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36 (금)
[SQ포커스] 김도훈의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까지 갈길이 험난하다
상태바
[SQ포커스] 김도훈의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까지 갈길이 험난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2.08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수 아래 키치 상대로 기대 이하 경기력…너무나 많은 선수 교체에 조직력-전술 수립 급선무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김도훈 신임 감독이 울산 현대에서 '호랑이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호언했지만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전혀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울산 팬들로부터는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도 되지 못한다"는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이빨과 발톱이 모두 빠진 호랑이라는 평가도 들려온다.

김도훈 감독이 지난 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키치SC(홍콩)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통해 데뷔전을 치렀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이었다. 32강 조별리그에 오르긴 했지만 대량 득점은커녕 승부차기에서 얻어낸 승리여서 상처만 남았다.

▲ 울산 현대가 지난 7일 키치SC를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이기고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에 올랐지만 전혀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감을 안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물론 김도훈 감독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많이 바뀌면서 호흡을 맞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전북 현대와 트레이드를 통해 김창수, 최규백, 이종호를 데려왔고 FC 서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영입했다. 여기에 사령탑까지 바뀌었으니 조직력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AFC 챔피언스리그도 갑자기 만들어진 일정이었다.

실제로 김도훈 감독은 "아직 내 축구 색깔을 선수단에 입히기도 전에 큰 대회를 치르게 돼 부담스럽다"며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종호나 김승준 등 젊고 발빠른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 수 아래의 키치를 상대로 대량 득점이 기대됐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굳이 대량 득점이 아니더라도 90분 풀타임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에서 뛰던 김창수(왼쪽) 등을 데려오는 등 새로운 선수들을 수혈했지만 전혀 조직력이 맞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과도 실망스럽지만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이종호 등 발빠른 선수들을 활용한 공격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울산 선수들은 최전방에 타킷형 스트라이커를 놓고 하는 선 굵은 축구에 더 익숙해보였다. 이종호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님에도 좌우 측면에서 계속 크로스를 올렸다. 선수 구성에 걸맞는 공격 전술이 없었다.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키치가 넣은 골은 바로 세트 플레이 상황이었다. 개인기에서 밀리는 키치 선수들의 공격 패턴은 세트 플레이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너무나도 허술했다. 후반 2분 만에 허무하게 헤딩 동점골을 내준 장면은 수비 집중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연장전부터는 전술도 없었다.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없어 경기 체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 때문에 오히려 울산이 밀렸다. 공이 골대를 맞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결승골을 내주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김도훈 감독의 울산 데뷔전은 낙제였다.

▲ 김도훈 감독은 울산 현대 축구를 '호랑이 축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공격력의 날카로움을 위해서는 아직 더 조직력을 가다듬고 전술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물론 시간은 있다. 김도훈 감독의 말대로 아직 울산은 김도훈 축구에 최적화되지 않았다. 또 석현준 등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영입 얘기도 들려온다. 때에 따라서는 득점력이 있는 코바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놓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울산은 공격형 미드필더 디미트리 페트리토스를 아시아 쿼터로 데려와 코바를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의 전술과 공격력으로는 김도훈 감독이 추구하는 호랑이 축구는 공염불이다. 무엇보다도 '뻥축구'에 길들여져 있다면 울산의 발톱과 이빨은 결코 날카로워질 수 없다. 울산 축구를 호랑이 축구로 만들기까지 아직 갈길이 험난하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