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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품은 김성근 "한화, 더 내려갈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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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품은 김성근 "한화, 더 내려갈 곳 없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28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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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전구장서 취임식…"내년에는 순위표 위에서 경기할 것"

[대전=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야신’이 29년 만에 대전으로 돌아왔다. 한화 팬들의 열망이 김성근(72) 감독의 귀환을 이끌었다.

한화는 지난 25일 김성근 감독을 계약금 5억원과 연봉 5억원 등 3년간 총액 20억원에 제10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기 전 한화는 기나긴 암흑기를 겪고 있다. 2007시즌 이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에 한화팬들은 오로지 김성근을 외쳤다. 한화 그룹 본사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고 청원 동영상을 제작해 프런트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화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인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 마무리 훈련을 하루 앞둔 28일 대전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감독이 된 소감과 앞으로 각오를 밝혔다.

▲ 김성근 한화 신임 감독이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다음은 김성근 감독의 일문일답.

- 3년 만에 프로야구 지도자로 돌아온 소감은.

“얼떨떨하다. 프로야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한화 구단에서 불러줬고 팬들이 밀어줘서 올 기회가 생겼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제야 ‘내가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 지금까지 여러 구단을 맡아왔는데 한화에 대한 파악은 했는가.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못했다. 바깥에서 봤을 때는 수비가 가장 문제였다. 이점이 몇 년째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마무리 훈련에서 보완하겠다. 내일부터 열리는 마무리 훈련에서 연습의 반 이상을 수비에 투자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순위표 밑에 있으면 올라간다는 희망 속에 있는 것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야구를 하느냐가 문제다.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면 길이 생긴다. 지난 3년간의 성적은 중요치 않다. 오늘부터 얼마나 치열하게 하느냐가 문제다.”

- SK 감독이었을 때와 지금의 프로야구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나.

“장기나 바둑의 수는 내가 직접 둘 때보다 옆에서 볼 때 잘 보이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나오니 벤치에서 몰랐던 부분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감독이 세대교체가 돼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경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팬들도 늘어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했는데 야구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 선수단과 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예전과 다르게 하지는 않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진심이다.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마음과 선수를 어떻게 육성해야겠다는 마음이 통해야 한다. 앞으로 매순간 승리라는 것 속에 파묻혀 살지 않을까 싶다.”

▲ 김성근 한화 감독이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앞으로 젊은 감독들과 경쟁해야 한다.

“승부 속에 들어가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8개 구단 감독들이 거의 다 제자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겠다. 그냥 상대팀 감독이라 생각하겠다”

- 한화에 어느 정도의 전력 보강이 필요한가.

“욕심 같으면 자유계약(FA) 선수들을 다 데려오고 싶다. 한화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나이 많은 선수들도 많더라. 대체로 투수들이 젊고 야수들 중에 노장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야수들을 얼마나 젊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김태균도 나이가 많은데 20대로 되돌려야 하지 않겠나.”

- 밖에서 봤을 때 한국야구의 현주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른 시점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들의 연봉이 너무 올라간 것이다. 그 속에서 도전의식이 줄었다. 팬들이 많아져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악착같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야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 내년 시즌 한화가 4강에 들 수 있을까.

“내년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과 악수할 수 있게끔 하겠다. 시즌 끝나고 나서 반드시 웃을 수 있는 성적을 거두겠다.”

- 고양원더스가 해체되고 한화에 오기까지 어떤 심경이었는가.

“야구인생 처음으로 경질되지 않은 자리다(웃음). 솔직히 처음 일주일은 초조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구단이) 다섯 곳이나 있는데 왜 안 불러주는지 의아했다.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김성근 한화 감독의 취임식에 많은 팬들이 참석했다.

- 14번째 팀인 한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구장 뒷산을 보니 1982년 생각이 난다. 감개무량하다. 대전을 연고로 한 팀은 과거에 야구 텃밭이었는데 역사를 보면 아쉬운 느낌도 든다. 그래도 나에게 이 팀을 다시 일으킬 기회가 왔다는 게 감동적이다. 아까 톨게이트를 지나오면서 ‘드디어 왔구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 팀에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순위표 위에서 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내일 마무리 훈련을 하는데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나.

“한화 구단에는 이발비가 없느냐고 물었다. 일단 머리부터 깎고 훈련할 수 있게 하겠다. 5일 중에 이틀 꼴로 수비 훈련을 할 것이다. 대전구장이 넓어져서 외야수들이 공을 잡으러 가는지 쫓으러 가는지 모르겠다. 그것부터 고치겠다.”

- 한화에 어떤 스타일의 야구를 장착시킬 것인가.

“한화 타선을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고 하는데 다이너마이트도 불발할 때가 많다. 그것이 터지기 전에 확실한 것을 만들어 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점을 지킬 수 있는 야구를 할 것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 타선에 의지하는 야구는 약하다. 수비에서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하다. 한화 선수들이 너무 마음이 좋아 점수를 자주 주더라. 어떻게 하면 점수를 주지 않을지 연구하겠다.”

- 2군 선수들의 잠재력은.

“고양원더스에서 서산 경기를 할 때 2군 선수들을 많이 봤다. 이정훈 감독이 악착같이 키워놨다. 몇몇 젊은 선수들이 눈에 띈다. 내년에 서산에 자주 가서 살펴볼 예정이다.”

▲ 김성근 한화 감독(왼쪽)과 노재덕 한화 단장이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김 감독의 취임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구상은.

“올해 투수들이 던지는 것을 봤는데 스트라이크가 잘 안 들어간다. 외국인 세 명은 전력상 필요하니 신중하게 생각하겠다. 어느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가 필요한지부터 심사숙고하겠다.”

- 투수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투수들의 승수보다 패배수가 많다. 패배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목표다. 투수력이 약하다기 보다는 불안한 수비 때문에 투수가 수세에 몰리는 것 같다. 수비가 탄탄하면 투수도 살아난다.”

- 부임하기까지 팬들의 열망이 컸다. 한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독을 하면서 처음으로 부담감이 느껴진다. 성원해주는 만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든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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