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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예능으로 간 차기 대선주자들, 이미지 얻고 검증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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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예능으로 간 차기 대선주자들, 이미지 얻고 검증은 잃었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3.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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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이쯤되면 '캐릭터 배틀'이다. 고구마 문재인, 충남엑소 안희정, 사이다 이재명, 생수 안철수, 국민장인 유승민….

19대 대선을 앞둔 차기 대선주자들은 전에 없던 재밌는 별명들로 불리고 있다. 이는 후보캠프의 이미지 전략이기도 하지만, 많은 국민이 이들 별명을 친근하게 여기게 된 건 아무래도 대선주자들의 예능 출연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단번에 높은 인지도를 얻거나, 특정 캐릭터를 부여받듯 대선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기 대선'의 가능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대선 주자들을 초청하고 있다. 후보들의 표심잡기, 이를 다뤄 보려는 방송계, 시청자의 관심이 맞물린 결과다. 그런데 이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들의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구직자'들이 국민을 상대로 면접을 본다는 콘셉트로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이 출연했다. [사진=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방송화면 캡처]

◆ '대선주자 국민면접' '숏터뷰' 높은 인기, 기획 이유 분명해 

후보들과 제작진이 선택한 '예능'은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을까?

총 5부작으로 진행된 SBS 특집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최고시청률 문재인 편 7.3%를 비롯해, 5~7%의 시청률을 올렸다.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심야 시간대인 오후 11시10분에 방송됐다. SBS 심야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타는 청춘'이나 '자기야-백년손님' 정도가 7%대이고, '씬스틸러 드라마 전쟁' '꽃놀이패' '웃찾사' 등은 3~4%대를 기록했던 바 있다. 그만큼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단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다음소프트가 개발한 콘텐츠 화제성 지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에 인기 드라마 '피고인'을 누르고 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대선후보 예능'의 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사와 예능을 섞은 인기 프로그램 '썰전'과 파격적인 인터뷰 형식으로 사랑받은 '양세형의 숏터뷰' 역시 화제성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에 비해 예능이 아닌, 기존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 형식을 따른 KBS 1TV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나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의 경우 화제성이 미미했다.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의 경우 당시 대선불출마 선언 전이었던 반기문 편(8.5%)을 제외하면 KBS 1TV 시청자층이 두터운데도 시청률이 점차 하락해 4%대를 기록했다. '대선주자를 검증한다' 역시 시청률 사정은 비슷했다. 대선주자들의 입장에서도, 방송계의 눈으로 봐도, 이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양세형의 숏터뷰'는 안희정 지사가 양세형을 들고 인터뷰하고, 이재명 시장이 돌직구 스피드퀴즈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사진= 네이버TV '양세형의 숏터뷰' 방송화면 캡처]

◆ '파격 예능' 친근해진 대선후보, 이미지 상승 효과 

지난 대선에 SBS '힐링캠프' 같은 토크쇼에 대선 후보들이 출연한 적은 있지만, 이렇듯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을 섞은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 총 5인의 대통령 지원자가 '대통령'직을 구직한다는 콘셉트로 역량을 검증받는다는 형식이었다.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1분 자기소개, 이력서 검증, 압박면접, 2:1 심층 압박 면접, 악플 읽기 등으로 구성됐다. 대선후보가 직접 작성한 이력서에는 공약집 프로필 외에도 취미, 특기 등 다양한 사적인 부분이 담겼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반려묘, '혼술' 습관이나 '반찬 투정을 하지 않음' 등과 관련해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졌다. 기존 프로그램에선 보지 못했을 장면이다.

모바일 예능 '양세형의 숏터뷰'의 경우, 진지함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양세형의 숏터뷰'는 양세형의 노련한 인터뷰를 통해 대선후보들의 특징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후보들이 돌발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포인트로 삼았다. 

이는 장난스럽게만 보일지 모르나, 그 안에는 대선후보의 매력과 강점이 충분히 들어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근혜, 이재명, 설현 등을 대상으로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며 정치적인 방향성을 얘기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장실에서 버릇없이(?) 행동하는 양세형을 통해 성남시장실이 항상 열려 있음을 보여줬다. 

◆ 차기 대선후보 '검증'은 됐을까?

'썰전'은 예능과 시사를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심도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인 안철수, 유승민 의원의 출연 모습. [사진=JTBC '썰전' 방송화면 캡처]

이들의 잦은 TV출연에는, 후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싶다는 국민의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게이트가 벌어졌고 탄핵심판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도 국민들은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싶어 한다. 충분한 검증이 없었기에 최근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예능에서는 대선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여기에 시청자들의 평은 엇갈리고 있다. 웃음을 주려는 예능적 목적에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후보들의 공약과 됨됨이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들여다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보자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친근한 매력은 높아지지만, 그가 정작 내세우는 가치나 공약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무리 선거가 '이미지 경쟁'으로 불린다지만, 이같은 예능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그램의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등장했다. '대선주자 국민면접'의 경우, '국민 면접관'으로 꼽힌 철학자, 소설가, 평론가 등 패널들의 대표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는 의견도 잇따랐다.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통해 다수의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배우 김의성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저런 거지같은 프로그램을 아예 볼 생각도 안하는 내가 챔피언", "누가 누굴 검증해 진짜"라고 적기도 했다. 

반면 '썰전'의 경우 예능과 시사를 접목한 장수 예능으로, 대선주자 초청에도 혹평을 비껴가며 선전 중이다. '썰전'은 본래도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밌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특집에서도 각종 공약을 점검하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예능 출연, 어디까지 갈까? 물론 득실이 있겠지만, 예능 출연은 색다른 기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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