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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통과 존중, '김진욱호' kt위즈를 움직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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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통과 존중, '김진욱호' kt위즈를 움직이는 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4.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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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프로야구(KBO리그)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1군 엔트리를 구성하고 그날 경기의 선발 출전선수를 짜며 경기 중엔 작전도 내린다. 상대팀 수장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이겨내야 경기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이것 말고도 감독이 해야 할 일은 많다. 바로 팀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비록 자신은 팀에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도 이 구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팀의 정체성(색깔)을 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김진욱 감독(가운데)이 12일 넥센 히어로즈전이 끝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지난해 kt 위즈의 2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kt를 1위에 올려놓더니, 정규리그에서도 9승 5패로 공동 2위를 이끌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기자는 kt의 달라진 팀 분위기를 들고 싶다.

지난 2년간 압도적인 최하위에 머물면서 상위권 팀들과 격차를 실감했다면, 이제는 어느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kt 더그아웃에 가득하다. 정대현, 조무근, 김재윤 등 영건투수들의 성장과 신구조화가 잘 된 타선으로 리그 초반 판도를 뒤집고 있는 kt다.

이런 팀 분위기를 김진욱 감독이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소통과 존중으로.

김 감독은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밝혔다. 그것은 바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지도라는 건 선수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미뤄보면 지도자가 그 잠재력을 이끄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그 잠재력을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지도자의 몫이다. 또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심리 치료를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가 선수를 지도하려 하면 안 된다. 선수도 그 지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다소 파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지도자’가 ‘지도’를 하면 안 된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 전민수(오른쪽)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는 김진욱 감독. [사진=스포츠Q DB]

김 감독은 “지도자의 말은 단지 ‘조언’일 뿐이다. 그 지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수는 결코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조언을 고민해보고 지기 것으로 소화하는 선수가 좋은 선수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는 감독과 코치, 선배들의 조언을 모두 들어보고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즉, 감독의 말이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조언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대화를 하는 편이지, 선수들을 지도하진 않는다”면서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 단지 ‘해답’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다. 많은 조언을 듣고 스스로 답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으려 노력한다. 선수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건 투수 주권에 대한 믿음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권은 14일까지 치른 2경기에서 8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1.88을 기록 중이었다. 기대를 충족할만한 활약은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와 대화를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팀을 대표하고 앞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라는 존중 역시 포함돼 있다.

▲ 김진욱 감독은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하겠다는 주권(사진)의 의견을 존중했다. [사진=스포츠Q DB]

김진욱 감독은 세 가지를 언급했다. 1군 말소 후 숨 고르기, 불펜으로 등판해 1이닝 정도만 소화하며 감 찾기, 그리고 선발 로테이션 유지였다. 주권은 선발 로테이션 유지를 선택했다. 김 감독은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물론 여기에는 고민이 따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주권의 포지션을 고민하긴 했지만 그래도 kt를 상징하는 선수 아닌가. 초반에 좀 부진하더라도 자꾸 나와서 던지다보면 충분히 좋아질 거라 믿고 있다”면서 “150이닝 정도는 던져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런 김 감독의 믿음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도 보탬이 되고 있다.

‘사람의 입은 하나지만 귀가 둘인 이유는 그만큼 많이 들어야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 사령탑 중에서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이가 바로 김진욱 감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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