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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것이 챔피언 될 자격, '독해진 이장님' 최강희 '닥공' 버릴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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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것이 챔피언 될 자격, '독해진 이장님' 최강희 '닥공' 버릴 줄도 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02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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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길목서, 스리백 구사-무승부 실리전략으로 승리...서울에 당했던 전술 그대로 복수

[상암=스포츠Q 민기홍 기자] “전북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0-0으로 비기려 했다.”

전북 현대가, 최강희 감독이 지지 않겠다고, 승점 관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어떤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FC 서울에 늘 당했던 방법을 사용해 우승 길목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펼쳐 기쁨은 두배가 됐다.

전 구단 상대로 승리 지도도 완성하며 명실공히 1승만 남은 챔피언의 자격을  과시했다.

전북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48분 터진 카이오의 극적인 결승골로 서울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자력 우승을 확정짓게 됐다.

2011년 최용수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후 전북은 서울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서울은 전북과 최근 13차례 맞대결에서 5승7무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잔뜩 움츠리고 있던 전북은 후반 48분 카이오(왼쪽)의 버저비터로 승점 3점을 챙기며 우승 9부능선을 넘어섰다.

전북은 2009년 리그 챔피언에 오른 이후 강호로 자리매김했지만 ‘최용수호’ 서울에만큼은 약팀이었다. 이번 시즌 결과 역시 2무1패였다. 전북이 11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리그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이 바로 서울이었다.

◆ ‘독한 최강희’, “우리도 승점 관리를 할 수 있다” 

“텐백을 쓰셨네. 하하. 레오나르도, 한교원도 안 나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규로도 안 나왔네.”

최용수 감독은 전북의 라인업을 보고 놀랐다.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포기하고 철저히 실리를 추구했다.

3-5-2 혹은 3-4-3 포메이션을 쓰며 수비라인을 내리려고 작정했다. 최후방에 김기희, 최보경, 윌킨슨이,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김남일과 신형민이 자리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2일 서울전에서 무승부 전략을 썼다. 그동안 서울에 당했던 전략을 사용해 통쾌한 복수극에 성공했다.

그동안 전북은 서울의 ‘선수비 후역습’ 전략에 매번 당했다. 전북과 맞서 전혀 뒤지지 않을 전력임에도 수비진을 두껍게 구축한 후 후반 막판 승부를 봤다. '닥공'을 포기한 이 전략은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이번에는 전북도 함께 뒤로 물러났다. 교체 카드도 한 장밖에 쓰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교체카드를 한 장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수비적인 밸런스를 깨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우리가 걸러갈 경기에서 전술적으로 준비를 한다면 어떤 경기를 할 수 있는지를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홈인데도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경기가 루즈해질 수밖에 없다”며 “전주였다면 레오나르도와 한교원 등을 투입해 변화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원정 경기이니 0-0으로 비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고 밝혔다.

◆ 최용수 감독의 고백, “당황했다” 

“전북은 존중받아야 할 팀이다. 1위를 달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용수 감독은 2일 전북전 패배 후 전북의 수비적 움직임을 보고 당황했음을 고백했다.

경기 전 최용수 감독은 전북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이번 시즌 전북전이 마지막 경기라니 시원섭섭하다. 두팀간, 특히 경기장 안의 스토리가 아주 재밌는데 이런 것들이 팬들에게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경기 종료 직전 카운터 펀치를 맞고 말았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들어서 우리 페이스이긴 했어도 불안했다”고 고백하며 “전북이 한두 번의 역습 기회를 노릴 것이라 봤는데 역시나 실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전북은 우승으로 가는 길목이다. 무승부 전략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후반 들어서도 수비적인 움직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 보고 좀 당황했다. 우리도 원정에서 선수비 후공격 하는데 전북이 그랬다”고 고백했다.

이날 최용수 감독은 차두리를 센터백으로 돌리고 최효진을 윙백으로 기용하며 재미를 보려 했다. 후반에는 윤일록과 박희성을 투입해 예와 같은 짜릿한 한골차 승부를 구상했지만 전략이 먹혀들 틈이 없었다.

최강희 감독이 모든 수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 카이오와 이승기, 이재성 스리톱에게 서울의 수비진을 맨투맨으로 잡고 하프라인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2선의 선수들이 침투할 수 있게끔 도와주면 그만이었다.

후반 들어 서울이 우세한 흐름을 가져갔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서울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킥과 백패스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경기를 돌아보며 “승점 3점이 필요하지 않은 경기이고 홈이 아니기에 이런 전술을 썼다”고 말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린 카이오(왼쪽)가 벤치로 뛰어들어 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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