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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소수정예 '영웅 계투진', 불펜 열세 뒤집은 첫승 역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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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소수정예 '영웅 계투진', 불펜 열세 뒤집은 첫승 역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1.04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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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차전] 넥센 신예 조상우 2이닝 역투·손승락 깔끔한 마무리, KS 첫승 이끈 힘

[대구=스포츠Q 이세영 기자] 투수력, 특히 불펜에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봤던 넥센이 불펜 싸움에서 삼성을 제압하며 한국시리즈 1차전의 승자가 됐다. 난타전이 아닌 투수전에서 삼성을 이겼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넥센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 경기에서 8회초에 터진 강정호의 결승 투런 홈런으로 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넥센의 승리는 불펜 열세를 딛고 거머쥔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삼성은 좌완 셋업맨과 원 포인트 릴리프, 언더핸드, 오버스로 등 다양한 유형의 불펜 자원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넥센에는 좌완 불펜이 전무했다.

하지만 넥센에는 조상우라는 겁 없는 신예가 있었다. 이날 등판이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출장이었던 조상우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구사하며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들쑥날쑥했던 조상우는 한국시리즈 데뷔전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며 염경엽 감독의 믿음을 샀다.

▲ [대구=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선수들이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2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장군멍군, 무승부로 끝난 외국인 투수전

양 팀 선발 외국인 투수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은 정규시즌 삼성전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22로 호투를 펼쳤던 좋은 기억을 한국시리즈에도 이어갔다. 밴헤켄은 6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3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봉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특히 4회부터 6회까지 삼성 타선을 3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밴헤켄은 삼성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계투진들이 호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삼성 선발 릭 밴덴헐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56㎞에 달한 밴덴헐크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적절하게 구사하며 상대 타선을 6⅓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막았다. 정규시즌 넥센 상대 평균자책점이 4.95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제몫을 했다.

양 팀 야수들도 선발투수들의 호투를 도왔다. 삼성 중견수 박해민은 3회초 2사 1루에서 김민성의 타구를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고 넥센 강정호도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채태인의 직선 타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냈다.

양 팀 선발투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동안에는 마운드나 수비에서 좀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 [대구=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선발 밴 헤켄이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 불펜 열세 뒤집은 조상우-손승락의 역투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양 팀은 7회부터 나란히 불펜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다.

당초 불펜 대결에서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삼성이 우세를 점쳤다.

삼성에는 차우찬-심창민-안지만-임창용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있었다. 좌완, 언더핸드, 우완으로 구성이 다양하며 선수층도 두터웠다. 반면 넥센은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모두 우완이라는 점과 이들 셋에 집중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삼성보다 불리했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삼성 두 번째 투수 차우찬이 마운드에서 흔들린 반면 넥센 두 번째 투수 조상우는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차우찬은 7회초 2사후 비니 로티노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뒤 보크를 범해 불안한 면모를 보였다. 유한준을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결국 8회초 사단이 났다. 선두타자 박병호를 초구에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것. 무사 1루 기회를 잡은 넥센의 다음 타자는 강정호였다.

차우찬이 좌투수가 강정호가 우타자임을 고려하면 투수 교체를 고려할 법도 했지만 삼성은 차우찬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강정호는 볼카운트 3-1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강정호의 한 방으로 승부가 넥센 쪽으로 기울었다.

믿었던 삼성 불펜이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쳐 무너진 반면 넥센은 직구가 좋은 구사하는 신예 조상우에게 2이닝을 맡겼다. 그리고 그 작전은 성공적으로 귀결됐다.

▲ [대구=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팀 승리를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조상우는 LG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아웃카운트 없이 1피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흔들린 적이 있지만 1차전에서 2⅔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에게 많은 이닝을 맡기며 불펜진에서 열세를 만회하고자 했다.

조상우는 공격적인 투구로 7회말 삼성 중심타선을 봉쇄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간 조상우는 박석민과 이승엽을 좌익수 뜬공, 삼진으로 제압한 뒤 박해민을 공 한 개로 잡아내며 투구수를 아꼈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1사 후 김상수와 야마이코 나바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렸다. 손승락까지 가는 길목을 잘 열어준 조상우는 한국시리즈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경기 후 조상우는 “동점 상황에 투입됐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며 “8회 역전한 뒤에는 ‘이번만 잘 막으면 든든한 선배가 뒤에 버티고 있으니 편하게 던지자’는 마음을 먹었다. 플레이오프 때보다 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손승락도 9회를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았지만 한국시리즈 첫 승에 목마른 계투진들의 호투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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