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8:38 (목)
[영화본색] (28) '문영' 정현, 희수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터뷰①)
상태바
[영화본색] (28) '문영' 정현, 희수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터뷰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2.04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자 Tip!] 말 없는 '문영', 그와 달리 재잘재잘 끝없이 말을 이어가는 '희수'. 영화 '문영' 속 두 배우 김태리, 정현의 모습은 지금과는 좀 다르다. 보다 앳된 인상과 색다른 분위기. 이는 2013년 2월 촬영한 '문영'이 4년만에 정식으로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가씨'의 김태리의 출연작이란 이유로 관심을 끌었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문영'은 그 작품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Q(큐)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문영'(감독 김소연)은 평소 카메라로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던 문영(김태리 분)이 연인과 울며 이별하는 희수(정현 분)를 몰래 찍다가 들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악연으로 엮였던 둘은 점차 가까워지고, 문영과 희수는 서로 소통하며 조금씩 내면을 치유해 나간다. 

오랜 시간 후 비로소 관객을 만나게 된 정현에게, '문영'과 함께한 순간들에 대해 물었다. 

'문영' 정현 인터뷰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 4년 전, 문영을 처음 만났을 때 

4년 전이지만 생생하게 기억나요. 혼자 말하고 극을 이끄는 센 캐릭터다 보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우라면 어려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누구나 있잖아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점점 잡아갔어요. 

사실 감독님이 '희수'를 따온 실제 인물이 있었어요. 희수의 집 촬영장소도 원래 그 언니의 집이었는데 사정이 안 되다 보니 못 찍었지만요. 그분과 저는 굉장히 다르거든요. 언니는 누가 봐도 오밀조밀하게 예뻤는데, 저는 희수 캐릭터가 좀 더 중성적인 느낌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의논 끝에 처음 생각과는 캐릭터가 좀 바뀌게 됐죠.

◆ 말 없는 문영, 쉼 없이 말을 쏟아내는 희수

어떻게 보면 희수가 더 생각이 많고, 사연이 많은 아이 같았어요. 원래 생각이 많고, 감추는 게 있으면 말이 많아지잖아요. 분명 희수도 힘들고 감추고 싶은 일들이 많으니까 일부러 밝게 되고, 말이 많아지지 않았을까요. 

지금도 희수를 생각하면 너무 불쌍해요. 어릴 때야 가족의 결핍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점점 커 가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 더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감, 우울을 알게 되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애정결핍이 생기고, 남자친구에 대한 집착도 생기고. 누군가와 금세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까요.

말 없는 문영이와의 소통은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이전에도 언어장애가 있는 역할을 한번 맡았던 적이 있거든요. '결핍과 충족'이라는 영화과 졸업작품이었는데, 언어장애가 있는 여자와 새디스트 남자의 교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언어장애가 있지만 수화를 하지 않고, 소리내 말해보며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친구였죠. 희수 역시 언어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촬영하니 보다 수월했어요. 

[사진= 영화 '문영' 스틸]

◆ '문영'의 카피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희수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받고 싶어' 아니었을까요? 희수는 매번 다른 사람에게 보듬어달라고만 하다가, 문영이를 다독여 주면서 위로받았을 것 같아요. 문영이가 말이 없고, 귀엽고, 좀 도둑고양이 같은 면이 있잖아요. 희수도 그런 면에서 끌렸고 어리광을 받아주게 됐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희수처럼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면서도 그 안에는 외로움이 있으신 분들이 있어서, 공감하며 촬영할 수 있었어요. 

◆ 문영과의 감정은 로맨스였을까요?

문영에게 입맞추는 장면은 복합적인 감정인데… '나 이정도로 최악인데 그래도 내가 좋아?', 그러면서도 너무 힘들어서 위로받고픈 감정이었어요.

희수로서는 다 싫고, 숨고 싶은데 자꾸 문영이가 찾아오니까요. 문영이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는 건 당연히 잘못이었지만. 희수도 다음날 이불킥 했겠죠. 밤에, 딱 감성적인 시간에 그랬으니까요.(웃음) 중요한 장면이라 감독님, 태리 씨와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문영' 정현 인터뷰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가족과의 관계를 맺지 못했던 희수라 많은 실수를 했던 것 같아요. 희수가 문영의 아버지에게 밥을 해 주는 장면도 그래요. 어쩌다 보니 아버지와 마주쳤고, 때마침 배가 고파 식사를 차린 정도였을 거예요. 희수는 별 고민이나 생각 없이 한 행동인데, 문영이에겐 상처를 줄 수 있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 같아요. 사실 문영이에게 '미안해, 내가 오버했던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는 신이 있었는데 편집되긴 했어요.

'워맨스'라는 표현을 붙여주시는데, 희수의 입장에선 로맨스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감정은 깊어도 금방 끝나버렸을 로맨스이지 않았을까요?

기사 이어 보기 - [영화본색] (28) '문영' 정현 "연기할 땐 이미지 관리 없죠" (인터뷰②)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