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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특별시민'은 '정치영화'가 아니다? 최민식의 '욕망'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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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특별시민'은 '정치영화'가 아니다? 최민식의 '욕망'을 주목하자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4.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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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이제 정치라면 지긋지긋하다" 

지난 연말부터 연이어 이어진 정치계의 굵직한 사건들에 모두가 지칠법도 하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건을 겪은 관객들은 내심 '정치 영화'라는 타이틀에 불편해 할지도 모른다. 

선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특별시민'은 흔히 '정치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별시민'을 본 관객이라면, '특별시민'이 여타 고발성 정치 영화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 분) [사진 =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특별시민'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다. 마침 조기 대선이 다가온 지금, '특별시민'은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특별시민'은 현실을 딴 가상의 '서울 특별시'에서 펼쳐지는 선거를 바탕으로 정치가 아닌 인간의 권력욕을 조명한다. 

'특별시민'의 주인공 변종구(최민식 분)은 가난한 노동자 출신으로 서울시장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박경(심은경 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민식은 청중을 사로잡는 입담과 정치적 수완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한다. 노동자 출신이지만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집권 여당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선 후보이기도 한 그의 '아이러니한 정치색'은 그의 권력욕 하나로 설명된다. 

최민식의 라이벌인 양진주(라미란 분)은 스탠포드를 나온 엘리트에 아들 역시 미국 로스쿨을 졸업,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일명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다. 라미란은 제1 야당인 '다함께 민주당' 후보로 최민식과 맞선다. 

노동자 계급이었던 최민식이 보수적인 집권 여당의 후보인 점, 부유한 라미란이 다소 진보적인 제1 야당의 후보라는 점은 이들에게 정치란 '명분'이 아닌 '실리'에 따른 것이라는 걸 증명한다. 라미란은 선거전문가 임민선(류혜영 분)을 선거캠프에 영입하며 공격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펼친다.

'특별시민'에서 양진주(라미란 분)은 최민식의 라이벌로 등장한다. [사진 =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특별시민'을 보기 전 관객이라면 비리 시장 최민식과 신선한 뉴페이스 라미란이 경쟁 끝에 '선역'인 라미란이 승리를 거머쥐는 서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시민'은 어떤 후보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두 후보 모두 네거티브 전략으로 상대 진영을 헐뜯고, 선거 승리를 위한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특별시민'의 선거전에서 두 후보는 정책이나 정치비전, 공약 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특별시민'에 등장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현실 한국 정치판의 선거전과 상당부분 닮아있다. 후보자의 '자식 논란'부터 불법 정치자금 논란, 명분없는 단일화 등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왔던 패턴이 영화속에서도 보여지며 관객의 쓴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특별시민'과 한국의 실제 선거전이 다른 것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종북논란', '색깔론'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별시민' 속 '색깔론 없는 선거전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현실의 정치와는 거리감을 뒀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특별시민'이 한국의 정치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주제, 인간의 권력욕이라는 주제에 충실하다는 점 또한 증명한다.

영화 '특별시민'에서는 최민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움직인다. [사진 =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영화 '더 킹'과 '보통사람'은 올 상반기 개봉한 영화다. '더 킹'의 경우 사법부의 비리를 다뤘고 '보통사람'은 1987년 6월 항쟁을 소재로 했다. 두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정치권의 구태의연함, 색깔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영화내에서 보여줬지만 '더 킹'은 경쟁작인 '공조'보다 뒤져진 흥행 스코어를 거뒀고 '보통사람'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박스오피스에서 내려갔다. 

두 영화는 흥행 실패는 관객들이 더이상 현실 정치와 관련된 무거운 소재의 영화를 기피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 또한 있었다. '특별시민' 또한 대선 시즌에 개봉하는 만큼 '대선 특수'를 누릴 거라는 전망도 크지만 선거라는 소재에 관객들이 기피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특별시민'은 단순한 정치영화가 아닌 선거라는 소재를 빌려 인간의 권력욕을 그려낸 영화다. '특별시민' 마지막 장면에서 클로즈업 된 채 상추쌈을 입안 가득 씹어먹는 최민식의 얼굴은 그의 추한 권력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다. 

'특별시민'은 26일(오늘) 개봉한다. #대선 #선거 #정치라는 키워드로 조명받은 '특별시민'이지만, 영화가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닌 누구에게나 있는 권력에 대한 욕망 아닐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클로즈업 되는 최민식의 얼굴이 오랫도록 관객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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