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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배구에 살고 죽는' 최태웅 감독, 현대캐피탈 미래가 밝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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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배구에 살고 죽는' 최태웅 감독, 현대캐피탈 미래가 밝은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4.04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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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배구 외에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트라이아웃 선수들을 봐야 한다(웃음).”

이제 막 우승의 감격을 맛봤는데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단다. 이 감독 참 독하다. 최태웅(41)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에게는 ‘배구 덕후’라는 별명을 붙이는 대신 ‘배구 그 자체’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될 듯하다. 그의 생활은 온통 배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 [인천=스포츠Q 주현희 기자] 최태웅 감독이 3일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2016~2017시즌을 준비하면서 수학 문제와 씨름했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2015~2016시즌부터 수학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수많은 문제를 풀면서 최 감독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선수를 설득할 때 숫자가 설득력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센터 포지션 선수가 코트 왼쪽에서 블로킹 몇 개를 잡으면 팀 경기력이 올라갈 수 있는 식이다.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논의와 고민을 거친다. 최태웅 감독은 톤을 뽑는 과정에서 무려 162명의 플레이가 담긴 비디오를 봤다. 여기서 초청선수 30명을 추리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최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7명이 하루 11시간씩 비디오를 보며 얻은 결과였다.

3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대니의 부상 투혼에 울컥하기도 했던 최 감독은 이제 새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또 밤낮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배구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내일 트라이아웃 선수들을 봐야 한다”며 웃었다. 보통 우승한 다음날 선수나 감독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예상을 빗나가는 최 감독의 말에 취재진은 혀를 내둘렀다.

아울러 최태웅 감독은 배구를 업으로 하는 이들을 끔찍이 챙긴다. 최 감독은 우승 후 구단 직원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 [인천=스포츠Q 주현희 기자] 최태웅 감독(가운데)이 3일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정태영 부회장님이 떠오른다. 처음 감독이 되면서 힘을 많이 실어준 분이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 선수들이 훈련만 집중할 수 있는 복합시설도 지어주셨다. 지원과 아끼는 마음을 올 시즌에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단장님은 내가 어리기에 흥분할 때마다 잘 가라앉혀 주셨다. 뒤에서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 사무국 직원들은 내가 많이 괴롭혀서 일이 많다. 고맙다. 올 시즌에는 자율 출퇴근을 해서 선수들은 집에 갔는데 내가 안 가니 스태프들도 못 갔다. 스태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과연 스태프 가족까지 챙기는 ‘배려남’답다.

누가 건드려주지 않으면 감독실에서 배구 관련 비디오만 돌려볼 정도로 최태웅 감독에게는 배구가 일이자 여가다. 배구에 살고 죽는 최 감독이 있기에 10년 만에 유니폼에 별을 새긴 현대캐피탈의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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