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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북한 극복한 여자축구와 아이스하키, 아시아 최정상 향한 길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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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북한 극복한 여자축구와 아이스하키, 아시아 최정상 향한 길이 뚫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4.1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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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엔 모두 북한에 심각한 열세…이젠 대등 또는 우세로 역전, 이젠 중국과도 대등한 위치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여자아이스하키에 이어 여자축구도 이제는 '북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며 아시아 최정상을 향한 첫 고비를 넘었다. 언제나 북한의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높은 곳에 오를 수 없었던 두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발전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사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이 강릉에서 벌어졌던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 디비전2 그룹A에서 전승을 거두고 디비전1 그룹B로 승격했다. 이어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도 북한 평양 원정이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북한에 골득실에서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AFC 여자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에 골득실에서 앞서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번에도 북한을 이기진 못했지만 북한 징크스와 트라우마에서는 벗어났다. [사진=AFC/대한축구협회 제공]

여자아이스하키와 여자축구 모두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출범 초기 대표팀 선수들도 전문적으로 해당 종목을 배운 선수가 아닌 다른 종목에서 뛰었던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점도 닮았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수준이었다. 기반도 없고 전문적으로 지도도 받지 않았으니 초보의 고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여자아이스하키보다 먼저 시작한 여자축구는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출전을 계기로 대표팀이 구성됐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아시안게임 첫 경기인 북한전에서 0-7로 대패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일본전 1-8 참패에 이어 심지어 대만에도 0-7로 졌다. 중국과 마지막 경기에서도 0-8로 져 전체 출전 5개팀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중국, 일본도 넘기 힘들었지만 북한은 거대한 벽이었다. 북한은 한국에 앞서 정책적으로 여자축구대표팀을 육성, 아시아 여자축구 3강으로 자리했다. 북한을 상대로 그나마 무승부라도 기록한 것은 여자축구대표팀 출범 13년 만인 2003년 AFC 여자선수권 본선(2-2 무승부)이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 3~4위전에서 북한에 1-5로 대패하며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했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005년 8월 전주에서 열렸던 여자 동아시아연맹컵 본선에서 1-0으로 이기며 A매치 7경기 째에서 첫번째이자 유일한 승리를 거뒀다.

아직 한국 여자축구의 역대 북한과 A매치 전적은 18전 1승 3무 14패로 절대 열세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 연속 1-1 무승부를 일궈내면서 이젠 '북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번 무승부는 평양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따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 것 하나만으로도 이젠 북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때가 됐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여자아이스하키는 확실하게 북한 공포에서 벗어났다. 1999년 강원 아시안게임을 통해 첫 선을 선보인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은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을 만나 0-10으로 대패했다. 2007년 창춘 대회에서도 한국은 북한에 0-5로 졌다.

하지만 집중 투자를 통해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통해 처음으로 북한에 승리를 거뒀고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도 북한을 완벽하게 압도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3부리그인 디비전1 그룹B로 승격했지만 북한은 하마터면 5부리그인 디비전2 그룹B로 떨어질뻔 했다. 그만큼 여자아이스하키에서는 남북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03년만 하더라도 북한에 0-10으로 완패했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역전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3부리그 격인 디비전1 그룹B로 승격, 더 높은 곳을 향해 간다. [사진=하키뉴(임채우)/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북한이라는 첫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일본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다. 여자축구와 여자아이스하키에서도 이미 한국은 중국과 거의 대등한 위치까지 왔다. 여자축구대표팀 역시 중국과 호각지세고 올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이 중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내년부터는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에서 중국과 더 많은 대결을 앞두고 있다.

북한과 중국을 넘으면 호적수는 일본만 남게 된다. 일본의 여자축구와 여자아이스하키 수준은 북한과 중국을 훨씬 뛰어넘어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다. 한국이 아시아 최정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일본과 대등해져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여자축구와 여자아이스하키가 북한이라는 큰 산을 넘은 것은 아시아 최정상으로 가는 길이 뚫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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