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 챔피언십(2부)팀인 블랙번 로버스를 맞아 고전했다. 13개의 슛 가운데 유효슛은 단 3개에 그쳤을 정도로 공격력이 답답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있었다. 즐라탄은 고구마를 먹다가 꽉 막힌 목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와 같은 존재였다. 맨유가 좀처럼 공격을 풀어가지 못하던 상황에서 즐라탄은 교체 13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즐라탄의 결승골로 3년 연속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6라운드(8강)에 올랐다.
맨유는 20일(한국시간) 영국 블랙번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2016~2017 FA컵 5라운드(16강전)에서 대니 그래엄에게 전반 17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마커스 래시포드와 즐라탄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조세 무리뉴 감독은 래시포드를 원톱으로 세우고 앙토니 마샬과 헨리크 미키타리안, 제시 린가드에게 2선을 맡기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공격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볼 점유율은 높게 가져가면서도 슛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오히려 그래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물론 선제골을 내준지 10분 만에 미키타리안의 어시스트를 받은 래시포드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도 공격은 미지근한 정도였다. 오히려 블랙번이 90분 풀타임 동안 8개의 슛을 때리면서 유효슛이 6개나 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다비드 데헤아 대신 골문을 지킨 세르히오 로메로의 철통 방어가 없었더라면 맨유는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칠뻔 했다.
하지만 즐라탄이 해결사로 나섰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15분까지도 블랙번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자 후반 17분 린가드와 마샬을 빼고 폴 포그바와 즐라탄을 투입하며 포메이션을 4-2-3-1에서 4-3-3으로 바꿨다. 즐라탄과 래시포드, 미키타리안을 스리톱으로 내세우면서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즐라탄은 무리뉴 감독은 물론 맨유의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포그바의 도움을 받아 넣은 즐라탄의 골이 맨유의 승리로 이어지는 결승골이 됐다. 즐라탄은 교체 출전해 골을 넣기까지 딱 13분이 걸렸다. 즐라탄은 FA컵에서 첫 골을 넣으며 이탈리아(코파 이탈리아), 스페인(코파 델레이), 프랑스(쿠페 드 프랑스)에 이어 4개국 FA컵에서 골을 넣는 대기록을 세웠다.
주중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즐라탄은 여전히 뜨거운 골 감각을 유지하며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36경기에서 24골을 기록했다. 앞으로 6골만 더 넣으면 2011~2012 시즌부터 6시즌 연속 공식경기 30골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맨유와 블랙번 경기가 끝난 뒤 이우드 파크에서 진행된 FA컵 8강 대진 추첨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유는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와 4강 진출을 놓고 원정경기를 치르게 됐다.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지난 시즌 자신을 내쳤던 첼시를 향한 또 다른 설욕전 기회를 잡았다.
또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으로 8강에 오른 토트넘 핫스퍼는 리그 원(3부)팀인 밀월과 홈경기를 치르게 돼 4강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다.
번리를 꺾고 1914년 FA컵이 시작된 이후 8강에 진출한 첫 5부리그 팀이 된 링컨 시티는 아직 맞대결을 치르지 않은 서튼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승자와 원정경기를 갖는다. 만약 서튼 유나이티드가 아스날을 꺾는 대이변이 일어난다면 FA컵 4강에 오르는 첫 5부 리그 팀이 탄생한다. 서튼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경기는 21일 벌어진다.
재경기를 치러야 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허더스필드 타운은 미들즈브러와 만난다. 맨시티와 허더스필드의 재경기는 29일 예정되어 있다.
■ 2016~2017 FA컵 8강 대진 (앞이 홈팀)
첼시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들즈브러 - 허더스필드 /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핫스퍼 - 밀월
서튼 / 아스날 - 링컨 시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