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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잘 되는데 왜 내 배가 아픈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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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잘 되는데 왜 내 배가 아픈 것일까?
  • 김주희 기자
  • 승인 2017.03.28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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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孫子兵法) 삼십육계(三十六計) 중에는 ‘진화타겁(趁火打劫)’이라는 전술이 등장한다. 이는 남의 집이 불에 타고 있을 때 자신의 냄비를 때우는 좋은 기회로 삼으라는 뜻이다.

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사례 중 실로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전쟁 중 적이 곤경에 처했을 때를 역이용하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풀이한 뒤 현실에 대입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현실에는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 또는 나의 위안’임을 내세우며 기뻐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속담만 하더라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남의 잘된 꼴을 보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으로 뒤집어 말하면 이 역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처럼 옛 어른의 말씀에서도 이런 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이론이 꽤나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과연 얼마만큼 신빙성 있는 이야기인 것일까?

일본 방사능연구소의 다카하시 히데히코 박사가 한 실험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인 인간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준 바 있다. 박사는 실험대상자에게 평범한 주인공, 주인공과 경쟁관계에 있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 주인공과 모든 면에서 비슷한 평범한 인물, 주인공과 관련이 없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게 한 뒤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로 뇌를 촬영하게 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읽는 동안 갈등중추인 안쪽 전두엽이 활성화되었는데, 이는 상대방에게 부러움과 시기심을 느낀 나머지 심적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그 후 주인공과 경쟁관계의 능력이 뛰어난 인물, 평범한 인물에게 불행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야기를 읽게 만들자 쾌감보상회로의 핵심영역인 측핵이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이는 뛰어난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 평범한 인물에게 일어나는 불행에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것은 안쪽 전두엽의 활성화가 보다 강하게 일어난 사람이 쾌감보상회로의 측핵의 활성화 역시 크게 일어났다는 것. 즉, 시기심이 높을수록 남의 불행을 더욱 기뻐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한 방송사에서 방청객을 대상으로 모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과 어떤 연예인이 고아를 입양해 키운다는 소식을 각각 전달해 소문의 전파 속도와 그 범위를 측정하는 실험에서도 ‘남의 불행이 곧 내 행복’ 이론은 그대로 나타났다. 전자는 84%, 후자는 16%의 사람에게만 전달된 것이다.

황화숙의 <내 감정을 이기는 심리학>에서는 ‘남의 불행이 곧 내 행복’이라는 심리 작용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넬대학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미국인들은 모든 사람들이 연간 20만 달러를 벌 때 11만 달러를 벌기 원하기보다, 모두가 8만 5천 달러를 벌 때 10만 달러를 벌기를 원한다’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의 말처럼 보통 사람들의 웰빙은 절대적 부보다 상대적 부에 의해 좌우된다. 호화 맨션에 살지 않아도 좋고,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사람보다 ‘약간’ 더 좋은 집에 살기 바란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거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집에서 살면 행복해야 할 텐데, 우리의 감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남들보다 자신이 좀 더 잘났다고 믿고 싶어 하고, 그래야 더 행복한 것이다.”

이는 곧 남의 불행을 통해 자신에게 ‘그러한 불행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감사하고, 비교를 통해 자신은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비로소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까? 남의 불행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행복을 준다면 그것은 그대로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앞서 한 일본의 실험에서 시기심이 큰 사람일수록 남의 불행을 보고 즐기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시기심, 증오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조언한다. 또 마음속에 불안감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4배가량 소문에 더 민감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즉, 남의 불행을 기뻐한다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임을 입증하는 셈인 것이다. 남의 불행이 결코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웰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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