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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더 킹' 정우성, "저는 이제 기성세대, 책임 가지고 바른 목소리 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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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더 킹' 정우성, "저는 이제 기성세대, 책임 가지고 바른 목소리 내고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2.1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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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배우 정우성의 팬이라면 명작 '비트'를 기억할 것이다. '비트'에서 정우성은 당대의 불안한 청춘의 초상을 그려내며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이제 중년의 배우로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우성이 보는 정우성, 대중이 바라보는 정우성은 어떻게 변했을까?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더 킹'의 한강식은 '멋진 악당'이다. 완벽한 수트핏, 명석한 두뇌와 엘리트적 태도를 몸에 익힌 그는 분명한 악인이지만 그만큼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우성은 자신이 맡은 한강식에 대해 "시나리오에서 한강식을 보자마자 무너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남다른 애증을 드러냈다. 아래는 배우 정우성과의 인터뷰 일문 일답.

◆ 한강식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가?

배우 정우성은 '더 킹'의 한강식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상'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 =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한강식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이죠. 초심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순수한 검사들의 양심이 오염되는 과정, 그 중심에 한강식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꼭 무너뜨려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국정 이슈와 맞물려 우병우·김기춘 등 검사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더 킹' 관객들 사이에 많이 거론됐다.

"우병우, 김기춘 누구와도 영화와는 상관이 없어요. 한강식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적폐를 형상화 하는 인물이에요."

◆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감독인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이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재림 감독의 스타일과 특징이 있다면?

"전 되게 좋더라고요. 한재림 감독은 좋은 작가예요. 사실 좋은 작가가 좋은 감독이 된다는 건 다른 문제죠. 한재림 감독은 좋은 작가이며 자기가 써내려가는 텍스트에 대한 이미지가 명확했어요. 특히 타협하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내려고 하는 의식이 강했어요. '더 킹' 이후 진화된 한재림 감독이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지 궁금해요. 또 제게 맞는 캐릭터가 있다면 다시 한 번 한재림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어요."

◆ 후배배우 조인성·류준열과의 호흡은?

"조인성 씨 같은 경우는 동료 배우로 함께 한 건 처음이에요. 제가 뮤직비디오 찍을 때 감독과 배우로 만난 적이 있어요. 배우 조인성으로서 애티튜드를 지키려고 하고 찾고자 노력하는게 멋있다고 느꼈어요. 멋진 후배를 통해 선배로서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요. 

준열이의 경우는 저와 부딪치는 신이 별로 없었어요. 근데 자세가 늘 좋더라고요. 촬영 스케줄이 안 맞아 준열이가 기다리다가 촬영 못하고 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자기 감정 위주로 받아들이기보다 통찰력을 가지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 '더 킹', 사회적인 메시지 담았기 때문에 선택?

"네. 그래서 선택했어요.(웃음) 영화는 시대 정서를 동반해서 관객에게 제안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선배가 되고 여러 장르를 많이 한 경험자로서, 앞으로는 영화를 통해서 대중과 사회와 소통을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죠. 최근에는 멜로도 하고 싶어요. '라라랜드'를 얼마전에 봤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영화 '라라랜드'와 같은 멜로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 아티스트 컴퍼니]

◆ 화제를 모은 '더 킹' 속 '대통령의 얼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얼굴이 영화에 등장한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놀라더라고요. (당연히)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런 것들에 대해 불안한 심리를 갖는다는 게 분위기가 잘못됐단 거잖아요. 알아서 조심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권력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만약 특정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모독이라면 법으로 판단 받겠죠. 

◆ 공식석상에서 '소신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저는 당연한 상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정의롭게 보인다는 게 현재 우리 사회가 잘못된 거죠. 제가 이제 선배가 됐으니까, 또 기성세대로 접어드니까 청년들과 미래 세대를 봤을 때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됐나 자문해보니 고쳐야 할 게 많더라고요. 그럴 때 바른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좌, 우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 정권을 계속 겪으니 바람직하지 않은 권력이 국민들의 생각 또한 방해하는거죠.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요. 끔찍한 폭력과 범죄가 일어나고 사회 분위기가 온전하지 않으니 그런 것 같아요. 좋은 정치를 하면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풀릴텐데, 권력 유지만 하기 위해 이제는 역사를 왜곡하려고 하고…"

◆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영화 연출도 병행하고 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젊은 시절에는 하염없는 낭만에 대해 생각했는데, 감독을 맡고 나이가 먹다보니 그 시절에 생각한 아이템들이 형식적이었구나 생각되더라고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은 좀 더 깊이감이 있어요. 어떤 감정인지, 메시지인지, 시대정신이 있는지,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있죠."

◆ 연출자로서 탐나는 배우는?

"없어요. 탐나는 배우. 다 훌륭한 배우들이고…, 있다면 정우성?(웃음) 어떤 작품은 제가 출연하고 싶고, 어떤 건 다른 배우를 캐스팅해야지 싶어요."

◆ 아티스트 컴퍼니 소속사 대표기도 하다.

"저는 오랫동안 혼자 해 왔고, 파트너가 생기면서 둥지가 좀 더 커진거죠. 함께하는 정재 씨와는 오랫동안 이야기 했었어요. 작년에 정재 씨가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면서 더 늦어지면 힘도 없을텐데, 늦기전에 합치자고.(웃음)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든든해요. 함께하니까 후배들에게 바람직한 제시를 할수도 있고요."

정우성은 현재 배우 전문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사진 =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 '아수리언' 만든 '아수라', '더 킹'도 열광적인 팬덤 생길까?

"아수리언들은 '아수라'가 이야기하는 본질, 이걸 느꼈거나 혹은 다르게 이해해서 '아수라'에 열광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는데, 아수리언 중엔 젊은 세대가 많으니 다른 관점으로 열광하고 있을 수도 있죠. '더 킹'도 그런 열광적인 팬덤이 생길 것 같아요."

◆ 드라마를 다시 해 볼 생각은?

"생각은 열려 있어요. 아무래도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이 있죠. 배우는 글에 의해 움직이니까, 어떤 글이 나에게 올 지 모르는 거니까요. 호기심 가는 작품들이 있어도 스케줄이 안되거나 하죠. 그 작품을 잡아놓고 기다리게 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저는 순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안해봐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로코. 로맨틱 코미디를 안해봤어요. 사실 로맨틱 코미디의 연기 난이도는 상 중의 상이거든요. 시나리오가 좋게 나오기도 힘들고. 유연한 삶을 산, 노장 감독이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우디 앨런 같은 감독이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재밌게 봤는데, 아주 코미디스럽지는 않지만 사랑에 대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 한재림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연애의 목적' 같은 작품이라면?

"저는 박해일 씨가 맡은 유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상대에게 접근하는 역할은 못할 것 같아요.(웃음)"

◆ '더 킹' 관객수를 바란다면?

"바라면 다쳐.(웃음) 주어진 관객들에게 감사해야죠. 앞 일은 모르는 거거든요. 다만 '더 킹'은 본질적인 질문과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영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취재후기] 오랫동안 팬들과 함께한 배우들은 성장한다. 20대의 정우성이 불안한 청춘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다면 이제 어느덧 불혹을 넘은 배우 정우성은 사회의 부조리함에, 인생의 본질적 물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전하는 배우가 됐다. 

정우성은 '아수라'와 '더 킹', 두 작품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력의 폭력에 물음을 남겼다. 다음 작품은 '멜로'와 '로코'를 하고싶다는 정우성. 그가 새로이 보여주는 사랑의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배우라는 직업으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정우성, 그의 앞으로의 작품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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