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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리틀'과 '영웅' 박찬호의 한밭벌 만남, '메이저리거의 꿈이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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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리틀'과 '영웅' 박찬호의 한밭벌 만남, '메이저리거의 꿈이 영글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0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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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박찬호배 전국리틀야구대회 결승전, 박찬호 "모두가 승자, 승패는 중요치 않아"

[대전=스포츠Q 글 민기홍 · 사진 최대성 기자] 한밭벌에 ‘리틀 박찬호’들이 모였다. 미래의 메이저리거들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만나 꿈을 키웠다.

3일 대전 한밭구장에서는 '2014 박찬호배 전국리틀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부산 서구는 팽팽한 승부 끝에 경기 광명시를 4-3, 한 점 차로 물리치고 창단 6년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이 개최하는 연간 전국 규모의 리틀야구대회는 총 12개. 박찬호배 대회는 1년 농사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대회다. 100개를 훌쩍 넘는 팀들이 출전하는 다른 대회와는 달리 이 대회에는 선별된 70개팀만 출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 박찬호가 결승전 시작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대전시가 주최하고 한국리틀야구연맹, 대전시체육회가 주관하며 박찬호, 한화 이글스, 대전시야구협회 후원으로 개최되는 박찬호배 전국리틀야구대회는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2012년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정리한 박찬호는 야구 꿈나무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 대회를 기획했다. 29년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리틀야구는 박찬호배를 통해 수많은 별들을 배출할 것이다.

◆ 박찬호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 모두가 승자”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두가 승자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운 점을 잘 기억해 둬요. 간절함을 갖고 진학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결승전이 끝나고 박찬호가 양팀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말이다. 당초 3회까지만 지켜보고 자리를 뜨기로 했던 박찬호는 예정과는 달리 끝까지 남아 상장과 메달까지 직접 수여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양팀 선수들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메시지를 남겼다.

▲ 박찬호가 준우승에 그친 광명시의 한 선수가 눈물을 흘리자 괜찮다며 격려하고 있다.

우승팀 부산 서구에게는 “전용야구장도 없이 성과를 낸 것을 축하한다”며 “패자에 대한 존중, 준우승팀에 대한 배려를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메달을 걸어주면서 “몇 살이야, 덩치가 대단한데” 등의 말을 붙였다.

준우승팀 광명시를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결승에서 져 아픈 만큼 더 노력하면 된다”며 “2위팀이니까 올라갈 확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연패 문턱에서 좌절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선수를 토닥이기도 했다.

이날 결승전은 MBC스포츠 플러스에서 생중계됐다. 박찬호는 해설을 통해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회환원을 할 때가 됐다”며 “고액연봉자의 경우 연봉의 일정 부분을 떼어 리틀야구장을 짓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찬호는 "결승전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승자"라며 "대회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잘 새겨 진학해서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박찬호배'의 의미, 기부 문화의 확산 

“도네이션의 개념입니다. 성공한 선수가 움직이면 구단도 함께 움직입니다. 나아가 팬들도 함께 하겠지요. 리틀야구장을 짓는 움직임의 초석을 다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MBC스포츠 플러스 한만정 해설위원은 ‘박찬호’의 이름이 붙은 리틀야구대회의 의미를 이와 같이 풀이했다. 그는 “단순히 박찬호가 경기장에 다녀갔다의 의미가 아니다”라며 “야구계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걸음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5,6학년이 주축인 리틀야구 선수들은 사실 박찬호를 잘 모른다”고 전제하며 “그렇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 야구인 모두가 칭송하는 스타가 만든 대회라는 점을 선수들이 모를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 박찬호(왼쪽)는 MBC스포츠 플러스 생중계에 해설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지난 리틀리그 월드시리지 정상에 올랐던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세계 챔피언 국가대표 선수들 중 11명이 지난해 이 대회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라면서 “미국에 가보니 박찬호의 명성과 위상을 직접 확인했다. 박찬호배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찬호는 지도자에게도 우상, 꿈의 구장 한밭구장 

“제게 우상인 분입니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예요.”

우승팀 부산 서구 이우영 감독은 ‘대선배’ 박찬호가 금메달을 걸어주자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가 부산중학교에 다닐 때 영웅이셨다”며 “말이 필요 있나. 우상인 분이다. 의미가 남다르다”고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 박찬호는 지도자들에게도 우상이었다. 부산 서구의 이우영 감독은 "중학교 시절 박찬호 선배님을 우상으로 삼고 야구를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준우승팀 광명시의 김덕용 감독도 박찬호를 보자 반듯한 자세로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박찬호는 후배 야구인들에게 하늘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김 감독은 “(바로 직전 대회인) 히어로즈기에서 성적이 좋은 팀만이 나올 수 있다. 아무 팀이나 나올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선수들에게는 시즌 마지막 대회이기도 한 메이저 대회다”라고 강조했다.

전국대회 결승전은 KBO총재배(전남 나주)와 속초시장기(강원 속초)를 제외하면 서울 장충리틀구장에서 펼쳐진다. 다른 곳이라고 해 봐야 구리와 남양주다. 반면 박찬호배 대회는 프로 구단이 쓰는 한밭구장에서 열린다.

▲ 박찬호는 해설을 마치자 마자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들에게 상장과 메달을 직접 수여했다.

부산 서구의 안민성 군은 “한밭구장은 TV에서나 보는 야구장이다. 프로 선수들이 뛰는 구장에서 야구를 해서 정말 좋았다”며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이런 구장에서 뛰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부산 서구 장우준 군의 아버지인 학부모 대표 장용석(44) 씨는 “박찬호가 코리안 특급 아니겠나. 선수들이 큰 대회에 나온다는 자부심이 큰 것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제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대회다”라고 말했다. 

◆ 경기 못지 않게 뜨거웠던 학부모 간의 응원전 

양팀 학부모들의 응원전도 경기만큼이나 뜨거웠다. 부산 서구와 광명시 학부모들은 대회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대전에 함께 찾아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두 팀 모두 3시간에 걸친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왔다.

▲ 3루 스탠드에 자리한 부산 서구의 학부모들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아들들의 이름을 외쳤다.

창단 첫 우승이 목마른 부산 서구 학부모들은 실점 위기를 맞을 때마다 “우리가 앉아 있어서 그렇다”며 모두 일어서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5회초 정민규의 솔로포가 터지자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정민규 군의 아버지 정경천(43) 씨는 “야구장이 없는 와중에도 애들이 야간 훈련까지 해가며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만큼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탄탄한 디펜스가 우리의 강점이다. 박찬호배를 계기로 내년에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우영 감독은 “지방팀이다보니 이동거리가 많은 점이 늘 마음에 걸리는데 부모님들이 도와주셔서 차질없이 다닐 수 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우승의 영광을 학부모들에게 돌렸다.

▲ 광명시의 엄마들은 야구점퍼를 맞춰입고 일사불란한 응원을 펼쳤다.

광명시 엄마들도 진회색의 야구점퍼를 맞춰 입고 1루 스탠드에 자리했다. 타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선수들과 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 6회말 동점 기회가 무산되자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2년 연속 결승무대에 올라가준 선수들을 격려로 맞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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