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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김태윤 감독 "'재심' 엔딩, 판결 결과에 따라 느낌 달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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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김태윤 감독 "'재심' 엔딩, 판결 결과에 따라 느낌 달랐을 것"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2.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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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과연 잘 될까?" 영화 '재심'의 흥행은 미지수였다.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이미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사건에 관객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최근 흥행한 블록버스터들과는 제작비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재심'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28일 기준으로, 195만 관객이 '재심'을 관람했다.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개봉 2주차를 맞은 '재심'은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딴 영화다. 돈밖에 몰랐지만 점차 의뢰인을 진심으로 도와주게 되는 변호사 준영(정우 분),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복역한 현우(강하늘 분)의 이야기다.

'재심'은 김태윤 감독의 세번째 연출작이지만, 그는 이번 작품이 진짜 데뷔작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데뷔작은 아무것도 모를 때 제작사의 시나리오로 했던 작품이었고, 삼성반도체 노동자 사망사건 실화를 담아낸 '또 하나의 약속'은 지금처럼 관심을 받지 못했고 제작 상황이 열악했다. 그만큼 이번 '재심'으로 관객들을 만날 기대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재심'의 김태윤 감독이 배우 정우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사건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김태윤 감독: '또 하나의 약속' 때 느꼈듯, 영화가 실화를 뛰어넘기 힘들고 투자와 캐스팅이 어려웠다보니 또다시 실화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러다 선배를 통해 약촌오거리 사건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죠. 너무 기가 막히고, 지어낸 시나리오에선 볼 수 없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박준영 변호사의 캐릭터와 말도 재밌었어요. "나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한번 떠보려던 변호사였다",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못 들어가니까 재심으로 떠 보자, 최군을 꼬셔서 방송이나 나가보자 싶었는데 어느새 재심 전문 변호사가 돼 있었다" 그런 말들이 인상깊었죠.

- 기존 미디어들이 보여줬던 '정의로운 변호사'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말인데, 어떻게 그 속에서 진심을 찾았나요.

김태윤 감독: 한 인간에 대해 알려면 결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그 사람, 캐릭터가 어떤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느냐를 봐야겠죠. 스스로는 속물 변호사라고 말하지만, 행보를 본다면 법과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변호사가 되신 거니까요. 

- 촬영을 마친 후에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이 났습니다. 판결 결과에 대해 감독으로서의 불확실성은 없었나요.

김태윤 감독: 시나리오를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수많은 고민을 거쳐 재심 개시를 엔딩 장면으로 잡았어요. 혹시라도 만에 하나, 재심 청구가 안되거나 살인 누명을 벗을 수 없었다면 엔딩의 느낌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이렇게 노력과 증거가 많았는데도 사법부는 누명을 벗기지 않았다는 뜻이 되니까요. 다행히 무죄 판결이 나와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재심'의 김태윤 감독을 인터뷰했다. 이준영 변호사(정우 분)의 실제 모델이 된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재심'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법원과 경찰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보는 의견도 있는데요. 

김태윤 감독: 박준영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영화화된다는 얘기 때문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심'이 박준영 변호사처럼 억울한 사건에 대한 재심을 진행하려는 경우나 최군의 가슴속 응어리를 푸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약촌오거리 사건은 17년 전 벌어졌지만, 혹시 지금도 수사 일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요?

- '재심'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배우의 연기에는 감독의 역할 역시 중요했을텐데요.

김태윤 감독: 최고의 연기연출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가장 어려운 게 캐스팅이죠. 감독들은 거절당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요. '재심'은 정우씨도 하늘씨도, 굉장히 무난하게 된 편인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배우를 캐스팅했더라도 시나리오가 이상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시나리오를 잘 다듬고 잘 만지려고 노력했어요. 거의 모든 디렉션이 시나리오에 담겼거든요. 함께 리딩하고 입에 맞게 대사를 고치곤 했죠.

- 감독으로서 보는 배우 정우, 강하늘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김태윤 감독: 제 선입견과는 너무 달랐어요. 정우 씨는 굉장히 편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어서 연기를 편하게 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 갈고닦고 거듭 질문했어요. 그렇게 준비해서 본인이 비로소 안심했을 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런 치열함이 있죠.

하늘 씨는 자기가 얼마나 준비해왔는지 전혀 티를 안 내요. 진지할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무척 즐거운 타입이예요. 중요한 감정신이 있는 날에도 모든 스태프들에게 "친구" "형님" 하면서 다 인사를 해서, 속으로 '배우가 들떠있는데 어쩌지' 싶었는데 카메라가 돌면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요. 

'재심'의 김태윤 감독을 인터뷰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백철기 형사를 연기한 한재영의 경우, 강압수사를 진행하며 폭행과 폭언을 퍼붓는데도 그 대사나 억양은 무겁지 않았어요.

김태윤 감독: 백철기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절대악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카리스마 있고고 무거운, 그런 악인은 현실에 별로 없죠. 생활감 있고 집 근처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저씨, 소위 말해 '개저씨'. 그런 톤으로 연기해야 좀더 감정이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한재영 배우가 그렇게 연기 톤을 잡아왔어요.

-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실화에서 오는 억울함과 슬픔이 있는데, '재심'은 비교적 눈물을 자극하지 않고 가볍게 풀었단 평이 많은데요.

김태윤 감독: 전 오히려 너무 감정적으로 들어간게 아닐까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담담해서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고보면 한국영화는 확 울려야 흥행한다는 어떤 미신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실제로 흥행 작품들이 종종 '신파'라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한데요.

김태윤 감독: '울려야 흥행이 된다' 그런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러닝타임 100분 중, 90분이 재미없고 마지막 10분이 감정과잉이라고 해서 그 영화를 좋아하진 않잖아요. 각 영화에 맞는 고유의 연출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재심'의 경우에도 뒷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감정선에 대한 연출에 대해서는 정말 얘기들이 많은데 각자 취향이 다르다보니 맞추기가 힘든 문제인 것 같아요.

'재심'의 김태윤 감독과 배우 강하늘이 촬영 중이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사회에 관심있는 감독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데, 평범한 사람이다"고 했는데, 말보다 행동을 주목해야 한다는 아까의 말을 생각해본다면…. (웃음) 예술이 변화를 일으킨다는 말엔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태윤 감독: 영화화할만한 매력있는 소재인가 따져보는 것이 먼저지, 그보다 다른 목적이 우선되는 건 거꾸로 된 작업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서 했던 말이예요.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감상하는 관객의 몫인 거지,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메시지를 던져서 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고요. '재심'을 보고선 관객들이 사회적 약자라든가, 박준영 변호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관심갖는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재심' 다음의 작품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김태윤 감독: 차기작은 기약이 없어요.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웃음), 다음 작품으로는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취재후기] 그 내용과 영화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재심'은 변호사 주인공이 누명을 쓴 청년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개봉 전 '변호인'과 비교되기도 했다. 김태윤 감독은 관련 질문에 시원하게 답했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어떤 영화가 나와도 비교될 것 같아서, 개의치 않아요. '변호인'의 1/3만 흥행하면 좋겠네요. (그래도 300만이네요.) 그러니까요. 하하."

개봉 3주차를 맞이한 '재심'은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재심' 관람 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경·검찰의 부실·강압 수사에 분노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자 하는 관객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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