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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장애인AG 전민재가 선사한 '진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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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장애인AG 전민재가 선사한 '진짜 웃음'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4.10.2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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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리는 것 중 하나는 웃음이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현실 속에서 웃음 보다는 한숨을, 미소보다는 외면이 더 익숙하다. 사진기자로 여러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는 표정 또한 미소와 웃음이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카리스마 있는 포즈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문제는 그 표정들 중에서 '진짜 웃음'은 찾기가 어렵다.

진짜 웃음은 보석처럼 만들어진 웃음이 아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 예쁘거나 아름답진 않다. 하지만 더 묵직하다. 목젖이 보이도록 깔깔거리며 웃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첫사랑 앞에서 얼굴 근육이 무장해제 된 추억을 떠올려 본다면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귀해진 원석 같은 그 웃음을, 지난 19일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200m 결승전에 출전한 전민재 선수에게서 포착했다.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출발한 선수들이 코너를 돌자 월등히 앞서 있는 한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탄력 넘치는 모습으로 뛰어오는 그는 다름아닌 전민재(왼쪽에서 두번째) 선수다.
 

 

 결승선을 향해 내달리는 그의 모습은 활어처럼 살아 있었고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한 전민재는 비로소 해냈다는 미소를 지었다.
 

 

'헐~너무 빨리 뛴 거야?'

 

'내가 1등이라니 믿기지 않아~'

 

'민재야~태극기 세리머니 해야지~'

 

'하하하~ 너무 기뻐요^^'

 

'저기에 미리 적어둔 편지가 있어요~'

 

멋진 태극기 세리머니가 끝난 후 여러 취재진들이 전민재 선수에게 몰렸다. 기자들은 저마다 소감을 물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던 전민재는 미리 적어놓았던 손편지를 들고왔다.

 

'짜잔~길죠? 제가 할 말이 이렇게나 많아요~'

전민재는 두루마리 같은 편지지를 꽉 채운 삐뚤삐뚤한 글씨의 편지를 내보이며 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누나의 편지를 받아든 동생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전민재 선수의 진심어린 다짐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동생이 편지를 읽는 내내 울음을 꾹꾹 참던 전민재 선수는 끝내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간의 어려움과 고민들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앞에서 하염없이 흘러내려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울음도 잠시, 편지의 마지막에 자신이 쓴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ㅋㅋㅋ'란 글귀가 동생의 입을 통해 큰 소리로 읽히자 어디서도 보지 못한 해맑은 미소를 선사했다.

 

이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전민재 선수의 미소와 웃음은 그 어떤 스타의 웃음보다 아름다운 '진짜 웃음'이었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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