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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얽매이지 않는 배우 성준, "'인생작'을 만들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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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얽매이지 않는 배우 성준, "'인생작'을 만들지 않을 거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2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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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지난 7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한여름(정유미 분)은 두 남자 강태하(에릭 분), 남하진(성준 분)의 사랑을 받았다. ‘연애의 발견’은 뻔한 삼각관계가 아닌,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표현으로 흔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드라마는 여름이 전 남자친구인 태하에게 돌아가는 결말로 끝났지만, 하진 역을 연기한 배우 성준은 여름의 선택 대신, 다정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스포츠Q 글 오소영·사진 이상민 기자] 서른 두 살의 남하진을 연기했던 배우 성준은 올해 스물다섯이다. 서른이 넘는 연기자들과 호흡했으나 어색함이 없었던 극중과 달리, 실제 만난 성준은 여느 20대 중반과 다를 것 없었다. “실제의 저는 제 또래들과 비슷해요. 그냥 제 나이로 살아요.”

 

◆ “남하진에게 ‘연애의 발견’은 성장물” 

‘연애의 발견’ 속 남하진은 완벽한 남자처럼 보인다. 뛰어난 외모와 스펙, 온화하고 다정한 성격까지. 첫 방송부터 다수의 팬을 얻었다. 그러다 중후반부에 들어서며 그에게 등을 돌린 시청자들이 생겼다. 여름만을 바라봤던 하진이 어릴 때 추억이 있었던 안아림(윤진이 분)과 만나게 되며 그녀를 계속 챙겨주게 된 것. 이는 시청자들이 갖고 있던 하진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게 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하진의 매력은 여름과의 단단함 같았어요. 그 단단함에 틈이 생기고, 벌어지면서 시청자들이 등을 돌렸던 것 같아요. 아림과 만나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하진이가 여름이를 대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당시 대본에는 보는 분들이 하진에게 더 등을 돌릴 정도로 강도가 더 셌는데, 나름대로 완급 조절을 한 거였죠.”

이와 관련해 시청자들 간에는 “한여름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작가가 하진의 캐릭터를 버렸다”는 식의 의견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성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건 아니고, 극중 갈등이 필요해서 넣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미성숙한 부분 때문에 완벽하게만 보였던 하진이란 캐릭터가 인간적이었고요. 저야 하진 역을 맡았으니 하진과 여름이 잘 되길 바랐지만, 둘이 헤어지게 된 게 하진의 성장 면에서는 더 좋은 결말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 ‘나쁜 여자’ 한여름 역의 정유미는 "본받을 점 많은 사람"

‘연애의 발견’은 젊은 사람들의 솔직한 연애 이야기였던 만큼 시청층이 젊었다. 성준의 친구들도 보면서 농담처럼 한 두 마디 해줬다.

“‘너 왜 이렇게 불쌍하게 나오냐?’ 이런 얘기들을 했죠. ‘한여름 나쁜 여자’라고.”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꼈을 부분이었을 듯하다. 극중 여름은 여우같고 때로는 ‘못된 여자’였지만, 여름을 연기한 정유미는 성준에게 훌륭한 선배였다.

“유미 누나와 연기하며 공부가 많이 됐어요. 배우로서 본받을 점이 많아요. 연기에 임하는 태도 같은 것에서요. 모든 장면에서 진심으로 대하거든요. 평소 얘기할 때도 코드가 잘 맞았어요. 누나나 저나 매사에 솔직하다는 점에서 통해요.”

성준이 생각하는 ‘연애의 발견’은 어떤 드라마였을까.

“‘연애의 발견’은 연애 중에 드는 감정들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려준 드라마같아요. 그게 어떤 감정이고,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설명해 주잖아요. 물론 다른 드라마들도 연애에 대해 다루지만 이런 식으로 여러 관점에서 세세히 접근한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젊은 층이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런 여러 가지 ‘정의’들은 정현정 작가가 쓰는 대사에도 그대로 표현된다. 성준은 대본 중 기억에 남는 대사로 ‘좋아하니까 져 주는 게 당연하다’를 꼽았다.

“당연한 내용이고 모두가 아는 얘긴데요. 이런 부분을 끄집어낸 대사들이 간단명료하지만 마음에 와 닿았어요.”

 

◆ “앞으로도 ‘인생작’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성준은 무언가를 정해두지 않는 사람이다. ‘연애의 발견’을 집필한 정현정 작가와 앞서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으나 “비슷하게 연기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 아예 새 작품, 새로운 인물로서 연기”했다.

현실적인 연애를 다룬 드라마이니 본인과의 접점이 있었을 거라는 짐작과 달리, 실제 자신과 맞닿은 부분도 없다고 했다.

“굳이 경험을 빌려와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상대에게 집중하고 현장만을 생각했죠. 연기는 답도 없고, 항상 똑같이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얽매이고 싶지 않은 점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성격인 듯했다. 청소년기에 미술을 전공하며 회화가 아닌 조소를 택한 이유도 “회화과에 가면 재미없는 것들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릴 때 테크닉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고, 관심이 있어 지금 연습 중인 피아노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손가락 연습부터가 아닌 “좋아하는 곡 한 가지만을 연습”하고 있다.

‘연애의 발견’ 또한 어떤 특별한 의미의 작품으로서 기억하기보다 ‘최근작’의 의미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제 철학이기도 한데요. 어떤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거기에 연연하게 되거든요. 저는 단지 최근작에서 가장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이게 내 인생작이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취재후기] 성준은 데뷔 후 빠르게 주연으로 올라선 편이다. 어떤 점에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어요. 캐스팅은 제작진이 하는 거니까.” 다른 질문들에서도 ‘모르겠다’는 답이 많이 나오자 성준은 스스로도 난감해 했다.

“계속 모른다고 하면 성의없게 보일 것 같은데. 근데 정말 모르겠거든요.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배우 분들은 대답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런데…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인터뷰 후 더불어 난감한 기분으로 일어섰지만 이상하게도 그와의 대화는 기억에 오래 남았다. 대체 왜? 그의 표현처럼 이유는 “잘 모르겠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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