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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프로야구 단장과 감독, 그 '오묘한 함수관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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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프로야구 단장과 감독, 그 '오묘한 함수관계'에 대하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4.2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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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박종훈-힐만‧염경엽 극명한 대조…전문가들, "MLB식 프런트야구 추구해야"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프로야구 구단의 조직은 크게 두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바로 직접 경기를 치르는 ‘현장’(감독, 코칭스태프, 선수)과, 현장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프런트’(사장, 단장, 구단직원)다.

현장은 그라운드 혹은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거나 전술을 짜고 프런트는 별도의 사무실에서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다르지만 현장과 프런트의 지향점은 같다. 바로 구단이 건강하게 잘 돌아가면서 좋은 성적까지 내는 것이다.

▲ 김성근 감독(사진)은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꾸준히 마찰을 일으켜왔다. [사진= 스포츠Q DB]

허나 둘 중 현장의 역할이 비교적 명확한 데 반해 프런트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구단 경영에 혼선을 빚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그만큼 양측의 이상적인 조화가 매우 어렵다는 방증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장과 프런트는 수시로 충돌해 왔다. 양자 사이에 권한과 책임, 간섭, 협력의 불분명한 경계선이 존재하며 중장기 전략(프런트)과 단기 전략(감독 및 코칭스태프)이라는 태생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현실에서 종종 부딪치기 때문.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과 박종훈 신임 단장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감독과 박 단장은 과거 OB 베어스 초창기에 만났지만 당시는 감독과 선수로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업무적으로 만났다. LG 트윈스 감독을 역임한 박 단장이 지난해 11월 2일 취임한 후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충돌이 일어났고 이는 스프링캠프에서도 계속됐다.

◆ 김성근-박종훈 충돌로 재조명된 단장과 감독의 영역

박종훈 단장은 “구단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단장은 1군 운영과 육성 및 스카우트 파트까지 모두 담당해야 한다”며 1·2군 코칭스태프 인선을 진행했고 프런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1군 현장과 육성 파트를 구분했다.

박 단장이 이 말을 자신 있게 한 이유가 있었다. 한화가 김 감독을 재신임하고 박 단장을 선임하며 달았던 단서, 즉 ‘감독은 1군에서 현장을 감독하는 임무만 집중하고 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에 대한 관리를 맡는다’는 내용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 대목이 탐탁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구단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렀는데, 박 단장이 선임되면서 자신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최근 퓨처스리그 투수들을 둘러싼 사태로 양 측의 감정이 폭발했다. 

이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선수단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화는 올해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지난해 11월 KBO 시상식에서 출루율상을 수상한 김태균(오른쪽)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는 박종훈 단장.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LG와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임호균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임호균 감독은 “야구인 출신인 박 단장이 대선배인 김 감독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힘들 것이다. 서로 불편한 부분을 끄집어내 대화로 푸는 게 쉽지 않다. 그게 단장과 감독의 관계다”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박 단장과 김 감독의 소통 부재로 인해 피해를 입는 건 선수들이다. 팬들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화 구단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두산은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이 오랫동안 관계해 오며 소통했고, 프런트와 현장도 서로 존중할 건 존중하면서 잡음을 최소화했다. SK 역시 트레이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이 서로의 장점을 북돋아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힐만 감독이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염 단장을 칭찬하는 부분은 ‘두 사람의 유대감을 높이는 장치’다”라고 강조했다.

◆ 메이저리그-일본프로야구는 어떨까?

이처럼 올해로 35살이 된 한국 프로야구에는 단장과 감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구단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훨씬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선 단장과 감독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까.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는 단장과 감독의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다. 예를 들어 단장이 다양한 식재료를 사서 요리사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면, 감독은 그 식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 때문에 팀 성적에 따른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을 보면 MLB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SK가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와 단행한 4대4 트레이드는 염 단장이 주도해 성사시킨 것이었다. 힐만 감독은 염 단장의 트레이드 계획을 듣고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을 뿐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힐만 감독이 아직 다른 구단 선수들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힐만 감독도 단장이 나서 트레이드를 주도한 게 일반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여기에 염경엽 단장이 힐만 감독의 선수 기용이나 경기 운영에 간섭하지 않으니, 두 사람 사이의 신뢰가 더 굳건해질 수 있었다. 힐만 감독은 “염 단장이 감독을 해봐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염 단장이 좋은 조언을 굉장히 많이 해준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한다”면서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나에게 맡긴다”라고 설명했다.

염 단장과 힐만 감독이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SK는 초반 6연패 부진을 극복하고 현재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 힐만 감독(왼쪽)과 염경엽 단장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있다. 또 힐만 감독은 프로 구단 사령탑 출신인 염 단장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NPB는 MLB와 조금 다르다. 현재 NPB에서는 ‘단장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94년 지바 롯데가 ‘관리 야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히로오카 다쓰로를 단장으로 임명한 게 최초인데, 현재 단장을 두고 있는 구단은 니혼햄과 요코하마 DeNA, 요미우리 3개 구단밖에 없다. 

지난해 9월까지는 주니치와 한신까지 5개 구단이었다. 여기에서 NPB에서도 단장과 감독의 사이가 원만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니혼햄과 요코하마는 모기업으로부터 ‘가까운 미래에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 다카다 시게루 요코하마 단장은 전문 경영인에 가까운 야구인으로, “팀이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하루타 마코토 구단주의 기조에 부합한 인물이었다.

◆ 단장과 감독, 분업화와 상호존중이 이뤄진다면

MLB와 NPB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단장과 감독의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는 프로야구단의 성적이 그렇지 않은 구단보다 대체적으로 좋았다.

때문에 임호균 감독은 한화가 9년간의 암흑기를 깨고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이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팀의 성적 향상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감독은 “야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들은 감독을 헤드코치(Head coach)라고 표현하는데, 유독 야구만 매니저(Manager)라고 말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 전체를 통솔한다는 의미인데, KBO리그(프로야구) 감독은 정규리그를 소화하다 보면 경기 말고도 할 게 많다. 그래서 트레이드, 연봉 협상 등 선수단 외적인 일을 단장에게 맡겼다. 이 ‘분업화’가 이뤄져야 할 구단이 바로 한화다. 김성근 감독이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2016~2017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는 이정철 감독. [사진= 뉴시스]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배구 여자부 최강팀 화성 IBK기업은행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5시즌 연속으로 V리그 챔프전에 진출했고 그 중 3번 우승을 차지했다.

김창호 IBK기업은행 단장은 현장과 프런트의 분리를 우승의 첫 번째 비결로 꼽았다. 프런트가 현장에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 단장은 “선수들이 연습할 때 현장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연습 도중에 코트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며 “연습 현장에 갈 때는 감독님으로부터 선수단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이를 해결해 주려 애썼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 스포츠에서 단장과 감독의 역할이 나눠져 있을 때 구단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프런트와 현장이 서로를 존중할 때 시너지가 생기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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