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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초대형 원석' 두산 이동원 앞에 놓인 두갈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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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초대형 원석' 두산 이동원 앞에 놓인 두갈래의 길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3.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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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야구에서 투수는 구속과 제구 모두 뛰어난 공을 던져야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시속 130㎞대 속구를 던지고도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한 유희관(두산 베어스)의 사례도 있지만 구속과 제구 둘 중 하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투수는 리그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곤 했다.

두산 오른손 파이어볼러 이동원(24). 15일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서 최고 158㎞ 강속구를 뿌리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이동원은 현재 두 갈래의 길에 놓여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극복해 잠재력을 터뜨릴지, 아니면 계속 미완의 대기로 남을지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5일 KIA전에서 강속구를 던진 이동원이 제구가 불안한 면모를 보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구속으로만 봤을 때는 이동원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날 KIA전에서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동원은 초구부터 시속 158㎞ 구속을 전광판에 찍었고 이후에도 150㎞를 훌쩍 넘는 속구를 뿌렸다. 구속 하나는 전날 157㎞ 속구를 던진 한승혁(KIA) 뺨 칠 정도다.

하지만 제구가 엉망이었다. 이동원이 던진 공 12개 중 스트라이크는 단 2개뿐이었다. 볼 10개 중 대부분이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났다. 포수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빠진 공도 2개나 있었다. 볼넷 2개와 두 차례 폭투로 무사 2, 3루 위기를 자초한 이동원은 아쉬움을 삼키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동원은 2012년 육성선수로 두산 입단을 꿈꾸다 실패하고 2015년 재입단에 성공한 케이스다. 입단 당시부터 제구가 문제로 지적돼 프로 구단들의 선택을 받진 못했지만 두산은 이동원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육성선수로 뛰게 했다. 비록 올해 첫 시범경기 등판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들었지만 두산은 이동원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바로 빠른 공이 제대로 장착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승환이 이스라엘, 대만 타자들을 제압하는 것만 봐도 투수에게 강속구가 얼마나 큰 무기인지 알 수 있다. 오승환은 시속 150㎞대 빠른 공을 바탕으로 예리한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동원이 하루아침에 제구 문제를 떨쳐내고 ‘오승환급’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두산은 이동원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경기에서 KIA 투수 한승혁이 ‘제구가 되는’ 157㎞ 속구를 던진 것처럼 이동원도 일취월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동원이 발전된 면모를 보인다면 뒷문이 다소 헐거운 두산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첫 등판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을 이동원은 두 갈래의 길 중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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