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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Q] 권민중과의 핑크빛 '불청' 양익준, '똥파리' 양아치 상훈을 꿰뚫는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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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Q] 권민중과의 핑크빛 '불청' 양익준, '똥파리' 양아치 상훈을 꿰뚫는 '그 무엇'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04.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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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낯가림과 엉뚱함, 수줍음과 개구진 돌직구가 교차되었지만 인공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우러나는 미지의 ‘천진난만함’이었다.

25일 '불타는 청춘'에서 양익준이 권민중을 만나며 보여준 모습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배우 겸 감독인 양익준은 25일 중견 스타들이 만드는 우정과 사랑의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마흔셋의 나이라고 하기 보다는 십대 청춘드라마에서 볼 듯한 꾸밈없고 풋풋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익준과 권민중의 '불타는 청춘' 속 모습은 중년 시청자들을 어린 시절 순수한 기억의 시간여행으로 이끌었다.

양익준과 권민중 [사진= SBS '불타는 청춘' 방송화면 캡처]

양익준은 시장 보러 가는 도중에 권민중을 산책로 지압판에서 거리낌없이 업고 걸었고, 권민중과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여자 아이처럼 무릎을 꿇고 앉거나, 오른쪽 팔꿈치를 혀로 대는 개구진 행동을 시도하며 폭소와 핑크빛 무드를 연출했다.

그간 상식적인 양익준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양익준은 과연 누구인가, 잠시 그의 대표작을 통해 되짚어 보자.

“클로즈업을 통한 인물의 심리 묘사, 몰입하게 만드는 내러티브와 배우들의 연기. 가슴이 아픈 다양한 주제를 응축시킨 극강 리얼리티 드라마.” “가정의 따뜻함을 모르고 자란 사내의 이야기...그러나 그 사내는 착했다.” “우리 아빠가 봤으면 하는 영화.”

2009년 4월 개봉돼 국내외 영화계에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놀라움을 줬던 독립영화 ‘똥파리’에 대한 영화팬의 한줄 소감들이다.

‘똥파리는 2008년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됐고, 2009년에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최고상 타이거상을 비롯,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다수 수상했다. 일본에서도 ‘이키모 데키나이(숨을 쉴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2009년 개봉 당시 충격파를 던졌던 영화 '똥파리' 포스터. 여기서 양익준은 각본, 주연, 감독 1인 3역을 했다.

양익준, 김꽃비, 이환이 주연을 맡은 ‘똥파리’는 배우, 시나리오, 감독 1인 3역을 담당한 양익준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 130분 동안 가정폭력으로 상처 입은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정 폭력의 진실을 노골적으로 노정시켰다. 욕설과 폭력이 스크린을 지배하지만 ‘가족’이라는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로 뜻깊은 잔상을 오래도록 남겼다.

깡패 상훈(양익준 분)은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욕과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 깡패로 출연한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막무가내 양아치로 살아가던 중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여고생 연희(김꽃비 분)를 만나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연희와 조카 형인을 통해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증오의 응어리를 풀기 시작한다.

‘똥파리’의 스토리는 양익준이 실제 살아온 삶의 상당 부분을 투영한 영화였다. ‘똥파리’는 개봉한지 8년이 됐지만 그 강력했던 충격은 양익준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떠오른다. 그후 여러 작품을 만들고 또 여러 작품 속에서 연기했지만 ‘양익준’ 하면 ‘양아치 연기’가 먼저 연상되는 계기가 됐다.

양익준은 25일 '불타는 청춘'에서 동갑내기 권민중 앞에서 개구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 SBS '불타는 청춘' 방송화면 캡처]

양익준은 최근 KBS 2TV ‘추리의 여왕’에서도 마약을 판매하는 공급책으로 등장해 과감한 양아치 연기의 단면을 보여줬다.

‘똥파리’의 ‘양아치 연기’와 ‘불타는 청춘’의 ‘엉뚱기발남’, 그리고 욕을 달고 사는 ‘똥파리’ 속의 깡패 상훈과 ‘불타는 청춘’ 속의 수줍음 많은 양익준은 어쩌면 전혀 대비되지 않는 그림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어가 보면 두 가지 성격은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똥파리’ 속의 양익준은 거친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거짓이 없다. 힘겨운 환경 속에서 온갖 풍파를 맞으며 변했지만 그에게는 세상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과 사랑이 내재돼 있었다.

그래서 ‘똥파리’는 폭력적이고 불편하고 슬프지만 해학과 희망이 있는 입체적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6일 KBS 2TV '추리의 여왕'에서 마약 공급책 역으로 출연했을 때의 양익준 [사진= KBS 2TV '추리의 여왕']

“나는 ‘연기한다’란 말이 싫다.”

양익준은 2009년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영화 ‘똥파리’의 양아치 캐릭터, 권민중 앞에서 수줍어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불타는 청춘’의 '풋풋한' 프로낯가림러 양익준의 캐릭터가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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