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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보리' 오연서, "만화 캐릭터같은 연기도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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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보리' 오연서, "만화 캐릭터같은 연기도 해 보고 싶어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28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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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전국을 ‘장보리 열풍’으로 휩쓴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배우 오연서는 주연 ‘장보리’로서 52회라는 긴 시간 동안 드라마를 이어오며 주말 안방극장을 책임졌다. 빠글빠글한 파마머리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보리는 착한 성품으로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극중 배우자인 이재화(김지훈 분)가 부르는 “보리보리”는 온 국민이 오연서를 부르는 애칭이 됐을 정도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 사진 웰메이드예당] ‘장보리’ 종영 후에도 오연서는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얼마 전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남자만 서는 ‘레쥬렉션’ 쇼에 유일하게 여성 모델로 섰고, 화보 촬영으로 베트남에도 다녀왔다. 오연서는 혼자만 여성 모델로 섰다는 말에 유쾌하게 답했다.

“왜 혼자만 여자 모델로 섰냐고요? 다른 여자 모델 분들과 서면 비교될까 봐요. 하하. 쇼에 서는 건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이번 쇼를 마지막으로 하려고요. 하하하.”

 

◆ “연민정 질투 없었다”, “‘장보리’는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작품”

'왔다! 장보리'의 극을 이끌어온 것은 주인공 보리를 맡은 오연서이지만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의 분량이 대폭 늘었다. 그러나 오연서는 여기에 ‘쿨’했다.

“서운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민정의 캐릭터가 워낙 셌고, (유리)언니가 연기도 잘 했잖아요. 시청자가 볼 때 재미를 느꼈다면 작품으로서는 더 좋았던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왔다! 연민정 아니냐’, ‘보리가 한 게 뭐가 있냐’ 이런 댓글에는 상처를 좀 받긴 했지만. 하하. 그래도 질투하거나 샘낸 건 없어요.”

이는 보리의 분량이 대폭 축소된 마지막회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장보리’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았어요. 민정이 죗값을 받긴 해도, 결국 사랑하는 어머니와 살게 되잖아요. 보리도 재화, 비단이와 함께 살게 돼 다행이고요.”

긴 호흡의 드라마를 주연으로서 이끌어왔으니 ‘왔다! 장보리’는 오연서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드라마다. 극중에서 줄곧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외국어를 배우듯 사투리를 배웠고”, 감정 신이 많고 스펙터클한 대본을 보며 “연기가 잘 안 될 때면 좌절하면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리를 연기하며 오연서는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 착한 캐릭터라면 무조건 예쁘고 좋게 여겼던 과거와는 달라진 시청자 반응이었다.

“보리는 착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캐릭터인데, 많은 분들이 보리의 그런 점을 답답하다고 하고 밉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요즘 분들은 극(極)선을 극악보다 싫어하는구나’ 생각도 들었어요.”

 

◆ ‘장보리’로 깨달은 행복론…열여섯 데뷔 이후 열심히 살아온 모습과 닮아

어느날 갑자기 주말드라마 주연으로 나타난 여배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오연서는 2002년 걸그룹 ‘러브’로 데뷔해 여러 작품의 조연을 거쳤다.

“어렸을 땐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누구나 한번씩 꿈꾸는 미스코리아처럼요. 거기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고 나오는지를 몰랐던 거죠. 가수가 된 후에야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후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연기를 공부했지만 고민은 계속됐다. '이 일이 내게 맞는 걸까'부터 시작해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까지 했다.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20대 때도 다들 고뇌하면서 살잖아요. 대학, 학과, 진로 결정같은 것들.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적성을 고민하듯 저 또한 제 적성과 연기가 맞는지 고민했던 과정이었어요. 지금껏 해 온 건 연기뿐인데 불러주는 데는 아무 데도 없는 것 같고.”

이때 들어온 시놉시스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었다. 정말 재밌는 작품이고 너무나 출연하고 싶어 회사 관계자들을 졸라 오디션을 봤다. 얄밉지만 귀여운 '방말숙'으로 출연한 이후 주연으로 올라섰다. 때로는 과거와는 달라진 지금이 꿈같기도 하다.

“저는 제 감성이 데뷔를 했던 나이인 열여섯에 멈춰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 나이가 제게 굉장히 특별한 나이거든요. 어느날 갑자기 잠에서 깨면 열여섯살로 돌아가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물론 생각일 뿐이다. 이제는 그저 TV에 나오고 싶던 열 여섯의 욕심 대신 좀더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는 스스로의 행복을 향해 나아간다.

“사실 10년 후에도 배우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힘든 직업이고 다른 걸 해 보고 싶어질 수도 있는 거고요. 일단은 아이들의 엄마가 됐으면 좋겠는데…. 예전엔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 20대 후반이 되면서 스스로 ‘나 지금 행복한가?’ 계속 물어보게 됐어요. 앞으로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서 개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된 '왔다! 장보리'에서 연기하며 새삼 깨달은 점도 있다.

“당장은 손해볼 수 있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착하게 살면 분명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악하게 살면 언젠가 벌을 받을 거고요. 어쨌든 자신을 갉아먹는 거잖아요.”

 

◆ 이상형은 강백호, 해 보고 싶은 역은 양쿠미 “소문난 만화 광”

오연서는 소문난 만화 광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카페에 비치된 수많은 만화책들도 이미 다 읽었고, 만화방이 문을 닫는 자정까지 죽치고 앉아 집중해서 책을 보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 계획 중인 일본 여행 중에는 꼭 디즈니랜드에 다녀올 계획이다. 요즘 재밌게 본 작품이 있느냐 물으니 주저없이 답했다.

“웹툰 ‘인간의 숲’을 재밌게 봤어요. 스릴러 연기를 할 자신은 없지만 웹툰을 워낙 재밌게 봐서, 만약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다면 이 캐릭터를 연기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형도 어느 인물이 아니라 만화 속 캐릭터다.

“저는 ‘슬램덩크’의 강백호나 ‘원피스’의 루피 같은 사람이 좋아요. 밝고 엉뚱한. 여자애들은 대부분 서태웅을 좋아했는데 저는 강백호였어요. 하하.”

요즘 열풍인 만화 원작의 작품에도 출연해 보고픈 욕심이 있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재밌더라고요. 일본 드라마, 영화도 다 봤는데 저는 그런 유치한 감성이 좋아요. 만화가 원작이다보니 설정이나 캐릭터가 오버돼 보일 수 있는데, 저는 그런 통통 튀고 강한 캐릭터를 해 보고 싶어요. ‘조폭선생님’의 양쿠미 같은 역도 좋고요. 꽃미남들과 함께. 으하하.”

만화적인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알콩달콩하고 재밌는 로맨스 코미디에 관심이 있다.

“선배님들이 ‘너는 검은 눈물을 흘리거나 이상한 머리를 할 때 더 예뻐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망가지는 게 재밌어요. 로코를 워낙 좋아해요. ‘로맨스가 필요해’는 모든 시즌을 다 봤고요. ‘파리의 연인’, ‘별에서 온 그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최근 오연서는 드라마에서 주로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가 한 두 인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영화에서는 여러 인물이 나와 균형을 맞추는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다.

“영화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 ‘오션스’ 시리즈, ‘관상’을 재밌게 봤어요. 모든 캐릭터에 임팩트가 있다 보니 보기도 재밌고 연기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작은 역할이라도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취재후기] 시원스럽게 답하는 목소리가 인터뷰 공간을 쩌렁쩌렁 울린다. '장보리'가 답답해 보였다면 실제 오연서에게는 여장부의 매력이 있다.

“'왔다! 장보리'에서 뽀글머리를 하고 나왔을 때 보리와 실제 제가 비슷해요. 정의감 넘치는 왈패같은 모습이요. 친구들이 ‘그냥 네 모습인데 돈 받고 연기하는 게 찔리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런 말을 전하며 웃어보이는 얼굴에 보조개가 예쁘게 패었다. 사랑스러운 왈가닥. 왜 오연서가 긍정적이고 희망을 얘기하는 캐릭터 ‘보리’를 맡았는지 알겠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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