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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SK와이번스 힐만 감독 유머 리더십, 히딩크가 떠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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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SK와이번스 힐만 감독 유머 리더십, 히딩크가 떠오르는 이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4.2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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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SK 와이번스가 잘 나간다. 5연속 위닝시리즈, 최근 10경기 8승 2패의 상승세로 개막 6연패 부진을 딛고 일어섰다. 현재 11승 9패, 승률 0.550으로 LG 트윈스, kt 위즈와 공동 3위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중심에 있다. 화끈함과 세밀함을 두루 갖춘 SK 와이번스 야구에 인천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팀 홈런 34개로 이 부문 2위(롯데 자이언츠, 22개)에 한참 앞선 ‘거포 군단’인데 스퀴즈 번트로 상대의 멘탈을 흔들 줄도 안다.

▲ '유머 리더십'으로 SK 와이번스에 신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힐만 감독.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하나 더. 힐만 감독은 유쾌하다. 유머 감각이 보통이 아니다. 경기 시작 전 취재진과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는 개막 20경기 만에 숱한 어록을 남겼다. ‘위트 가이’ 사령탑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힐딩크? 딩크 말고 거스가 어떤가. 힐거스.”

SK의 고질병이었던 주루 문제를 해결하고 내는 작전마다 족족 성공시키니 SK 팬들이 그를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빗대 ‘힐딩크’라 부르기 시작했다. 23일 만난 힐만 감독은 아직 이 별명을 몰랐단다.

그러면서 “딩크는 미국에서는 ‘정상이 아니다’란 의미로 들린다. 힐딩크보다는 힐거스가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와이번스 팬들은 영어로 음경을 뜻하는 딩크(dink)를 합성하기 보다는 그를 힐거스로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경찰을 부를까 했다.”

정의윤의 펀치를 맞은 다음날이었다. 감독은 곧 하늘같은 선배인 한국 스포츠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나왔다. 정의윤이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홈런을 때리고 돌아오며 힐만 감독의 가슴을 세게 때렸다. 힐만 감독은 농담으로 간판타자의 기를 완전히 살렸다.

“춥다. 기자실로 잠시 올라가 봐도 되는가.”

시즌 개막 후 2주가 흐른 시점이었다. 힐만 감독은 “어제는 매우 추웠다. 오늘도 쌀쌀하다”며 기자들을 향해 “고생하라”고 말했다. 힐만 감독을 보좌하는 최홍성 매니저가 “기자실은 따뜻해 괜찮다”고 전하자 그는 “그럼 경기 중에 기자실을 방문해도 되겠나”라고 되물어 폭소를 자아냈다.

이뿐이 아니다. “내일이 개막전이면 선발투수는 메릴 켈리다. 모든 외국인 감독이 이렇게 쇼킹한 정보를 드리지 않는다”, “한국의 버스는 최고다. 특히 1호차 기사님은 세계 최고다”, “아내가 쇼핑을 자주 하는데 돈을 많이 쓰지 않는 식료품 쇼핑이라 다행이다” 등도 있다.

치밀한 전략에 듣는 이를 미소 짓게 하는 유머 감각까지. 히딩크와 쏙 빼닮았다.

존경받는 리더들은 하나같이 ‘유머의 힘’을 알고 있다. 공 치고 공 받는 것만 잘 한다고 스포츠단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매니저라면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힐만 감독의 유머 리더십은 그런 면에서 한국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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