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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철 바른정당 탈당 철회, 그나마 늦었을 때가 가장 빨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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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철 바른정당 탈당 철회, 그나마 늦었을 때가 가장 빨랐으니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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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2일 결행된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탈당 선언.

보수단일화로 좌파정권이 들어서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한 보수의 허울,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라면 내년 지방선거도 3년 뒤 국회의원 선거도 실패해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자기불안의 굴레에 얽매여 '도로 친박당'행을 선언한 대열을 향해 '가짜보수의 회기'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바른정당의 막내'라고 한 이준석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보수의 희망'을 찾기 위해 33인의 의원들이 의지를 모아 창당한 바른정당을 지키기 위해 정치 선배들에게 충정어린 메시지를 보내며 신보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충격과 혼돈의 시간은 흐르면서 이탈 대오에서 한 명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정농단 조사 국회 청문회 스타 중 한 명. 12명의 탈당파 중 황영철 의원이 탈당계 제출을 보류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과연 친박이란 적폐를 청산하려고 뛰쳐나온 그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번뇌의 시계를 바라보며 탈당 철회를 놓고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졌던 황영철 의원이었다.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이날 밤 맞은 마지막 대선 TV토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시간을 조금 아꼈다"라며 정말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자랑스런 보수정치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개혁보수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창당 정신을 온전히 살려내고자 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탈당 사태에 실망하는 대신 혼신을 다해 대선 완주를 약속했다. "저는 이순신 장군 생각합니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았다' 저는 많은 국민께서 지켜보고 계시고 국민들께서 손을 잡아주시면 제가 이 개혁보수의 길을 계속 가보고 싶습니다."

유승민 후보의 마지막 발언 2분. 누리꾼, 유권자들에게 큰 울림을 던졌다. 유 후보의 후원 건수가 하루 만에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당원 가입 신청자도 하루 만에 7개 늘어난 수백명으로 전해졌다. 용기있는 보수를 응원하는 새로운 지지자들이 그렇게 늘어났다. 지금은 찍지 못다러라도 '바른 보수'의 미래를 후원하겠다는 성원도 빠지지 않는다.

황영철 의원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 없다. '바른 보수'의 길을 개척하려는 모두 '올(All) 바른 동행'이 될 수 없다면 혼자만이라도 그 험난하고 외로운 길을 당당히 가보겠다는 유승민 후보의 결연한 의지도 확인했을 터다. 

탈당 선언에 함께 한 뒤 25시간. 바른정당 창당 100일 맞은 3일 오전, 황영철 의원은 탈당 철회를 선언했다.  

'상유십이(尙有十二 )' 12척의 배가 남았다는 이순신 장군의 길을 끝까지 가고자 하는 유 후보의 의지를 황 의원이 확인하면서 잔류를 선택했기에 바른정당은 12명의 이탈로 혼란을 틀어막을 수 있게 됐다.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인 20명도 지켜냈다. 당을 떠난 그 복당파 12명은 정작 친박세력의 반발 속에 자유한국당에 바로 입당하지 못한 채 대선이 끝날 때까지 무소속으로 남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당초 탈당 대열에 합류해 14명 복당 대오를 맞추려던 정운천 의원도 거취를 다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의원도 탈회 의사를 철회하면 원내 교섭권을 지켜내 대선 이후 정치통합과 협치의 한 축으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다.

황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이 자리에서 밝힌 탈당 입장을 철회하려 한다. 어제 (탈당을) 발표할 때까지 짧고 긴박한 순간 속에서 생각을 깊이 있게 정리하지 못한 채 동참했던 부족함을 깊이 자책한다. 발표 직후부터 많은 고민과 고뇌를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결정한, 동참한 이 길이 맞는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외롭고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유 후보의 마지막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고, 현실이 어렵더라도 꿋꿋하게 보수 개혁의 가차와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고, 이것이 제가 다시 입장을 번복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불편한 시간을 보내면서, 쏟아지는 비난을 무릅쓰고 지금의 국면을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정치에 입문할 때 가졌던 초심을 지키는 것, 그리고 소신과 신념 당당함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지키지 못 할 바에는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는 게 낫다는 큰 울림이 가슴 깊은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저의 잘못된 거취를 바로 잡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많이 줄어든 의석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의원들과 함께 바른정당의 창당정신 가치를 지키기 위한 중단 없는 노력을 해나가겠습니다."

그는 26년 정치인생만큼이나 길었던 고민의 시간 뒤에 다시 유 후보와 의기투합했다. "많은 국민들께서 정말 힘들고 팍팍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고 그분들을 위해서 제가 늘 매일 매일 저 자신에게 묻는 '나는,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 그분들을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국민께 진정성을 호소했던 유승민 후보와 그렇게 다시 손을 맞잡은 황영철 의원. 

이제 그는 진정으로 왜 정치를 하려는지를 깨달았고 다시 그 어려운 길에 들어섰다. 허나 이 길은 바른 길이 아니라고 뒤늦게 느꼈을 때 걸음을 되돌린 그런 용기라면 바른보수를 세우는 정치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걸 알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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