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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재심' 정우의 치열한 고민 "연기, 알면 알수록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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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재심' 정우의 치열한 고민 "연기, 알면 알수록 어려워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2.2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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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개봉 2주차를 맞은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이 순항 중이다. 23일 기준, 137만 관객을 돌파한 '재심'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재심'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정우가 연기한 이준영 변호사는 살인 누명을 쓴 현우(강하늘 분)을 도와주는 인물이다. 

준영 역은 기존의 변호사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사건을 꼼꼼히 조사하고, 현우와의 만남으로 믿음을 쌓아간다. 준영은 현우를 일방적으로 돕기만 하는 캐릭터라기보다, 그 역시도 현우로 인해 변화하는 인물이다. 오직 '지킬 돈 많은 고객'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여겼던 준영은 현우의 사건을 맡으며 변해간다. 이렇듯 사람 간 관계에 주목했기에 '재심'을 두고 '휴먼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것일 테다.

영화 '재심'에 출연한 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초반엔 얄밉고 비호감일 수 있는데, 미워보이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고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찾으려 했다."

김태윤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재심'의 준영은 초반엔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후반부엔 어느새 변화된 모습으로 관객을 마주한다. 

'재심'에 대한 정우의 열정은 대단했다. 정우는 '재심'을 촬영하며, 만족스러운 연기가 나올 때까지 "아시잖아요, 한번 더"를 외치곤 했다. 이마, 손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정우는 촬영 중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로 인해 50바늘 이상 이마를 꿰맸다. 정우는 자신의 열의에 대해 설명하기보단, 부상으로 인해 촬영이 중단될까를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치열했던 '재심' 속 정우의 연기에는 진심이 가득 묻어난다. 

- '히말라야'에 이어 '재심'에서도 실존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특별히 신경쓴 점이 있나요.

정우: 아픔이 있는 인물, 사건이다보니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유쾌한 장면을 찍으면서도 '혹시 선을 넘은 건 아닐까' 고민했고, '이 지점에선 관객들이 보기에 감정이 넘치진 않을까' 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박준영 변호사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인데, 제 모습이 그분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 좀더 조심스럽기도 했죠. 캐릭터 이름까지 똑같이 '준영'이잖아요.

- 준영의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정우: 전 '재심'이 법정영화라기보다는 한 사람이 사람을 믿고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우정 멜로'라고 생각해요. 

이준영 변호사 역시 기존의 변호사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변호사라면 법정에서 변론을 한다거나, 문서화된 자료를 갖고 젠틀하고 차분, 냉철한 느낌으로 소통하잖아요. 준영의 경우는 직업은 변호사지만 수사관에 가까웠고, 소시민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 많아서 거리감이나 어색함도 없었죠.

- 실제 박준영 변호사와의 만남은 어땠어요?

정우: 제 생각보다 더 편하게 해주셨어요. 변호사란 직업에서 오는 어떤 이미지가 있었는데, 인간적이고 친근한 느낌이었어요. 함께 대화나누는 시간이 즐거웠죠. '재심'을 보시고 어떠셨는지 궁금한데, 제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박준영 변호사님이라면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영화 '재심'에 출연한 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현우를 만나고 준영이 서서히 변해가는데요. 이런 감정선이 있다보니, 촬영 순서도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정우: 중요했죠. 하지만 많은 촬영장이 그렇듯이 여건이 되지 않아 순서대로 찍을수는 없었어요. 

- 개인적으로는 '재심' 후반부, 모창환(이동휘 분)과 함께한 로펌에서의 장면이 인상깊었어요. 

정우: 하하. 사실 로펌 배경의 장면들은 장소 여건상 총 4일만에 한꺼번에 몰아 찍은 부분이었어요. 촬영 초반에 엔딩에 가까운 장면들을 찍다보니 감정이 왔다갔다해서 쉽진 않았죠. 감정선을 정리하기 어려웠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 다행히도 관객 입장에선 그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첫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정우: 택시 회사에서 타코미터를 확인하는 장면이었어요. 쉽지가 않더라고요. '히말라야' 후 1년 2개월 공백이 있었으니까 몸이 굳어있었고, 저절로 긴장이 됐죠. 그런 긴장감 때문에 힘이 들어가서, 부상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가장 만족스러운 연기가 나올 때까지 "한 번 더!"를 외쳤다고 들었어요. 첫 주연영화 '스페어'를 찍을 때 기분같다고도 했고요.

정우: '스페어' 땐 정신이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굉장한 긴장과 혼란 속에서 촬영했죠. '재심' 촬영 역시 긴장이 많이 됐어요. 변호사는 논리적이어야 하잖아요. 혼자서 줄줄 말하는 대사량이 있다보니, 말문이 막히지 않고 여유있게 해야 하니까 연습이 필요했죠. 음~ 그다지 힘들진 않았어요!(웃음)

- 그렇게 연습했던 대사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있다면요.

정우: 번호사법 제1조.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어? 되네? 나 아직 기억하고 있네? 신기하네요. 하하하하하! 이런 문장을 못 외우는 편인데….

- 힘들지 않다고 했는데, 정말 연습을 많이 했나봐요.(웃음)

정우: 아무래도 그런가 봐요. 그런데 연습해서 되는 건 나아요. 그건 시간과 노력,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잖아요. 부지런히 연습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연습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는데, 그게 힘들어요. 

영화 '재심'에 출연한 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재심'에서도 연습으로도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정우: 아휴… 많죠. 연기할 때마다 느껴요. 제가 아직 연기에 대해 논할 나이나 위치는 아니지만, 알면 알수록 어렵고 겁나요. 아예 몰랐을 때보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상태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가면 갈수록 고민이 많아지는 거예요?

정우: 네. 연습을 너무 많이 하면 감정 자체가 외워지는 데서 오는 딜레마가 있는데, 특히 이번 촬영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 그런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정우: 아무래도 관객분들의 평인 것 같아요. 매번 개봉 때마다 굉장히 쑥스럽고 민망해요. 제 연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게 부끄러워서 시사회 때 긴장도 많이 하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있죠. 좋게 봐 주시면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 이! 채워져요. 제가 제 작품에 만족한들, 관객분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이런 기대는 흥행과도 연결돼 있나요?

정우: 관객수는 감히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이 영화를 만들어주신 투자자, 제작자 분들에게 손해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매 작품 때마다 있죠. 

스태프 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풍요로운 환경에서 찍는 영화가 드물겠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열악했던 것 같아요. 50억 이상 들었으니 사이즈가 아주 작은 영화는 아닌데, 로케이션 장면이 꽤 많아서 제작비에 맞춰서 이동하며 촬영하다보니 스태프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시골에서 촬영하는데, 여름이라 모기가 많고 그늘이 없고. 더군다나 오거리 장면에선 쨍한 햇빛을 직선으로 쐬게 되니까 고생들 많이 했거든요.

- 정우 씨 본인도 힘들었겠어요.

정우: 연기자들이야 뭐… 아, 김해숙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 그런데 연기하면서 힘든 내색도 전혀 안 하셨어요. 그렇게 선배님께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시니 후배들도 많이 따라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재심'에 출연한 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절친한 강하늘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친한 사이니 좋은 점도,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정우: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어요. 너무너무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하늘이가 사람들이 많을 땐 잘해주고, 단둘이 있을 땐 절 위협해요. 그리고 하늘이가…. (기자의 노트북을 확인하는 정우, 좌중 폭소) '그리고 하늘이가 점점점(…)' 이렇게 써 주세요.

- '히말라야' 인터뷰 때 "강하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요. 지금은 그런 칭찬 없이 장난스럽게 대하는 걸 보니 확실히 더 친해졌단 생각이 드네요. 

정우: 하하. '꽃보다 청춘' 촬영을 통해 부쩍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 방송 촬영인데도 실제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던가요? 불과 열흘 정도였는데요.

정우: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원래 모르던 사이였다면 '꽃보다 청춘' 사람들끼리 서로 친해지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다들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고… 아, 하늘이는 아니구나. 하늘이가 또래인 줄 알았네? 너무 친구처럼 해서? 하하하! 상훈이형, 정석이, 하늘이, 저까지 다들 서로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보니 친해졌어요. 오랜만에 만나도 친근한 사람이 있고, 자주 만나도 어색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들 전자 쪽이예요.

- 차기작 촬영을 앞두고 있죠. '히말라야' 후 '재심'까지 공백이 길다보니 팬들이 차기작을 무척 기다리더라고요.

정우: 팬분들에게 굉장히 미안해요. 앞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 마지막 질문. 배우 정우가 생각하는 최고의 칭찬은 무엇인가요? 

정우: 연기자니까 '연기 잘한다', '배우답다' 그런 말들이예요. 누구든 자신답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답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영화 '재심'에 출연한 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취재후기] "연습으로 되는 일이라면 낫지 않나.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되니까." 자신의 노력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걸 영 쑥스러워하는 정우지만, 그의 치열한 고민과 연습을 알 수 있는 한마디였다. 

정우에겐 '친근한', '인간미 넘치는' 배우란 표현이 따라붙을 때가 많다. 스스로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초면의 상대에게도 따뜻하고 살가운 붙임성이 있다. 이런 친근함은 인터뷰 후 사진 요청에 대해 "그럼요, 100장도 찍을 수 있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하고, 인터뷰 후 배웅까지 하는 다정한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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