 "작품이 안 되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이 컸다. 예전엔 무서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내가 뭐라고 불리든 상관이 없다. 영화배우든, 탤런트든, 그냥 조인성이든. 예능은 많이 안 했으니 예능인은 아닐테지만…. 하하. 어쨌든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내려놓은 상태다.

- 확실히 편안해진 것 같다. 관객들은 그렇게 찍은 '더 킹'을 어떻게 볼 것 같나.

조인성: 메시지는 강하지만 터치는 가볍다. 심각하게만은 보시지 않을 것 같다. 그 안에 유머, 진중함이 버무려져 재밌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참 잘 풀어주지 않나. 누군가는 어떤 권력자가 연상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한 엔딩인데, 우아떠는 권력자가 응징당하는 말로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 '더킹'은 '상위 1%'라는 부패 검사들의 이야기다. 실제 검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조인성: 1%는 안 좋아하더라도 99%는 좋아할 것 같다. 자신이 1%인걸 티내진 않겠지?

[취재후기] '더킹'은 스타들이 총집합한 화제작인만큼 배우 간 호흡이나, 작품 이모저모에 대해 묻고 싶었던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조인성 개인의 매력이 가득해, 다른 배우들에 대한 질문을 던질 새도 없이 그저 조인성의 유쾌한 입담에 시원하게 웃고 나온 인터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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