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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노량진 컵밥거리엔 공시생들로 북적북적,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은 걸쭉한 회식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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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노량진 컵밥거리엔 공시생들로 북적북적,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은 걸쭉한 회식 분위기
  • 이두영 기자
  • 승인 2017.03.1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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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JTBC 먹방 ‘냉장고를 부탁해’의 게스트들은 셰프가 만들어준 맛난 음식을 먹으며 황홀해하는 표정을 짓곤 합니다. 그러나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는 웃음이 별로 없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감은 분명히 특A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컵밥을 먹는 손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컵밥

청춘들에게 노량진은 고시촌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집니다. 교사임용고시 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많은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과 대학 재수생 등이 노량진 일대의 고시촌과 학원을 둥지삼아 성공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7,9급 공무원 합격이 대단한 성공으로 간주되는 현실. 참 서글프지요.

공시생은 주머니가 매우 얇습니다. 이들 취준생들의 끼니를 해결해주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입니다. 2015년 시월에 노량진역 부근에 있던 컵밥집들이 노들역 쪽으로 약간 이동해 만들어졌죠.

 
 
 

서울 지하철 1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노량진역. 2번 출구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300~400m를 가면 노량진 컵밥거리 플래카드가 나옵니다.

 대로변에 30여개의 음식집이 포장마차 형태로 늘어서 있습니다. 이들 가게에서는 주둥이가 넓은 1회용 컵에 다양한 메뉴의 컵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줍니다.

컵밥거리의 음식 가격은 대개 3000~4500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집마다 메뉴가 중복되는 것 같지만 맛이 제각각입니다.

컵밥 특화거리를 전부 한번 훑어보고 나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공시생들은 컵밥을 즉석에서 먹거나 포장해서 가져갑니다.

노량진이 대규모 고시촌으로 바뀐 것은 1970년대 말 정부의 인구분산 정책의 영향입니다. 당시 군사정부는 강북 지역의 인구밀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종로의 유명 학원들을 4대문 밖으로 옮기도록 했습니다.

그때 종로에 있던 유명 학원들이 노량진으로 이사했고, 서울 남부와 부천 등 위성도시 공시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뭣이든 저렴합니다. 2000원짜리 불고기 버거가 있고,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도 많습니다. 심지어 명품 아라비카 커피 한 잔을 900원에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인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직장인 등이 푸짐하게 회를 음미하며 회식을 즐기는 풍경과는 대조적이지요. 수산시장으로 가려면, 노량진역 역사와 연결된 다리를 건너면 됩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사육신 공원의 사당
사육신 공원

노량진 컵밥거리 인근에는 한강 조망이 뛰어난 ‘사육신 공원’이 있습니다. 9호선 노들역과 노량진역 사이의 언덕에 위치해, 여의도 6.3빌딩과 한강공원, 수산시장, 한강철교 등이 한눈에 보입니다.

조선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았을 때 성삼문 등 6명의 신하는 단종 복위를 노리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묘와 사당이 마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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