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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장미관, '힘쎈여자 도봉순'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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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장미관, '힘쎈여자 도봉순'이 남긴 것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04.19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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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Tip!] 모델 출신 배우들이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수혁, 이종석, 김우빈, 김영광 등의 배우들 역시 모델 출신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에도 모델 출신 배우가 참여했다. 바로 범인 김장현 역을 연기한 장미관이다. 연기를 시작한지 약 7년 만에 대중들에게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장미관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극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스포츠Q(큐) 글 이은혜·사진 주현희 기자] 지난 15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는 극에 긴장감을 더하는 절대 악인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도봉동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김장현이다. 

김장현 역을 연기한 것은 경력이 있는 배우가 아닌 얼굴도, 이름도 낯선 신인 배우 장미관이었다.

 

장미관은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해내며 배우로서 이름과 얼굴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알리는데 성공했다.

Q. ‘힘쎈여자 도봉순’ 촬영을 마무리한 소감은요?

“6개월 간 정말 열심히 달렸어요. 무엇보다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힘든 부분도 많았는데 끝나고 나니 촬영 생각이 많이 나요. 아쉬운 부분도 있고 섭섭하기도 해요. 다음 작품도 ‘도봉순’처럼 열심히 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감독님, 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이 다들 고생하셔서 정말 보고 싶어요. 정말 고생하셨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고요.”

Q. ‘힘쎈여자 도봉순’에는 어떻게 합류했어요? 오디션을 본 건가요?

“처음에는 감독님 오디션을 봤고, 두 번째로 작가님 오디션을 봤어요. 그리고 다시 감독님 오디션을 봐서 합류하게 됐어요. 처음 대본을 보고는 로맨틱 코미디에 아주 작은 부분인 줄 알았어요.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스케일이 크더라고요. 오디션 때도 그랬지만 촬영하면서 더 부담 됐던 것 같아요.”

 

Q. ‘힘쎈여자 도봉순’의 범인 김장현 역이 비중 있는 첫 번째 역할이었는데, 캐릭터 연구는 어떤 식으로 했어요?

“처음에는 기피 안 들어갔어요. 초반부 대본밖에 못 본 상황이었기 때문예요. 근데 연습을 시작하니까 하루하루 깊어지는 거예요. 고민이나 상상도 많이 했고, 연습도 12시간씩 하고 그랬어요. 연습을 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구나’, ‘이건 해소가 안 된다’ 이런 생각도 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영화, 드라마는 다 챙겨 봤어요. 움직이는 것도 밤에만 움직이고.(웃음)"

Q. 작가나 감독이 원한 김장현 캐릭터의 핵심이 있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원하셨던 캐릭터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이었어요. 감독님은 ‘레옹’의 게리 올드만처럼 파워풀하고 거친 면모가 나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요. 음, 김장현은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했던 캐릭터에 가깝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감금하고, 명령하고. ‘힘쎈여자 도봉순’ 자체가 판타지잖아요. 그래서 김장현도 점점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 된다고 생각했어요. ‘푸른 수염과 7인의 신부’를 현실화 시키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Q. 김장현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이나 중요도를 떠나 꽤 어려운 인물이에요. 연기할 때 힘든 점은 없었어요?

“‘화를 낸다’, ‘파워풀한 연기’ 이런 것들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연습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게 ‘욕을 한다’와 ‘욕을 하는 척한다’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예요. 또 쇠파이프를 집어 던지고, 때리고…. 이거 연습한다고 신문지 돌돌 말아서 몽둥이로 만들었고, 나무 상자를 때렸어요. 연습실에 진짜 많이 가져다 놓았는데 그게 다 박살났어요. 허공에도 휘둘러보고, 소리도 엄청 많이 지르고. 실제로 배우들하고도 연습을 많이 했고요. 근데 ‘욕하고 떄린다’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김장현 욕 많이 했어요.(웃음) 김장현이 느끼는 감정들을 끌어 올리는 게 힘들었어요.‘아, 어떻게 해야 여자를 때린다는 생각을 하지?’”

Q. 어쨌든, 작품도 잘 되고, 이름도 알렸으니 의미가 있네요. 주위 반응은 어땠어요?

“연락 많이 왔어요. 응원도 많이 받았고, 부모님이 제일 기뻐해 주셨어요. 저는 ‘된 다’, ‘안 된다’의 문제 보다는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던 중이었으니까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대로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 계속해서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캐릭터에 대한 소스를 얻으면서 더 깊어졌던 것 같아요. 사실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다 보니까 언제든 역할이 체인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부담도, 걱정도 많았어요. 잘 되던 안 되던 이게 내 실력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내려놓은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자’ 이것만 생각했어요.”

Q. ‘힘쎈여자 도봉순’의 김장현은 유독 야외 촬영신이 많았는데 힘들었죠?

“정말, 정말 추운 날에 비가 와서 촬영장 주변이 다 얼었던 적이 있어요. 엄청 힘들었죠. 근데 그게 시작이더라고요.(웃음) 처음부터 아주 힘들어서 그랬는지 그 다음부터는 댐에 들어가고…. 스태프하고 눈 마주치면 ‘이 정도는 뭐, 슈트 입는 것도 시간 아까워. 그냥 들어가자’ 이렇게 되더라고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가장 걱정하고 부끄러웠던 신이 기억나요. 머리 자르는 신이요.(웃음) 극중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변신을 하지만 그렇게 변신할 줄은 몰랐어요. 영화 ‘아저씨’의 원빈 선배님이 떠오르는 걸 의도 하셨겠죠? 사실 머리가 길어서 가면을 쓰고 할 때 좀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마침 머리를 좀 자르고 싶었었고, 상의 노출 부분은 촬영 때문에 관리를 못했었어요. 가장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남죠.”

Q. ‘힘쎈여자 도봉순’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굉장히 어두웠어요.(웃음) 로맨틱 코미디지만 저는 로맨틱 코미디 현장을 전혀 모르고 밤에만 촬영을 해서…. 신인이고 현장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스릴러적인 면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니 좀 어려웠어요. 밤 촬영에 다들 피곤한 상황에서 어두운 연기를 하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들이 작품에 엄청 공을 들였어요.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제가 나오는 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 주셨고요. 주로 야외 신을 찍으니까 동선 체크, 장소적인 부분에서 시간을 많이 쓰시기도 했고 하나하나 연출해 주시느라 시간도 많이 들었어요. NG도 많이 났고, 저도 잘 해보려는 욕심에 오케이가 나도 다시 한 번 더 해보고 그랬거든요.”

 

Q.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7년 쯤 됐던데. 육상선수, 모델, 배우. 이력이 화려하던데요?

“어릴 때 집이랑 학교가 5km 정도였는데 걸어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달리기를 잘 한 것 같아요.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하다가 부상 때문에 일반 학생이 됐어요. 그때 잠깐 사춘기도 겪고 그랬어요.(웃음) 제가 마음을 잘 못 잡으니 친구들이 모델과를 가보라고 권유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또 운이 좋게 한 번에 붙어버렸죠. 그렇게 입학했고, 2학기에 서울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또 붙었어요. 그래서 프로 모델로 데뷔한 거죠. 

모델로 활동을 하니 인터뷰, 광고 미팅 이런 걸 하다 보니 연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재미로 연기 수업에 들어갔어요. 독백 대사를 하나 받아서 해보려고 했는데 입이 안 열리더라고요.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과 오기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배우면서 연극을 첫 작품으로 6개월 정도 준비 했어요. 그게 연극 ‘아타미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이 끝나고 완전히 결심했죠. 연기, 배우 되고 싶다고.”

Q. 배우가 아닌 장미관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엄청 재미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장난치는 분위기면 장난도 잘 치는데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무덤덤해요. 운동도 엄청 좋아하니까 승부욕도 강하고, 지는 것도 싫어해요. ‘집돌이’처럼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운동할 때는 미친 듯이 해서 활발한 것 같기도 하고…."

Q. 쉴 때는 주로 뭘 해요?

“정말 재미없게 들리겠지만.(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어요. 아버지랑 같이 ‘태조 왕건’도 봤고, ‘천국의 계단’도 좋아했어요. 원래 취미가 드라마 영화 보기예요. 그 외적인 시간은 대부분 운동하는데 써요. 축구도 주기적으로 했고, 헬스, 자전거…. 자전거는 4월부터 11월까지는 꾸준히 타는 것 같아요. 또 친구들 만나면 볼링, 탁구로 내기해요. 술은 잘 못 마셔요. 좀 쳐지는 스타일이에요. 술은 회사 식구들이나 친구들 다 같이 모였을 때 아주 조금씩 마시는 것 같아요.”

 

Q. 다음 작품 소식이 없던데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확실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악역을 해 보니 평범하고 착한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좀 다른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요. 사실 이번에는 대사가 많지 않아서….(웃음) 대사가 많이 없고, 액션을 하다 보니 연기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게 부족했던 것 같아요. 대사가 많은 작품을 하면 저도, 대중들도 제 연기에 대해 확실히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장미관은 10년 뒤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요?

“사실 ‘힘쎈여자 도봉순’ 하면서 (박)보영 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첫 촬영부터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힘든 일인데 보영 씨는 정말 많은 부분들을 체크하면서 촬영하시더라고요. 저랑 붙는 신에서는 경험이 적은 저를 위해 신경 써 주시고, 주변 스태프들, 본인 것 다 신경 쓰셨어요. 10년 뒤 쯤에는 저도 보영 씨처럼 다른 배우들도 챙기고, 스태프들과 더 친하게 지내면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너무 아쉬웠어요. 10년 뒤에는 내공이 더 쌓여서 주변을 더 잘 챙길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후기] 인터뷰 중 짧지 않았던 무명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슬픈 이야기 흘러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장미관의 마음은 어땠을지 몰라도, 그의 목소리와 태도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무명 시절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나열하는 장미관의 모습에서 짧지 않았던 그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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