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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눈] 삼성 마운드, 물오른 넥센 방망이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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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눈] 삼성 마운드, 물오른 넥센 방망이 잠재울까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11.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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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전망] 벤치 싸움 박빙-소규모 구장, 넥센 4승2패 우세할 것

제대로 만났다. 페넌트레이스 1,2위팀이 격돌한다.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가 4일부터 대구구장에서 펼쳐진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한 넥센이 기세를 이어 패권을 거머쥘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한 ‘통합 4연패’라는 고지에 도전하는 삼성이 대업을 이룰지 대구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넥센의 우승을 전망한다. 시리즈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는 않을 것이다. 4승2패 정도로 넥센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본다.

◆ 막강한 공격력, 넥센의 근소한 우세 

모든 공격 지표에서 양팀은 1,2위를 양분했다. 팀 타율에서 삼성은 0.301로 1위, 넥센은 0.298로 2위를 차지했다. 넥센은 경기당 득점(6.57점)과 팀 홈런(199개), 팀 OPS(0.891)에서 삼성의 순위(6.34점, 161개, 0.850)들을 각각 앞섰다.

투수들이 많이 고전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릭 밴덴헐크, 윤성환, 장원삼, J.D 마틴 또는 배영수가 나서는 삼성의 선발이 넥센의 원투스리 펀치 앤디 밴헤켄, 헨리 소사, 오재영보다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밴덴헐크를 제외하고는 삼성의 선발진이 넥센 타선을 압도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넥센의 1,2선발인 외국인 듀오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나쁘지 않은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두 투수가 나오는 대구에서 결과가 좋을 경우 5차전 내에 시리즈를 끝낼 지도 모른다.

넥센은 현재 9번을 맡고 있는 포수 박동원을 제외하고는 쉬어갈 타순이 없다. 삼성도 세지만 파워 면에서는 따라갈 수가 없다. 구장 규모가 크지 않은 대구와 목동을 오가며 1~4차전이 열린다는 점은 넥센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밴덴헐크(사진)를 제외하고는 넥센의 불붙은 타선을 압도할 선수가 없어보인다. [사진=스포츠Q DB]

◆ 불펜 싸움, 삼성에 오승환이 없다 

삼성의 필승조인 차우찬과 안지만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시리즈 명운이 좌우될 수 있다. 차우찬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60, 상대 평균자책점은 6.75였다. 가장 믿을만한 투수인 안지만도 시즌 평균자책점 3.75, 상대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임창용이다. 옛날의 임창용이 아니다. 삼성에는 더 이상 오승환이 없다. 필자가 넥센을 유리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임창용은 마무리로서는 부족한 5.84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넥센을 상대로는 4.76이었다. 넥센의 막강한 타선은 공포증이 없다. 경기 후반, 7회 이후가 되더라도 1~2점 정도는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넥센의 필승조는 한현희, 조상우뿐이다. 안지만, 차우찬 외에도 권혁, 심창민, 김현우 등이 버티는 삼성에 양적인 면에서 밀린다. 그러나 한현희, 조상우가 정상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삼성이 공력하기가 어렵다. 삼성을 상대로 한현희는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고, 조상우는 4.1이닝을 던져 점수를 주지 않았다.

수비력은 백중세다. 단기전에서 잔플레이 실수가 나오는 팀이 진다. 픽오프, 런다운, 더블플레이, 와일드피치, 야수들의 백업 등 기본기에서 나오는 에러를 최소화하는 팀이 시리즈를 거머쥘 것이다.

▲ 박병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1~4차전이 대구와 목동에서 열려 매우 유리할 것이다. [사진=스포츠Q DB]

◆ 류중일-염경엽, 학구파 감독들의 불꽃 튀는 벤치싸움 

삼성 류중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가장 많이 공부를 하는 감독들이다. 두뇌 싸움이 볼만할 것이다.

삼성은 1985년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자리한 LA 다저스의 전지훈련지에서 수비 지침을 배웠다. 류 감독은 그 때부터 시작된 삼성 특유의 탄탄한 시스템을 선수, 수비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오르기까지 매우 견고히 다져왔다.

야구에서는, 특히 단기전에서는 감독들의 판단 하나하나에 승패가 좌우된다. 지난해 두산 김진욱 감독은 과감하지 못해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양상문 LG 감독도 하위권의 팀을 이끌고 기적같은 레이스를 펼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해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놓쳤다.

▲ 지난 3년간 정상에 올랐던 삼성의 무기는 경험과 자신감이다. 그러나 후반기 막판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사진=스포츠Q DB]

삼성이 지난 3년간 통합우승을 이룬데는 류 감독의 지도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승 기회라는 것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단기전 고수들이 가진 경험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야구를 보는 눈’이 류 감독의 지략에 밀리지 않는다. ‘감독 에러’가 보이지 않는다. 투수 교체, 대타와 대수비를 내는 타이밍, 상황마다 내는 작전을 보고 있으면 물이 올랐다는 느낌이 든다. 작전 성공률이 높아지며 선수들의 신뢰도가 극에 달했다.

새로운 파워, 패기를 바탕으로 한 넥센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염 감독의 지휘 아래 밑져야 본전이라는 자세로 덤벼들 것이다. 그렇게 대들어버리면 삼성에 먹힐 수 있다. 넥센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탈락,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고비를 극복하는 방법을 깨쳤다.

▲ 필자는 넥센의 근소한 우세를 점친다. 막강한 공격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스포츠Q DB]

◆ 키플레이어는 서건창과 박석민 

삼성 이승엽과 박한이는 어떻게든 제몫을 해낼 것이다. 넥센의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기본 이상의 이름값을 할 것이라고 본다.

넥센은 결국 서건창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했는데 1번 서건창이 살아나면 넥센이 시리즈를 주도하면서 끌고 갈 것이다. 2차전과 5차전에서 선발로 나설 헨리 소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삼성은 시즌 막판 결장했던 박석민이 완벽한 몸상태로 돌아오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다. 그는 지난달 초 오른쪽 옆구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정규시즌 0.315, 27홈런 72타점을 기록한 그가 중심을 잡아주면 삼성 쪽으로 흐름이 기울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1차전 선발 밴덴헐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규리그 1위팀의 에이스 밴덴헐크가 막강한 상대 타선의 기를 누른다면 ‘넥센 우세’라는 전망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잠실에서 펼쳐지는 5,6,7차전에서는 외야 수비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넥센 이성열과 삼성 최형우 등 수비에서 다소 약점을 보이는 선수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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