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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패싱-사드 기습 배치, 대선후보 '안보외교 무력감' 해소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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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패싱-사드 기습 배치, 대선후보 '안보외교 무력감' 해소 대안은?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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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제 정세 문제 대응에서 한국을 건너뛰는 것, 쉽게 말해 한국을 '왕따'시키는 국제 외교의 비유어인 코리아 패싱은 25일 JTBC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그 대선 토론이 끝나고 채 몇 시간도 안돼 26일 새벽 사드 장비가 군사작전을 벌이듯 경북 성주골프장에 기습 배치돼 성주 주민들의 반발을 낳고 있다.

26일 성주골프장에 반입되고 있는 사드 장비. [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4시간여 만에 사드 발사대 6기, 사격통제레이더, 요격미사일 등 장비 대부분이 반입을 맞쳤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해체하지 않고 완성품으로 들여왔다. 성주골프장이 평탄하게 이뤄져 별도 시설공사 없이 관련 장비를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다고 해서 이뤄진 전격 배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코리아 패싱이다. 장미대선은 2주 앞두고 심야에 전격적으로 배치한 것은 누가 대권을 잡든지 상관없이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도록 '알박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등 한미 협의와 후속 절차 등을 떠져볼 때 대선 이전에 장비가 배치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20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부지 공여 절차를 마친 직후에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종전엔 한국 정부가 제공한 부지에 대해 까다롭게 환경영향 문제를 따져왔던 미군은 이번에 이를 건너뛰고 부랴부랴 배치를 완료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21일 코리아 패싱 우려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 입안, 추진 과정에서 사전·사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의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우리 정부의 예상을 깨고 사드 기습 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그런 입장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25일 대선토론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왼쪽)과 유승민 후보. [시진=JTBC 보도화면]

이렇듯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치권의 변화와 국내 정서에 아랑곳 하지 않고 미국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과 정치권에 무력감을 던져주고 있다.

아무리 권력 공백기라고 하지만 한국이 대북문제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이날 대선 토론 현장에서 공방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제인 후보에게 "영어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 근데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영어로 하시네. 코리아 패싱이라고 아시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 후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유 후보가 "오늘이 인민군 창건일인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 한통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신문에는 미국이 핵미사일을 선제타격 한다고 났다"고 상황 설명을 이어갔다.
"사드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게 아니라 한미동맹의 상징"이라며 "문 후보는 한미동맹을 어떻게 굳건히 지킬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미국이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 나라를 누가 만들었냐"며 발끈했고, 유 후보가 "무시 차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오로지 미국 주장을 추종만하니 미국이 우리하고 협의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유 후보는 "그건 진짜 억지"라고 반격하는 것으로 설전은 마무리됐다.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대북 제재 카드로 활용하자고 다시 강조한 문 후보의 주장은 하루도 안돼 사드 배치로 무색해졌다.

코리아 패싱은 이렇듯 우려할만한 수준이 되고 있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가 이 말을 몰랐다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한국 왕따 현상이 사드 기습 배치로 증명되고 있기에 그렇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한중일 3국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로 차등 규정하는 듯한 발언을 던졌다. 이달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해서 큰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가 언론에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라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지만 한국을 얼마나 가볍게 보면 그런 말을 거침없이 해댔을까.

한국이 바라보는 한미동맹이 일방적인 기대와 바람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관계가 소원했던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을 일본에서 자조적으로 '저팬 패싱'이라고 부른 데서 한 국가에 대한 국제적 왕따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알게 모르게 존재해오고 있다. '콩글리시'인 코리어 패싱처럼 브로큰 잉글리시이지만 자국의 소외된 현실을 말하는 것은 같다.  

중국은 아예 국제적인 비난에도 사드 보복으로 한국 때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코리아 배싱(Korea Bashing)'라고 할 수 있다.

 무시 당하는 코리아 패싱이든, 보복 당하는 코리아 배싱이든 그야말로 혼돈의 대한한국이다.
1905년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미일의 지배권을 상호 승인한 가스라-태프트 밀약, 1945년 한국의 해방공간을 둘로 쪼갠 얄타회담은 대표적인 코리아 패싱으로 가슴아픈 역사로 남아 있다. 한국이 국제정세에서 계속 휘둘리다보면 세계 2강으로 군림한 '스트롱' 미국과 중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권을 잡으려는 주자들도 부산하기만 하지 정책대안 제시가 치밀하지 못하다. 질문은 초보적이고 대답도 상식적으로만 흐르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 이슈 토론를 보면 더욱 답답증만 커진다. 정교한 국제외교 어젠다를 내놓기는커녕 맹목적인 안보관에 가려 과거 진보, 보수 진영의 정권에서 행해진 실책만을 소환해 네탓타령을 쏟아내는 공방으로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이제 두 번 남은 대선토론에서는 더 이상 소모적인 설전이 아닌 한국이 열쇠를 쥘 수 있는 대안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이런 무력감을 견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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