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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여자축구 성공신화를 따라간다, 여자아이스하키-럭비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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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여자축구 성공신화를 따라간다, 여자아이스하키-럭비의 '무한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2.22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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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카자흐스탄에 0-1로 아쉽게 졌지만 대등한 실력 발휘…실업팀 없는 럭비도 '맨땅 헤딩' 신화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구기종목에서 가장 먼저 '국위 선양'을 했던 선수는 여자였다.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중국을 제치고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사라예보 신화를 썼던 선수는 바로 이에리사, 김순옥, 정현숙, 박미라 등 여자 선수들이었다. 역대 올림픽 구기종목 첫 메달도 여자배구(1976년 몬트리올 동메달)였고 첫 금메달을 따낸 것도 여자핸드볼(1988년 서울)이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대표팀을 구성했던 여자축구는 이제 어느새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베이징 아시안게임 당시 걸핏하면 일본, 중국 등에 7~8골차로 졌고 심지어 대만에도 대패하기도 했다.

현재 여자축구는 남자보다 더 월등한 성적을 낸다. FIFA 주관 대표팀 대회에서 첫 시상대에 오른 것도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었고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17세 이하 여자대표팀이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유럽에 진출했고 북한, 일본, 중국과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바로 그 여자축구의 성공신화를 여자아이스하키와 여자럭비가 바통을 이어받을 기세다.

◆ 여자아이스하키 첫 AG 메달 눈앞…미국프로서 뛰는 골리 신소정 눈부신 활약

아이스하키도 축구처럼 정규 선수 하나 없이 출발해 이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기다릴 정도로 성장했다. 아직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랭킹 23위로 아시아권에서 일본, 카자흐스탄, 중국에 이어 4위에 불과하지만 어느새 북한을 제쳤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 2'를 실화라고 생각한다. 여자아이스하키가 축구처럼 '오합지졸'처럼 모인 것은 맞지만 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영화에서는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꺾고 중국, 일본을 맞아 아깝게 지며 북한전에서 마지막 골을 넣지 못하는 바람에 아쉽게 비기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는 처참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치른 첫 국제대회인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전적은 일본전 0-21 패배, 중국전 1-30 패배, 북한전 0-10 패배, 카자흐스탄전 0-19 패배였다. 이후 2007년, 2011년까지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18일 삿포로-오비히로 대회에서 태국을 상대로 20-0으로 크게 이기며 마침내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분명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2011년 대회에서 일본에 0-10으로 졌지만 지난 20일 벌어진 일본전에서는 0-3으로 아쉽게 졌다. 일본은 IIHF 랭킹 7위의 강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그것도 원정에서 아쉽게 졌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다.

한국은 21일 열린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도 0-1로 아쉽게 졌지만 오히려 경기력은 더 뛰어났다. 유효슛은 30-21로 오히려 한국이 더 많았다. 18년 전에 한국에 18골차 패배를 안겼던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벌인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판타지 영화처럼 여겨졌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에 참가하지 않아 한국과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의 4파전이 됐기 때문에 일본과 카자흐스탄에 진 한국은 사상 첫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한국이 만날 중국은 카자흐스탄보다 훨씬 강한 전력이다. 그러나 중국전에 모든 것을 쏟는다면 대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이 '스마일 재팬'이라는 별칭이 있는 세계 7위의 강호 일본을 상대로 선전하고 카자흐스탄과 팽팽한 경기를 벌일 수 있었던 비결은 새러 머레이 감독의 지휘로 전력이 급상승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아직 국내에 변변한 팀도 없는 실정이지만 대표팀에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또 대표팀 골리 신소정은 미국여자프로아이스하키리그 뉴욕 리베터스에서 활약할 정도로 경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소정은 유효슛 19-47의 절대 열세 속에서도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일본을 상대로 3골밖에 내주지 않는 등 여자대표팀의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대표팀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변이 취약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팀이 많이 창단돼 리그가 만들어지고 꾸준히 경기를 치른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여자축구가 그랬던 것처럼.

▲ 한국 여자럭비대표팀의 이민희가 18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린 아시아 럭비 세븐스 트로피 경기에서 트라이를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 대한럭비협회 제공]

◆ 남자도 기반 빈약한 럭비, 아시아를 향한 '맨땅에 헤딩' 성공할까

비슷한 때에 여자럭비도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 여자럭비대표팀이 2부 격인 아시아 럭비 세븐스 트로피에서 6전 전승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올라, 1부인 아시아 럭비 세븐스 시리즈 출전권을 따냈다.

여자럭비는 2010년만 하더라도 너무나 생소한 종목이었다. 기자가 대학 때 체육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대표팀 선수 선발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합격했을 정도다. 2010년에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시청자투어편에 참가,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을 하는 고충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자럭비의 주변 상황은 그다지 변한 것은 없다. 1박 2일에 출연해서 감독이 없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대표팀 감독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남자도 럭비 실업팀이 해체를 하는 상황에서 여자 실업팀은 아예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반이 취약하다. 대한럭비협회도 수차례 기업을 찾아가 여자 실업팀 창단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 한국 여자럭비대표팀 선수들이 18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린 아시아 럭비 세븐스 트로피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한럭비협회 제공]

그럼에도 여자럭비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시아 세븐스 트로피에서 맞붙었던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네팔 등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의 전력이긴 하지만 한국은 이들 팀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한국 여자럭비의 올해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 목표는 괌이나 태국, 싱가포르 등 실력차가 얼마 나지 않는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한국이 이기지 못했던 팀들이다. 무모하게 보일 수 있는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스포츠만의 매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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