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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여자월드컵 본선진출 걸린 운명의 평양 북한전, 극복해야 할 3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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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여자월드컵 본선진출 걸린 운명의 평양 북한전, 극복해야 할 3가지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4.02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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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만원관중 응원 의식해 소음훈련 실시, 분위기 적응-체력-심적 부담 극복 대비…다른 팀 상대로 대량 득점 승리 필요

[파주=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주현희 기자] 남북한 여자축구가 너무 일찍 만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서나 만나야 할 팀이 예선에서 격돌한다. 예선에서 조 1위만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지면 끝이다.

여자 아시안컵 본선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한다. 결국 한국 여자축구가 북한을 넘지 못하면 2년 뒤 여자 월드컵은 '남의 잔치'가 된다.

평양에서 치르는 북한 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역대 여자축구 전적에서 17전 1승 2무 14패로 북한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한국으로서는 18번째 맞대결 승리가 절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3가지가 있다.

▲ 윤덕여 감독이 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오전 훈련에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 김일성경기장의 일방적인 응원, 어떻게 이겨낼까

15만 관중이 들어찰 수 있는 능라도 경기장과 달리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이 벌어지는 김일성경기장의 수용규모는 5만이다. 그래도 5만 관중이 한꺼번에 들어찰 경우 일방적인 응원 소리에 주눅이 들 수 있다. 시끄러운 소음과 너무나 낯선 북한 특유의 응원가 역시 부담 요소다.

그 누구도 맞이해 보지 않은 상황을 유일하게 경험했던 사람이 바로 윤덕여 감독이다. 윤덕여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1990년 남북통일축구 경기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평양을 2번이나 방문한다. 그런 만큼 평양 김일성경기장의 분위기를 잘 안다.

윤덕여 감독은 지난 20일부터 목포축구센터에서 실시한 훈련에서 소음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시간에 북한 응원가를 틀어줘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윤 감독은 "소음훈련을 통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지소연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낯설지만 북한 응원가를 들으며 훈렸했기 때문에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장 안은 물론 바깥도 중요하다. 북한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주눅이 들 수 있다. 핸드폰 같은 전자기기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노트북이나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잘못 썼다가 북한 당국에 의해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 어차피 인터넷도 잘 안되기 때문에 핸드폰을 사실상 가져가지 않을 계획이다.

조소현은 "통일부에서 조심해야 할 점을 얘기해줬다. 핸드폰 기계를 모두 반납하고 갈 예정"이라며 "핸드폰 게임 대신 보드게임을 가져가서 자유시간이나 휴식시간에 이용할 계획이다. 오히려 선수들끼리 소소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소연 역시 "핸드폰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며 "선수들과 함께 북한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자고 얘기했다"고 웃어보였다. 지금으로서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생각이다.

▲ 윤덕여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오전 훈련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 마지막 순간에 내주는 동점골-역전골 주의…체력-마음의 부담 털어내야

한국 여자축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북한과 첫 A매치에서 0-7로 완패했다. 그러다가 2005년 전주에서 열린 여자 동아시아연맹컵에서 박은정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것이 북한을 상대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였다.

이후 한국은 12년 가까이 북한에 1무 9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9번을 지면서 한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것은 2008년 동아시아연맹 여자축구선수권에서 기록했던 0-4 패배 뿐이었다. 201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컵 여자 동아시안컵에서 0-2로 진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1골차 패배였다. 지난해 2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득점없이 비겼다.

경기 내용을 보면 아쉬운 것이 많았다. 일례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는 정설빈이 전반 12분 선제골을 넣고도 전반 36분에 동점골을 내준 뒤 후반 추가시간에 통한의 역전 결승골을 내줘 1-2로 졌다. 체력적인 부담과 마음의 부담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뒷심이 약한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윤덕여 감독은 체력적인 면에 있어서는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선수들이 그동안 북한과 많은 경기를 치러봤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감도 붙어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윤 감독은 "낯설고 생소한 환경에서 경기하는데다 FIFA 랭킹에서도 북한이 우리보다 높고 객관적인 전력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경기력 하나만큼은 대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아쉬운 결과가 많았는데 북한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체력적인 문제도 선수들이 슬기롭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 지소연이 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오전 훈련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조소현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했을 때처럼 열심히 했으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지소연은 "월드컵에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한 쪽이 이기리라 생각한다. 만약 선제골만 내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5분이나 10분 남겨놓고 동점골을 내주지 않는다면 두 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한수 아래 우즈벡-홍콩-인도 상대로는 반드시 대량득점 승리

이번 예선전은 한국과 북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오는 5일 인도와 첫 경기를 치른 뒤 7일 북한을 맞는다. 이후 홍콩전(9일), 우즈베키스탄전(11일)이 기다리고 있다.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을 맞이해서는 승리가 당연하다. 하지만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승이 필요하다. 한국은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인도를 상대로 10-0 대승을 따냈고 지난해 EAFF 여자 동아시안컵 예선전에서는 홍콩에 14-0 대승을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1995년 AFC 여자선수권 본선 이후 22년 만에 2번째 A매치를 치르게 되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초창기였던 그 당시에도 6-0 대승을 거뒀다.

이는 북한에도 마찬가지다. 북한 역시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대승을 거둘 수 있다. 만약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게 된다면 결국 조 1, 2위 여부는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어느 팀이 더 많은 골을 넣어 골득실이 높으냐에 달렸다.

윤덕여 감독은 이 때문에 수비수 김혜리를 빼면서 여민지를 대체 선수로 넣었다. 심서연에 이어 김혜리가 부상으로 빠져 수비수들이 부족한데 여민지라는 공격수를 넣은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게다가 여민지는 부상에서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북한에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 조직력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도 무승부라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최대한 많은 득점을 해야 한다. 여러 공격루트를 찾다보니 여민지를 선택했다. 전가을도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특징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여민지와 함께 후반 교체카드로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소연(왼쪽)과 윤덕여 감독이 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오전 훈련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정상으로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만약 오는 7일 남북전에서 무승부가 돼 골득실로 조 1위를 가리게 되는 상황을 맞이했을 때 카드를 쥔 쪽은 한국이다. 북한은 3일부터 9일까지 인도, 홍콩, 한국,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만나는데 비해 한국은 5일부터 11일까지 인도, 북한, 홍콩,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벌인다. 한국의 일정이 이틀 늦게 끝난다.

게다가 북한의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은 9일 오후 3시 30분에 벌어지고 한국의 3번째 경기인 홍콩전은 그 이후인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북한이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도 한국은 홍콩전과 우즈베키스탄전 등 2경기를 더 남겨두게 된다. 북한의 골득실이 모두 결정된 뒤에 한국이 2경기를 더 치르기 때문에 골득실 목표치를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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