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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Q] '초인가족' 성차별과 여성문제, 정말 이게 최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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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Q] '초인가족' 성차별과 여성문제, 정말 이게 최선인가요?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3.0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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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최근 성차별과 여성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벌어진 강남역 살인 사건을 비롯, 한국사회는 여전한 성차별과 여성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초인가족'에서는 최근 이슈인 성차별과 여성문제를 풍자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러나 '초인가족'이 성차별을 다루는 방식은 깊은 고민이 부족한 듯하다.

'초인가족'에서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주제로 '성스러운 이야기'라는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사진 = SBS '초인가족' 방송화면 캡처]

7일 방송된 SBS '초인가족'(극본 진영·연출 최문석)에서는 '성스러운 이야기'라는 에피소드가 방송 됐다. 이날 방송에서 박혁권은 회사 내의 '성희롱 방지 교육'을 팀원들과 함께 듣게 된다. 

박혁권과 박원균(김기리 분)은 이미 안정민(박희본 분)을 상대로 꾸준한 성희롱을 해왔다. 외모 비하부터 박희본을 '노처녀'라고 지칭하며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두 사람은 성희롱 교육에 "어째서 이게 성희롱이냐"고 항의한다.

그러나 '초인가족'에서 팀원들이 박희본에게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외모 비하와 결혼 간섭은 명백한 성희롱이다. 성희롱 예방 교육에 나온 강사 역시 이 사실을 지적했지만 '초인가족' 제작진은 해당 사안을 '웃음코드'로 사용했다. 성희롱 예방 강사로 출연한 카메오 백지원 배우 역시 전형적인 '까탈스러운 여자'로 묘사됐다.

박혁권은 성희롱 예방 교육 이후 남성의 '역차별'을 주장한다. 박혁권은 남자 화장실의 환경미화원이 여성인 것은 성희롱이라고 분노한다. 그러나 남자 화장실 청소를 여성 환경 미화원이 담당하는 것은 역차별이 아닌 여성차별이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환경 미화원과 같은 취약한 업종에는 경력 단절 여성이 채용되고, 이는 여성의 고용 불안을 상징한다.

'초인가족'에서 나천일(박혁권 분)은 성차별로 지적받는 자신이 쓰레기냐고 반문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 = SBS '초인가족'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초인가족'은 현존하고 있는 여성문제를 외면한 채 성차별과 여성문제를 일상에서의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했다. 박혁권은 "이게 어째서 성희롱, 성차별이냐. 나만 쓰레기야?"라고 외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지만, 사실 그렇다. '초인가족' 속 박혁권의 발언은 성희롱, 성차별이 맞다.

이날 '초인가족'에서 통계를 언급한 대로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직장인은 40%가 넘는다. 동일 노동시간 대비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는 100:64며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이미 십수 년째 사회적인 문제다. 직장내 성차별과 성희롱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초인가족'은 해당 문제를 단순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박혁권은 이날 방송에서 초경을 치른 딸 나익희(김지민 분)에게 성대한 '생리파티'를 해준다. 이 장면은 지난 2006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반올림'에서 이미 보여졌던 에피소드다. '초인가족'의 여성문제 관련 인식이 2006년 작품인 '반올림'과 다를 바 없단 뜻이다.

심지어 박혁권은 초경을 치른 딸에게 '순결'을 지키라며 딸에게 은장도를 선물한다. 작중 아들을 두고 있는 최석문(엄효섭 분)이 아들에게 몽정 선물로 휴지를 선물했다고 말하는 장면과 비교해 보면 더더욱 성차별의 함의를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초인가족'에서는 딸에게 은장도를 선물하며 순결을 지키라는 아버지를 '딸바보'라며 감동적인 연출로 포장한다. 

'초인가족'은 드라마지만 현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성차별과 여성문제 등 민감한 이슈를 대하려면 좀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감성 시트콤'을 표방하고 있는 '초인가족'의 이번 에피소드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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