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4:32 (목)
[인터뷰] 개성파 조연 김성균, 주연의 날개 달다
상태바
[인터뷰] 개성파 조연 김성균, 주연의 날개 달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24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응답하라 1994’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 같지만 배우 김성균(34)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소금과 같은 조연으로 존재해 왔다. 조직 보스의 단발머리 오른팔(범죄와의 전쟁), 연쇄 살인마(이웃사람), 사이코 양아빠(화이), 우직한 민초(군도: 민란의 시대) 그리고 무당에 이르기까지.

장진 감독의 휴먼 코미디 ‘우리는 형제입니다’(23일 개봉)는 30년 만에 상봉한 미국 목사 상연(조진웅)과 한국의 무당 하연 형제가 치매로 인해 사라져버린 엄마(김영애)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형제애를 되찾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무뚝뚝하고 욱하는 기질의 동생 하연을 맡아 웃음과 감동으로 스크린을 잠식한다.

 

- 형제, 어머니의 이야기라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 남동생이 많이 생각났다. 각자 가정이 생기면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귀엽고 예쁘던 동생 모습이 떠올랐다. 동생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 형제의 과거를 추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남의 어머니한텐 살갑게 잘하는데 왜 내 어머니한텐 퉁명스러운지 늘 죄송하다.

- 장진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연극배우로 활동할 당시 연극계의 스타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장 감독과 인연은 없었나?

▲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마산의 극단에서 활동할 당시 그의 작품인 ‘택시 드리벌’을 프로듀서를 통해 허락을 받고 장기 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난 주연 배우로 출연했고, 그때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분의 대본을 손에서 놓지를 않았고, 소위 장진 사단으로 불리는 선배님들의 공연을 참고하기 위해 빈번하게 봤다. 이번에 경험해보니 장 감독님은 생각 표현이나 촬영 현장에서의 진행에 있어 거침이 없다. 워낙 시원시원하셔서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찍었다. 또 연극 연출 출신이다보니 미리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걸 좋아하더라. 블로킹 긋고, 대사 톤 맞춰보고...그런 작업이 재밌었다.

- 조진웅과는 형제나 다름없지 않나? ‘범죄와의 전쟁’ ‘화이’ ‘군도’ 그리고 ‘허삼관’에서 공연했다.

▲ (웃음) 만남이 새롭다거나 긴장된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건 전혀 없다. 현장에 내 보호자가 있는 느낌? 감성이 굉장히 풍부한 배우다. 아역 연기자에게서 볼 수 있는 면모다. 마음이 투명해서인지 캐릭터나 상황에 훅 들어가 버린다. 우리는 보통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부럽다. 진웅 형이 그런 감정을 계속 주니까 나도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엄마를 만나러 가기 직전 나를 쳐다보며 “하연아, 애썼다”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스르르 가슴이 먹먹해졌다.

 

- 첫 주연 영화라 어깨가 무겁겠다.

▲ 흥행, 평가받는 자리란 부담 때문에 ‘영화만 잘되면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다. 이번에 예능프로 ‘런닝맨’과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는데 영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예전엔 티켓파워가 좋은 쟁쟁한 선배님들이 계시니까 편하고 든든했다. ‘군도’나 ‘범죄’ 땐 무대인사에 열 댓명이 우르르 올라가다가 지금은 둘이서 털레털레 올라가니 외롭더라. ‘우리는 형제입니다’ 대사처럼 “이 세상에 우리 둘만 남았습니다”와 같은 상황이다.

- 무속인을 연기하는 건 어땠나. 촬영 전 무속인을 만나 도움을 얻었다고 들었다.

▲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연이 무당이지만 평소 귀신 보고 다니지 않듯이 이분들도 똑같은 사람이더라. 다만 전문 분야로 들어갔을 땐 카리스마가 보인다는 정도다. 난 종교가 없다. 점을 본 적도 별로 없는데 이번에 무속인이 “영화 잘 될 거다”고 했다. 나에 대해선 “조상님이 도와줘서 중반 이후 운이 좋다”고 했다. 땀 흘리며 굿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에서 삭제됐다. 엄마 찾기에 집중하자는 판단에서였다.

-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

▲ 엄마와 헤어진 뒤 형 상연마저 양부모를 만나 미국으로 떠난다. 하연이 울면서 뛰어 나오는 장면이 하연의 감정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컷인 것 같다.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얼마나 형을 기다렸을까. 하연의 외로움이 절실하게 느껴졌기에 그 장면의 잔상이 제일 강렬하다.

 

- 남자 투톱 영화다. 어떤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나.

▲ 난 투덜대고 신경질적인 모습 하나로 주욱 갔다. 하연은 환경으로 인해 고집스러운 성격이 됐다. 전체 장면이나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건 진웅이 형이 담당했다. 형의 눈빛, 진지함과 하연의 코믹함, 들뜬 모습이 조화를 이루지 않았나 싶다. 하연의 집에 처음 왔을 때 굿당을 바라보는 눈빛이라든가 “굿도 하니?!”란 대사들이 빛났다. 거기서 오는 재미가 훨씬 고차원적이라고 여긴다. 완성은 항상 진웅이 형이 해줬다.

- 악역을 많이 해왔다. 악역 연기에 대한 당신의 소신이 궁금하다.

▲ 악역도 여러 부류가 있다. 아무리 인간 같지 않은 악역을 연기할지라도 관객이 봤을 때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왜 그가 악인이 됐고, 악한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시키지 못한 채 나만 아는 식의 연기를 하는 건 금물이다. 열 명 중 일곱 여덟은 이해가 가야 한다. 잠깐 나오더라도 “맞아, 저런 사람 있어!”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나도 연기하면서 과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덜 하려고 해야 하는데 과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럴 때 참 부끄럽다.

- 연기의 출발점이 뭔가. 좋은 배우의 소양은 뭐라고 여기나.

▲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다. 보통 측근들로부터 출발한다, 삼천포를 연기했을 땐 학교 다닐 때 겪었던 애들을 기억해냈다. 이런 애들의 공통점은 부모님이 아무리 비싼 옷을 사줘도 배바지 스타일로 입고 다니고, 단추는 끝까지 잠가야 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기억에 뒀다가 연기에 활용한다. 배우는 사람들을 두루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은 공통적으로 그릇이 큰 분들이다. 편협하면 안 될 듯하다.

-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전엔 구멍가게에서 물건 고르는 거였다면, 지금은 슈퍼마켓에서 고르는 상황이 됐다. 행복한 변화다. 반면 ‘응사’ 종영 직후엔 힘이 빠진 느낌이었다. 드라마가 반향이 클 때 사람들이 막 몰려들다가,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처음 해서였다. 예민하게 받아들인 듯하다. 지금은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덜 날카로워지고, 휴식이 되는지를 알게 됐다. 틈틈이 여행하고 고민도 하면서 ‘내가 편해져야겠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나쁘게 얘기하면 약아지는 거고, 좋게 말하면 노련해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 경상도 사투리가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이렇게 서울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데. 배우 송강호야 고쳐지지 않아서 그렇다 치고 왜 극중 경상도 사투리를 고수하는지 궁금하다.

▲ 송강호 선배님 화술은 매력적이지 않나. 난 서울말이 아직도 어색하다. 진웅이 형도 평상시엔 서울말 쓰다가 내가 경상도 말로 얘기하면 무의식적으로 부산말을 구사한다. 유독 사투리 썼던 작품들이 관객의 기억에 많이 남아서 그런 것도 있다. ‘이웃사람’에선 서울말을 썼다.

- 스릴러 ‘살인의뢰’와 하정우 감독의 ‘허삼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옴니버스 영화 ‘여름에 내리는 눈’을 촬영 중이며 ‘명탐정 홍길동’ 촬영이 예정돼 있다. 모두 주연작이다. 다작 배우가 된 건가?

▲ 다작은 불안증에서 기인한 듯싶다.(웃음) 끊어지면 다시 이어붙이기 힘들 것 같고. “좀 쉬고 싶다”고 하면 “계속 쉬어”란 농담도 있지 않나. 가속도가 붙어서일 수도, 강박 때문일 수도 있다. ‘살인의뢰’는 내가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 당연히 생각할 텐데 엄연히 아내를 잃은 피해자다. ‘허삼관’에선 재밌는 캐릭터이고 ‘여름에 내리는 눈’에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다. 다양한 역할을 할 기회가 주어져서 즐겁다.

- 고향인 연극무대를 밟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 같다.

▲ 무대에서 땀을 한바가지 흘리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영화와 연극, 둘 다 할 날이 올 거라고 본다. 연극계 동료들도 “영화에서 더 자리를 잡은 뒤 연극해라”라고 조언해준다. 관객과 현장에서 이뤄지는 교감,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내고 난 뒤 소진한 육체와 정신이 주는 느낌을 여전히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 배우로서 소망은 무언가.

▲ 난 화려한 한류스타를 꿈꾸지 않는다. 주연 욕심도 크게 없다. 어떤 포지션이든 꾸준히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내가 주연 그릇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떤 역할이든 재밌으면 할 뿐이다. 주연을 맡고 있어서 조연으로 찾아주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몸값 올라가서 안 할거다”는 정말 편견이다. 배역으로는 내가 악역, 대학생, 아들 다 해봤으니 아빠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 흥미를 느낄 만한 캐릭터란 생각에서다.

[취재후기] 사람의 편견은 무섭다. 왜 얼굴 크고, 센 인상일 거라고만 미리 짐작했을까. 작은 얼굴과 슬림한 체구에 깜짝 놀랐다. 웃음기 넘쳐나는 얼굴은 ‘호남형’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김성균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봤던 모습과 차이가 많이 나는 연기자다. 가볍게 농담을 치고 빠질 줄 아는 센스도 그가 무겁지 않은 사람임을 웅변한다. 성곡미술관 맞은편 카페 앞을 지나던 직장여성들이 그를 보자 환호를 질렀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