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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③ 쇼핑몰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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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③ 쇼핑몰에 도전하다
  •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 승인 2014.10.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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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69cm의 모델치곤 아담한 키. 평범했던 울산 소녀의 꿈 많은 상경. 잡지모델 데뷔, 온라인 쇼핑몰 성공, 뉴욕 런웨이 도전과 6년간의 미국 활동, 귀국 후 스타일링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  모델 출신인 배선영 스타일원미(www.style1.me) 대표의 범상치 않은 약력입니다.

배 대표는 작은 키 때문에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뉴욕과 LA 런웨이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맛봤지만 세계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고 합니다.

스포츠Q는 '도전의 가치'를 소중히 여깁니다. 패션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배 선영 대표의 '뉴욕 런웨이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국내 또는 뉴욕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2004년 8월, 같이 살던 친구와 집 렌트비나 조금 벌어보자며 뜻이 맞아 사업구상을 하게 되었다. 모델일만 하기에 남는 시간이 많았고, 뭔가 창의적인 작은 장사를 하고 싶었다.

▲ 쇼핑몰 운영 당시 나는 직접 모델이 되어 옷을 입고 촬영한 뒤 홈페이지에 업로드했다. 핑크 튜브톱 원피스를 입고 계단을 올라가는 이 착용사진도 당시 찍은 것이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대치동에 살고 있을 때라 선릉역 주변에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메뉴를 팔아볼까 해서 오전 7시에
선릉역 주변으로 시장조사를 갔더니, 이미 김밥 장사 아주머니들이 역 주변을 다 메우고 계셨다.

‘미녀들의 생과일 주스 콘셉트로 트럭을 몰고 다녀볼까? ’
‘트럭에서 옷과 액세서리를 팔아 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자본금이 최대한 적게 들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의류쪽에 도전해 보자’고 결정했다. 우리는 단순히 렌트비만 벌자는 취지로 임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게 되었다.

비싼 홈페이지 제작을 하지 않고도 한 달에 5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었다. 쇼핑몰의 콘셉트는  '잡지에 나오는 모델처럼 옷입기'였다. 여자들의 심리를 잘 반영한 콘셉트였다.

여자들은 잡지를 보다가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들면 바로 구입하고 싶어 하는데 그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마음에 들면 클릭 한 번에 바로 주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낱장 옷 장사’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장사는 한 장씩 구입해 와서 착용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안 나가면 내가 입지’라는 생각을 하며 부담 없이 전적으로 내 스타일의 아이템을 사입했다.

개인 홈페이지에서 나는 항상 데일리룩을 업로드하곤 했는데, 그 방식 그대로를 적용했다. 나는 모델과 홍보를 하고, 친구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택배는 같이 포장하며, 수익은 5:5 로 나누었다.

처음 동대문 사입을 하던 날 나는 40만원을 투자했고, 나의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처음, 동대문에 가서 물건을 사입하는데 상인들이 “어디세요?” 라고 물었다.

“인터넷 쇼핑몰이요~” 라고 하니, “인터넷은 안 팔아요” 라며 물건을 주지 않았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지만 우리도 장사를 해야 하니 그 다음부터는 어디냐고 물으면, “청담동 지지베요”, 이렇게 착한 거짓말을 하고 물건을 받아 왔다.

낮에 친구는 주업으로 회사를 다녔고 나는 모델일과 피트니스 센터에 운동하러 다녔다. 저녁에 둘 다 집에 돌아 오면 함께 오손도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의 동대문까지 가곤 했다.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도 우리는 너무 즐거웠다. 힘든 사입이 끝나면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깔깔깔 웃어댔고, 서로에게 힘들지 않냐며 다독거려주곤 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 쇼핑몰은 모델인 너를 보러 들어오는 팬 카페이자 옷 가게야. ”

친구는 모델인 나의 직업을 항상 존중해 주었고, 내가 모델로서 좋은 촬영 건이 잡히는 날에는 나보다 더 기뻐해 주었다.

▲ 쇼핑몰 운영 당시 동대문에서 교통수단으로 4륜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부담 없이 작게 시작한 쇼핑몰은 잡지사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에게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고, 잡지마다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

또한, 잡지 화보를 찍을 때면 내가 판매하는 쇼핑몰의 제품을 가지고 가서 화보 촬영의 협찬식으로  자연스레 잡지에 노출되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잡지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나의 미니 홈페이지에도 자연스럽게 나의 착용사진을 올림으로써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졌다.

오픈한지 몇 달이 되지 않아 점점 주문이 증가하게 되었다. 한번은 베이지 색상에 핑크 색상의 꽃이 프린트 된 페도라(모자)를 판매한 적이 있는데, 그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똑같은 모자를 압구정동에서 봤는데 여기서 너무 비싸게 샀다”고 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차액을 변상해 줘야 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장사하던 친구는 판매하는 곳마다 당연히 가격이 다르다며 차액을 보상해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장사를 조금씩 배워 나갔다.

그때만 해도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았던 초창기여서 나에게는 책이나 그 어떤 참고서도 없었다. 그냥 부딪치고 겪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사업이 잘 될수록 그 친구와 나는 누가 일을 더 많이 하고 힘들며, 그에 비해 서로 수익분배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다.

정말 처음 시작할 때는 콩 한쪽도 나눠먹자고 다짐하며 시작한 구멍가게였는데, 조금씩 비즈니스 관계가 되면서 주변에서의 잡음도 많아지고, 친구와 약간의 오해와 다툼이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렇게 친했던 그 친구와 나는 서로의 자존심까지 건드려 가며 다시는 허물 수 없는 벽이 생겼고, 돈이 얽혀 있던 친한 친구관계는 금이 가게 되었다. 둘은 동업하던 쇼핑몰을 나눌 수 없기에, 그 쇼핑몰을 누가 가져가냐부터 시작해 계속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배베’ 라는 이름으로 모델활동을 했었는데, 결국 ‘사랑스러운 배베’ 라는 뜻의 ‘러브베베’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이름의 쇼핑몰을 개설하고 다시 시작했다.

결국 돈이 얽혀 있는 비즈니스 관계로 전락한 우리 둘은 수 개월 동안 법정 싸움까지 하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경험했다. 거의 일년 가까이 진행된 소송에서 그 친구와 나는 너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다시는 똑같은 사안으로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조종일에 불참했다.

돈을 떠나 친했던 친구를 잃고 일년 가까이 신경이 날카로워 있으면서 나는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책에 없는 수없이 많은 그 무언가를  배우게 되었지만, 소중한 친구를 잃고 그 친구와의 모든 추억은 다시는 꺼내볼 수 없게 되었다.

▲ 한 잡지 인터뷰에서 쇼핑몰을 홍보했을 때의 모습.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그 후로 동업이란 건 위험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친한 관계일수록 돈이 얽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 졌다.

동업은 친구도 잃고 돈도 잃는다는 인생경험을 제대로 한 것 같다. 나는 홀로서기를 하며 서초동으로 이사를 갔고, 도매 시장에 가서 옷을 사입하고 열심히 노력했다. 역시나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하면 물건을 주지 않아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인 것처럼 행세하곤 했다.

소매가격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격을 막 정하곤 했는데, 그 당시 온라인 쇼핑몰에 관한 책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프라인 옷 장사에 대해서 나온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 책에는 옷 가격을 정할 때 홀수로 해야 더 저렴해 보이고 끝자리를 9로 끝내라고 적혀 있었다.

40,000원 보다는 39,900원이 100원 저렴하지만 상당히 더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있고, 80,000원 보다는 75,000원인 홀수로 쓰면 더 잘 팔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처음에 옷 장사를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품을 한 장씩 구입해서 착용사진을 찍어서 올린 뒤  주문받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주문이 들어왔는데 동대문에 가니 옷이 없어서 비슷한 제품을 찾아 하루종일 헤맨 적도 있었다. 사진과 똑같은 제품이 동대문에서 생산이 끝나서 구입하지 못할 경우에는 고객에게 환불해 주어야 하는데, 비슷한 제품을 보낸 적도 있다.

사진과 똑같지 않다고 컴플레인이 들어 올 때는 고객을 잘 설득해서 반품이 없도록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응대했던 고객은 다시금 내 가게를 찾지 않았던 것 같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제품 정보의 정확성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밤에 문을 여는 도매시장에서 옷을 사입하게 되었는데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서 온라인 쇼핑몰 치고는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새벽에도 문을 여는 도매시장이 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벽 4시에 매일 도매시장으로 사입하러 갔다. 'BEBE STYLE'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전체 코디상품을 5% 할인가로 팔았는데 단품을 파는 것보다 더 관심이 뜨거웠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는 재미있는 옷 코디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계속>

패션 인생 스토리② 소녀, 드디어 모델이 되다 도 함께 보세요^^

패션 인생 스토리④ 쇼핑몰에서 인생을 배우다 도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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